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 2016.10 기고
JYP 엔터테인먼트는 7월한 달 동안 두 곡의 프로모션에 집중했다. 하나는 원더걸스의 'WhySo Lonely'고 나머지 하나는 미스 A의 멤버 페이의 'Fantasy'다. 상대적으로'Why So Lonely'에 비해 'Fantasy'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는 완곡한 표현이다. 멜론의'Fantasy' 곡 아래에는 노래는 좋은데 망해서 아쉽다는 댓글이 대거 달렸다. 아이돌음악의 흥행에는 여러 요소가 있다. 곡 뿐 아니라 뮤직비디오, 콘셉트, 마케팅, 팬덤의 규모 등.'Fantasy'가 'Why So Lonely'에 비해 성공하지 못한 이유 역시 간단하게설명할 순 없을 것이다. 여기서 다른 요소는 젖혀두고 곡의 메시지에 집중해 보자.
먼저 페이의 'Fantasy'를 살펴보자. 'Fantasy'는 박진영이 작사한 곡이다. 박진영 표 여성 솔로댄스 음악이라는 장르가 있다면 해당 장르를 설명하기 가장 좋은 곡이라 싶을 만큼 박진영이 여태껏 만들어 온 여성 솔로 댄스 음악의 전형을 선명하게들려준다. 박진영 표 여성 솔로 댄스 음악에서 여성은 남성의 욕망을 의식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존재다.
박진영이 작사한 2000년에 발매된 박지윤의 '성인식' 가사를 보자."그대여 이리 와요. 나도 언제까지 그대가 생각하는 소녀가 아니에요. 이제 나 여자로 태어났죠. 기다려준 그대가 고마울 뿐이죠. 나 이제 그대 입맞춤에 여자가 돼요. "2016년에 발매된페이의 'Fantasy'도 크게 다르지 않다. "원하는건 뭐든지 말해 어떤 거든지. 오늘 밤은 다 들어주고 싶어. 맘이열리기까지는 힘든데 맘이 열리고 나면 뭐든 다돼." 박진영의 여성 솔로 댄스 음악에서 여성가수들은 이 곡에 맞춰 섹시한 의상, 춤과 함께 유혹의 눈빛을 보낸다.제목 그대로 남성의ㅅ '판타지'를 자극하는 설정이다. 여태껏 박진영 표 여성 솔로 댄스 음악은 한 번도 흥행에 실패한 적이 없었다.
원더걸스의 'Why So Lonely'는 원더걸스의 혜림, 선미, 유빈과 홍지상이 작사한 곡으로 데뷔 10년 만의 자작 타이틀 곡이다. 전에 발표한 박진영이 작사한 곡 'I Feel You'에서 "손발 끝 간질거려와. 달아오르는 체온 숨 가빠와. 더 이상은 참을 수가 없어 나. 이제 Please baby be mine. I Feel You. 혼자있어도 너의 손길이 느껴져. 하루 종일 나를 만져."라고노래 부르던 이들은 이제 "너와 입술이 닿을 때부터 모든 게 달라질 줄 알았는데 별거 없어. 넌 다른 게 없어. 너와 보내는 주말 밤이 아주 달콤할 거라 믿었는데별거 없어. 넌 다를 게 없어."라고 경쾌한 레게리듬에 맞춰 시큰둥하게 노래한다. 페이의 'Fantasy'에서여성이 남성의 욕망을 의식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존재라면 'Why So Lonely'에서 여성은 주체로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한다.
여성이 주체로 그려지는 아이돌 음악 가사가 전에 존재하지 않았던 건 아니다. 처음부터강한 여성을 콘셉트로 내세운 2NE1의 'I Don't Care'를보자. "I don't care 그만할래. 니가어디에서 뭘 하던 이제 정말 상관 안 할게 비켜줄래. 이제와 울고불고 매달리지 마." 'I Don't Care'는 2NE1의 프로듀서 테디가작사한 곡이다.
2NE1 TV에서 테디는 이 곡을'여자들은 남자가 클럽에서 놀든 무엇을 하든 신경 쓰지 말고 놔둬라. 그렇게 해야 남자들이여자에게 매달린다.'라고 설명했다. 전에 테디가 작사한 마초메시지를 담은 태양의 '나만 바라봐'의 비사이드 같은 곡인셈이다. 2NE1은 이후 역시 테디가 작사한 'Come BackHome'에서 "너 없는 시간 속에 갇혀버린 난 앞을 볼 수가 없어 너무 두려워" 같은 노래를 불렀다. 심지어 한 곡에서 두 가사가 충돌하는경우도 있다. 용감한 형제가 작사한 브레이브걸스의 '하이힐'은 "하고 싶은 것 하고 싶은 말 하고 싶을 때 다 하는여자. 난 그렇게 살 거야. 그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당당하게 Yeah" 라고 당당한 여성을 노래한다. 누가 이 가사만듣고 이 곡의 후렴이 "날 좀 봐요. 그대가 좋아한다해서 신었잖아요. 섹시한 하이힐. 아무거나 골라봐. 널 위한 오늘 밤."이라고 상상할 수 있을까.
세상은 불합리하고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 대중음악 산업 역시 그렇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의 정점에 있는 아이돌 산업은 말할 것도 없다. 불합리하고모순으로 가득 찬 세상을 바꾸자는 여성의 소리가 커지고 있다. 감춰져 있던 여성혐오가 드러나고 이를바로 잡기 위해 페미니즘을 외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 그렇다면 대중음악 산업 역시 이에 맞춰 변해야 하지 않을까. 서구에서는 블러드 오렌지부터 비욘세까지 페미니즘을노래하고 스눕독은 자신이 썼던 여성혐오 가사를 사과했다. 막대한 자본의 게임이 벌어지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에서도 매드맥스와 고스트 버스터즈처럼 페미니즘을 내세운 영화가 제작되고 있다.
원더걸스의 예은은 최근 인터뷰에서 "사람들은 걸 그룹 멤버인저를 꽃에 비유해요. 하지만 전 꽃이 아니에요. 오히려 새에가까워요.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제가 꽃이길 원하고 있어요"라고 이야기했다. 그와 함께 이 모든 게 걸그룹에 있기 때문에 주어지는 감정일 거라 생각했는데사회로부터 '역할'을 요구당한 여성이라면 이 주제에 공감한다는걸 알게 되었다는 말을 곁들였다. 덕분에 우리는 기존의 여성 아이돌 그룹에서 들을 수 없던 새로운 감정을담은 노래를 들을 수 있게 됐다. 'Why So Lonely'가 소중한 이유다.
얼마 전 방탄소년단의 팬들이 트위터를 통해 그룹의 가사와 표현에서 여성혐오를 멈춰 달라는 운동을 했다. 방탄소년의 소속사 빅히트는 공식으로 사과하고 향후 이와 같은 가사를 쓰지 않기로 약속했다. 한국 대중음악 산업에서도 여성혐오와 페미니즘은 더는 먼 얘기가 아니다.'Fantasy'의 실패와 'Why So Lonely'의 성공 역시 이런 흐름을 증명하는결과 아닐까. 단정할 순 없다. 여전히 활발히 소비되는 여성아이돌의 음악과 이를 구성하는 산업 시스템은 여성혐오에서 멀지 않다. 판단을 내리는 건 우리가 앞으로우리가 앞으로 어떤 곡을 어떻게 소비하느냐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