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편향
이것이 나에게 왜 중요하지?
어느 날 물건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나를 보며 갑자기 떠오른 의문이었다.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가 중요하다고 혹은 사회가 그렇게 여기기 때문에 그런 것인지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았다. 요즘은 구경하기도 어려운 워크맨을 사용할 때였다. 카세트테이프를 갈아 끼우고 있는데 후배가 말했다. "와~! 선배 워크맨은 진짜 깨끗하네요. 얼마나 쓰신 거예요?" 꽤 오랜 시간 써온 물건이었고 특별히 아끼며 깨끗하게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는 않았다. 남들이 보기엔 내가 물건을 깨끗하게 쓴다고 여기는구나. 그런 시각이 나를 기쁘게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그러나 그 이후로도 오랜 시간 동안 반복적으로 듣게 된 그 말들 때문이었는지 나는 물건을 깨끗하게 써야 한다는 강박이 생기기 시작한 듯하다. 누군가 강요한 것도 아니고 내가 스스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언젠가부터 누군가가 나의 물건을 만질 때면 마치 나를 직접 만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었다. 특히 내가 아끼는 물건에 대해서는.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물건을 깨끗하게 사용하면 좋은 상태로 오랜 시간 동안 쓸 수 있는 이점이 있긴 하지만 이것 때문에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그게 정말 나한테 좋은 일인 것인지? 그리고 그것은 누구를 위한 행동인 것인지?
프레임 편향은 질문(Frame) 방식에 따라 다르게 대답하는 정보처리(Information-Processing) 편향이다.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은 질문의 구성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 실제 의사결정 시에는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해 어느 정도 유연성은 있다. 의사결정 프레임은 특정한 선택과 관련된 행위, 결과 및 예상치 못한 것들에 대한 의사결정자의 주관적인 개념이다. 이 틀은 부분적으로는 문제의 공식화에 의해, 나머지는 의사결정자의 규범, 습관, 개인적 특정에 의해 통제되며 주어진 의사결정 문제를 여러 가지 방식으로 구성 가능한 경우가 많다.
프레이밍 효과는 어떤 맥락으로 구성하는지에 따라 선택지의 선호도를 변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예를 들어 이익측면(약을 투여한 사람 중 25%가 생존) 또는 손실측면(약을 투여하더라도 75%가 사망) 중 어떤 것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선호도가 변한다. 첫 번째는 이익측면에서 긍정적인 전망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으며 일반적으로 위험한 행동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이들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잠재력(이 경우 생존)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회피 성향을 보인다. 두 번째는 손실측면에 기초하여 부정적인 전망을 채택하는 경향이 있다. 자신이 잃을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위험을 추구할 수도 있다(이 경우 사망 가능성 높음).
편협한 프레이밍(Narrow Framing)은 협소한 기준을 기반으로 결정을 내리기 위해 정보를 평가할 때 발생한다. 큰 그림을 보지 못하고 한두 가지 특정 사항에만 집중하는 경우다. 예를 들어, 자동차 구매 시 스타일이나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추고 안전기능, 연비 및 신뢰성은 염두에 두지 않는 경우다. 투자를 위한 주식을 선택할 때도 유사한 행동을 보일 수 있다. 프레임 편향으로 인해 다음과 같이 행동할 수 있다.
위험 감내 수준에 대한 질문 방식에 다라 위험 허용 수준을 잘못 산정할 수 있다. 이익측면으로 질문하면 위험회피 성향을 보이고, 손실측면으로 물어보면 위험추구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최적화되지 못한 포트폴리오가 구성될 수 있음.
적절한 위험 감내 수준이 정해져 있더라도 특정 투자에 대한 정보가 어떻게 프레임 되냐에 따라 최적 포트폴리오를 구성하지 못할 수 있음.
과도한 거래를 유발할 수 있는 단기적 가격 변동에만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짐
프레임 편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내가 하는 결정이 순이익(Net Gain)에 초점을 맞춘 것인지 아니면 순손실(Net Loss)에 가중치를 더 둔 것인지?"와 같은 질문을 해봐야 한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순손실을 더 염두에 둔 투자자는 더 위한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 순이익에 초점을 둔다면 덜 위험한 투자를 선택할 가능성이 증가한다. 의사결정 시에는 이미 발생한 손익에 대해 고려하지 않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신, 투자의 미래 전망에 대해 초점을 맞춰야 한다.
정보가 긍정적인지 혹은 부정적인지에 대한 민감성을 낮추기 위해서는 투자와 관련된 상황을 해석할 때 최대한 중립적이고 열린 마음을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편향된 대답을 제거하고 보다 더 나은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으며 장기적인 재무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더 나은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
출처 : 2017 CFA Level III Vol2. Behavioral Finance, Reading 6. The Behavioral Biases of Individuals
돌이켜보면 스스로를 가치투자자라 믿고 특정 프레임에 나를 가두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특히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선별적으로 들으며 확증편향을 키웠고 결정적으로 워런버핏이 했던 말에 지나친 비중을 둔 것 같다. "10년 이상 보유할 주식이 아니면 10분도 투자하지 마라". 버핏은 가치주 위주로 장기투자해 왔고 그 성과에 대해서는 세상 누구도 의문 제기하지 못할 것이다. 다만 그가 그렇게 말한 본질적인 의미는 단기투자를 쳐다보지도 말라는 뜻이 아니고 특히나 상황에 따라서는 유연하게 투자 기간을 설정해도 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는 것을 버크셔 해서웨이가 운영하는 포트폴리오를 시대의 흐름에 맞게 탄력적으로 변경을 보며 뒤 듣게 깨달았다. 가치주라고 여겼던 것이라도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그 특징과 성격을 분석하며 적시에 리발란싱을 해야 한다는 것을 경험을 통해 아프게 느꼈다.
IPO 청약 후 오랜 기간 보유하면 최소한의 기대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내 생각은 상장하는 주식들은 성장성 밝다는 언론의 긍정적인 프레이밍과 그것들이 가치주라고 여겨버린 안일함에서 비롯된 추천할 수 없는 사례의 좋은 예시인 듯하다. 특히나 IPO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 보니 본질가치보다 훨씬 부풀려진 상태로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의구심이 들기도 했다. 상장 후에 더욱 좋은 회사로 성장할 수도 있고 때에 따라서는 시장상황에 의해 오히려 평가절하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만 내 포트폴리오 중 공모가 이후 꾸준히 상승했던 주식의 수가 그렇지 않은 주식보다 훨씬 적다. 아는 것이 힘이라 하지만 그 지식의 원천에 대 그리고 그것이 진정한 나의 생각인지에 대한 검증이 꼭 필요하다.
커버 이미지 : Cognitive bias - Wikiped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