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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식공장장 Mar 27. 2018

외국어와 문화장벽의 상관관계?

외국어 공부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외국어 공부 편 5>


1. 외국어를 배울 때 제일 먼저 해야 할 일? 

2. 외국어 공부에 좋은 드라마 : 영어 편

3. 외국어 공부에 좋은 드라마 : 결혼으로 배우는 일본어

4. 외국어 공부에 좋은 드라마 : 중국어와 중국문화

5. 외국어와 문화장벽의 상관관계?

6. 외국어 배울 때 콘텐츠 잘 골라야 하는 이유

7. 보면서 배우는 외국어, 이게 최고다


문화 장벽은 갈굼을 가져온다


예전에 한국 벤처기업에서 근무하면서 일본 기업과 제휴를 한 적이 있었다. 이 과정은 상당히 힘든 과정이었는데 저자를 제일 힘들게 한 것은 초반부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일본 측이 제안서를 검토한 후 답변서를 보내준 것은 보낸 날자로부터 거의 한 달 후였다. 


하지만 임원들은 보낸 후 3일 뒤부터 답변에 대해 물어보더니 일주일 뒤에는 독촉 메일을 보내라고 하고 3주째가 되었을 때는 거의 방사능을 뿜어내는 고지라처럼 분노했다. 


왜 저자는 임원들의 압박에 무심하게 대했을까? 무능해서? 성실하지 않아서?


긁어 부스럼이 될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일본 기업은 우리나라에 비해 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상당히 다르다. 그것도 더딘 쪽으로 다르다. 우리나라는 관련 담당자가 검토한 후 상급자에게 바로 올리는 성향이 강하지만 일본 기업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이 브런치의 글을 책으로 편찬하자는 제안서를 보냈다고 치자. 그럼 관련 담당자는 이를 충분히 검토한 후 회의를 연다. 이 회의에는 단순히 출판 담당자뿐만이 아니라 재무담당자, 출판사업 담당자는 물론 홍보 담당자, 영업 담당자도 모두 모인다. 왜냐하면


책임질 사태를 막기 위해서다


만약의 경우 이 브런치 글의 출판을 단독적으로 편집장이 진행했다가 안 팔려서 영업부와 마케팅부의 실적에 악영향이 간다면 이는 편집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폐를 끼친 것(迷惑を掛ける)이 된다. 이 폐를 끼친다는 것은 꼭 피해를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책이 안 팔려서 그 사람들에게 안 좋은 생각을 하게 하는 것을 포함하며 이는 일본 사회에서 절대 피해야 할 일이다. 


그래서 일본 회사에게 제안을 낼 때는 단순히 제안서만 내면 안 된다. 제안을 낸 회사가 어떤 회사 인지도 제대로 정리해서 보내야 한다. 그래야 그쪽의 책임을 질 소지가 있는 사람들이 충분히 검토할 자료가 생기기 때문이며, 제안을 받아들일 확률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저자가 임원들에게 25일 내내 주말 할 것 없이 갈굼 당한 이유가 이것 때문이다. 이 사람들은 엄청 느긋하게 검토를 하는데 한국 사람들은 이 상황을 상상조차 못하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후에는 그런 일이 없었는데 이 압박에 몸무게가 3킬로나 빠진 저자가 일본 바이어에게 '이런 문화 때문에 일본 기업의 의사결정이 느리다는 말을 꼭 해달라'라고 부탁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문화적인 차이로 인한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문화장벽이 존재한다고?


저자가 앞의 글에서 외국어를 배우기 위해선 문화를 익힐 필요가 있다고 했는데 말이 쉽지, 이는 외국어를 배우는 것보다 어려운 일이다. 문화 같은 걸 전혀 몰라도 인강 같은 걸 듣거나 저자처럼 언어를 공부한 시간이 지루할 정도로 길면 어학성적은 잘 나오게 된다. 


하지만 문화는 그렇지 않다. 이는 단순히 외국어를 배운다고 해서 익혀지는 게 아니라 관심을 갖고 책을 읽거나 미디어를 접할 때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이는 생각 외로 중요한 작업이다.


[출처 : 블랙 팬서]


혹시 영화 '블랙팬서'를 보셨는가? 저자는 이 영화의 완성도는 상당히 높다고 보며 개인적으로는 수작인 '시빌 워'이상으로 보지만 한 가지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눈치채신 분도 계시겠지만 바로 부산에서의 에피소드다. 현지에서 촬영하고 그 지방의 문화가 배경외엔 드러날 일이 없었음에도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최고로 어색한 부산을 접하게 된다.


바로 이 분 [출처 : 블랙팬서]


꽤 커리어 있는 배우인 데다 고학력의 엘리트인 이 배우. 하지만 불행히도 한국어는 가능하지만 워낙 미국 생활이 길어서 그녀의 한국어는 어색했다. 게다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익숙지 않은 스킨십은 극장을 웃음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왜 이 웰메이드 영화에서 이런 일이 일어날까? 간단히 말해서 저기에 한국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만약 있었다면 한국의 매니지먼트사와 접촉한 후, 부산 아지매 + 중개인을 연기할 수 있는 한국적인 배우를 집어넣었을 것이다. 그러면 이런 어색함은 없었겠지.


반대 현상도 있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대학생들로 보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우연히 엿들었는데 그들은 왜 와칸다의 2 왕자 (주인공 티찰라=블랙 팬서의 삼촌이자 빌런 킬 몽거의 아버지) 쯤 되는 사람이 할렘가에서 범죄계획이나 짜고 있느냐는 토의를 하고 있었다. 이는 미국에서 소수집단이 받는 대우가 어떤지 아는 사람이라면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다. 


당시 흑인이 큰 돈을 벌 수 있는 일은 범죄 외엔 없었던 것이다.


미국이 평등의 길에 들어선 지 오래됐지만 아직도 미국에서는 소수집단 우대정책이 이슈가 되고 있으며 인종차별이 진행된다. 미드 '그레이 아나토미'에서는 흑인인 자신이 병원에 채용되자 믿지를 않으려 드는 의사가 나온다. 그는 자기의 사회적 배경, 미국의 정책에 대해 토로하는데 이는 미국이 얼마나 인종에 대한 장벽이 강한 나라인지 보여준다. 


그레이 아나토미에서조차 흑인이 차별받는데 1970년대에 티찰라의 삼촌이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기껏해야 총기 사서 땅기는 일뿐이었을 것이다. 재능과 능력에 상관없이 기회조차 얻을 수 없으니까.



문화장벽은 생각보다 높고 두껍다


앞에서 저자가 고생했듯이 일본은 굉장히 많은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야 일이 된다. 이게 잘 드러난 것이 1997년에 방영되었고 한국에서도 크게 히트한 '춤추는 대수사선'이다. 이 드라마의 작중 에피소드 중에는 유난히 '관할(管轄:かんかつ)'이라는 말이 많이 나온다. 


이 관할은 서로간이 책임을 지기 위한 경계이자 기준인데 오죽하면 이 작품이 인기를 얻고 기획된 극장판 세편의 주요 소재가 죄다 '관할'이다.

관할로 부각되는 사람의 책임, 영역의 경계는 일본인을 이해하는데 아주 중요하다


1편에서는 강을 따라 시체가 넘어오는 바람에 주인공인 아오시마가 있는 완간 경찰서의 관할이 된다. 2편에서는 나리타 공항에서 나오는 범인을 잡기 위해 레인보우 브리지를 봉쇄해야 하는데 거의 영화 상영시간의 반이 '관할'을 따지다가 날아간다. 3편은 아예 완간 서가 생기기 전에 관할로 일어났던 분쟁이 소재다. 


극장판 2편은 관할문제, 책임문제가 워낙 복잡해서 레인보우 브리지에서 촬영할 수 없었다 [출처 : 춤추는 대수사선]


이렇게 관할을 사랑하고 소재로 다루는 일본인이, 관할과 책임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일본인이 외부 업체의 제안서를 한 달 가까이 검토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코미디 같지만 이걸 몰라서 80~90년대에 상당수의 해외사업부 담당들이 물을 먹었다. 일부는 오늘날까지도...

심지어 두들겨 부수는 괴수영화에서도 관할이니 책임이니 하는 내용이 5분의 3 분량이 나온다. [출처 : 신 고지라]



문화장벽은 반드시 거쳐가야 할 관문이다


그리고 언어를 배울 때 이런 문화장벽으로 인한 문화 차이를 공부해두면 많이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일본에는 이런 말이 있다. 


前向きの姿勢で検討致します


이게 무슨 말이냐, 직역하면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하겠습니다'가 된다. 번역은 보통 '긍정적으로 검토하겠습니다'가 되지만 일본인의 성향을 이해하고 보면 훨신 복잡한 뜻을 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일본인의 문화를 아는 집장에서 보면 


전향적(前向き), 즉 아주 적극적으로 검토는 하겠지만 결과는 내 권한으로는 모른다. 하지만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했으니 나는 당신의 체면을 위해 성의를 다 한 것이다. 혹 결과가 안 좋더라도 이건 내 책임이 아니라 회사의 뜻이니 나를 원망하지는 말아라. 


라는 속내가 담겨있다. 정말 관할을 사랑하는, 책임 구분을 사랑하는, 도망칠 구석을 사랑하는 일본인답다. 


적어도 저자가 할 줄 아는 언어는 한국어, 일본어, 영어, 중국어뿐이지만 이 모든 언어에 이런 문화적 양식이 그대로 담겨있다. 그러니 언어를 배우는데 문화장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는 소리가 나올 만도 하지 않겠는가?


반면에 이를 이해만 한다면, 문화장벽만 깬다면 '前向きの姿勢で検討致します' 같은건 한번에 외울 수 있다. 

그럼 이 문화장벽은 어떻게 깨야하는가? 그건 다음 편을 기대해 주시라.


이메일 : inswrit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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