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요즘 아빠의 백과사전

a.k.a. 유튜브

by 게으르니스트

수많은 육아전문가들은 '아이에게 되도록이면 TV와 휴대폰, 컴퓨터를 보여주지 마세요 !'라고 이야기한다. 물론 나도 아들이 태어나기 전에는 같은 생각을 견지했다. 레스토랑에서 핸드폰을 아이에게 안겨준 채 밥을 먹고 있는 부부의 모습이 그렇게 한심해 보일 수가 없었다. 아니, 아이랑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던지, 아니면 그림책이라도 가지고 와서 읽어주면 되는 일 아니야 ?


하지만 이제 오년 차 아빠가 되어가는 나는, 생각을 고쳐잡고 육아전문가들에게 되묻고 싶다.


"근데요... 그거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 정말 아이를 키워보고 하시는 말씀 맞죠 ?"


혹은, 다른 방식으로 물어보고 싶기도 하다.

"음... 요즘 시대에 TV와 휴대폰, 컴퓨터가 정말 아이에게 나쁘기만 한 걸까요 ?"


우리 집은 아이가 하나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 혼자 아들을 보아야 할 때는 어떤 형태로든 영상매체가 없이는 살림 난이도가 두 배로 뛴다. 아이가 혼자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아준다면 다행이지만 세상 일은 언제나 그렇게 만만하진 않다. 예를 들자면 집안일이 쌓여있는데 아이가 심심해 한다면, 부모와 아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선택지는 무엇일까 ?


Source: Pexels


아이와 노는 것을 선택한다면 아이는 행복하겠지만, 부모는 마음 한 구석이 찜찜한 채로 아이와 놀다가 결국 아이가 잠든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설겆이를 해야할 것이다. 반대로 집안일을 한다면, 칭얼대는 아이에게 "저리 가서 혼자 좀 놀아 !"라고 짜증을 냈다가, 짜증냈던 것이 미안한 마음에 한밤중 아이가 잠든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울적해 질지도 모르겠다.


결국 부모가 옆에 붙어있지 않아도 아이가 혼자서 즐길 수 있는 것 - 결국 텔레비전이든 뭐든 간에 영상물이 될 가능성이 높은 - 을 아이에게 쥐어주고, , 그동안 최대한 빠르게 집안일을 해치우는 것만이 부모가 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로 남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아이가 한참 영상물을 즐기고 있을 때 집안일을 마친 부모가 난입해서 '이제 그만 보렴 !'을 시전했다가, 쾌적한 관람을 방해받은 아이가 자지러지게 울 가능성을 무릅쓰지 않으면 안되지만.


이런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한 부모들에게 육아전문가들은 너무 쉽게 TV와 휴대폰을 포기하라고 한다. 결코 그것이 손쉽거나 편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 말고는 다른 마땅한 선택지가 없음에도, TV와 휴대폰을 아이에게 내어주는 것을 마치 '생각 없는 부모' 취급 하는 그들의 조언이 매정하게 느껴지기만 한다. 아이는 칭얼대고, 해야할 집안일은 남아있고. 도대체, 우리더러 어쩌라는 말입니까 ?




어느 날, 쌓인 집안일을 해치우려고 아들내미에게 물었다.


"동글아, 아빠 설겆이 하는 동안 동화책 보면서 놀고 있을래 ?"


"음... 유튜브 ~ 유튜브 보면 안돼 ?"


아들은 이미 12개월 정도 때부터 유튜브에 노출되어 있었다. 물론 아빠 엄마의 엄격한 통제 하에 숫자 세기, 알파벳 읽기 등의 아주 한정된 컨텐츠만 접하긴 했지만, 유튜브가 자기가 검색하는 대로 좋아하는 영상이 튀어나오는 마법상자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던 터였다. 한숨이 나왔다.


"동글아. 너 장난감도 엄청 많고 동화책도 엄청 많은데 꼭 유튜브를 봐야겠어 ?"


"유튜브 ~ 유튜브 ~ 유튜브 보고 싶단 말야. 그럼 딱 세 개만 보기로 정해놓을께요 ! 그러고 딱 끌게요 !"


얼마 전 실수로 아들이 통제 없이 알고리즘이 이끄는 대로 무한정 유튜브를 시청하는 광경에 기겁하고 나서, 떼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두 개만 보자, 세 개만 보자 했던 딜을 이제 아들이 역으로 치고 들어온다. 이럴 땐 엄격한 아버지가 되어야 할지, 아니면 아들의 가없는 꾀주머니에 실없이 터져나오는 헛웃음을 참아야 할지 분간이 서질 않는다. 어쨌든 등 뒤에 집안일을 쌓아놓은 지금으로썬 도리가 없으니 아들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알았어. 그럼 정말 딱 세 개만 보는거다. 알았지 ?"


"네 ~"


아빠 엄마들이 보면 제일 기겁하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장면 아닐까. @ 우리 집


아들은 어느 새 아빠 엄마가 스마트TV에서 영상 검색하는 방법까지 어깨넘어로 습득해 놓았는지, 아빠더러 텔레비전 켜 달라는 소리도 안하고 리모컨을 잽싸게 집어들었다.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아들이 자기가 좋아하는 장난감 소개 동영상을 원하고 있다는 건 안봐도 유튜브였다. 나는 미간이 찌푸려졌다. 백 시간 천 시간을 봐도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남는게 없는 장난감 리뷰 동영상을 틀어주느니 차라리 아들에게 새 장난감을 사주는게 낫다. 이대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 아들이 리모컨을 들고 씨름하는 동안 머리를 열심히 굴렸다. 아, 머리야 제발, 네가 평생 봤던 컨텐츠들 중에 제일 좋았던 걸 꺼내봐 !


"동글아. 너 지금 장난감 동영상 보려고 하는거지 ?"


"네 ~ ! 근데 어렵다. 아빠가 좀 해주면 안돼요 ?"


"아빠가 말야, 어마어마하게 재미있는 걸 보여주면 어때 ? 기차 장난감도 재미있지만 이건 훨씬 더 재미있고 엄청난거야."


적절하게 허풍을 섞은 아빠의 제안이 먹힌 듯 싶다. 아들의 동그란 눈망울이 반짝인다.


"뭔데요 ? 뭔데요 ?"


그 때, 아들의 재촉에 풀회전을 돌리던 전두엽을 재빠르게 스치고 지나 간 뉴스가 하나 있었다. 바로 얼마 전 일런 머스크와 스페이스 엑스가 로켓 재사용에 성공했다는 뉴스였다. 어딜 가든 '우리 모두 친한 친구' 주의인 아들은 악당이 주인공을 위협하며 엎치락 뒤치락 싸워대는 소년 만화에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그런 아들의 관심을 최대한 오래 끌려면 로켓 발사처럼 역동적이고 강력한 임팩트가 있는 영상이 제일 나은 선택이었다. 게다가 아들에게 우주과학이라는 새로운 관심거리도 던져줄 수 있으니 교육적으로도 나쁘지 않아보였다.


비록 나의 투자 주머니에 자꾸 스크래치를 내는 일런 머스크의 기행을 좋아하진 않았으나, 다른 도리가 없어 유튜브에서 스페이스 엑스의 로켓 발사 장면을 검색하며 아들에게 약간의 배경 지식을 일러두었다.


"동글아, 이건 얼마 전에 엄청 강력한 로켓이 우주에 갔다 온 걸 찍은거야. 우주에 슝 ~ 하고 올라갔다가 다시 샥 ~ 내려왔대. 엄청 강력하고 멋진 로켓이니까 한 번 볼까 ?"


아들은 "강력한 로켓"이라는 말에 흥미가 동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텔레비전 앞에 정자세를 하고 앉았다. 아들이 얌전해 진 것을 확인한 나는 무슨 내용의 영상인지 보지도 않고 광고 스킵만 해둔 채 아들에게 TV를 맡겼다. 부엌에서 설겆이를 하는 동안 거실에는 미국 아나운서 특유의 과장된 억양으로 로켓 발사를 중계하는 목소리만 가득했다. 의외로 아들이 군말 없이 영상에 집중하는 듯한 기색이니, 일단 안심하고 설겆이에 집중했다.


이 녀석으로 일단 시간을 벌었다. Source: CNBC news


30여분 정도 지났을까. 설겆이를 마칠 때까지 아들은 아빠를 찾지 않았다.


"동글아 ~ 아빠 설겆이 다 했다 ~ 이제 같이 놀자 ~"


아들은 대답이 없었다. 이게 왠일인가, 또 요망한 알고리즘이 이상한 장난감 영상을 틀어줬나 싶어 거실을 살펴보니 TV에서는 이번엔 로켓에 이어 우주왕복선에 대한 영상이 나오고 있었다. 아들내미는 미동도 하지 않고 뚫어져라 TV를 시청하고 있었다.


"동글아, 뭘 그렇게 열심히 보고 있어 ?"


"아빠, 우주에서도 비행기가 날아요 !"


아들은 비행기처럼 생긴 왕복선이 우주를 비행하는 것이 신기했나보다. 눈을 반짝이며 우주왕복선에 대해 새로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을 아빠에게 열심히 알려주느라 아들은 갑자기 바빠졌다. 어어? 정말? 그렇구나 ~ 하며 건성으로 몇 번 대답하던 그 순간, 불현듯 무언가 뒷통수를 치고 지나갔다. 부모는 자식의 눈이 반짝이는 순간을 놓쳐선 안된다던 온갖 육아지침서의 조언들. 지금 이 순간, 아들의 상상력이 지구를 떠나 성층권과 열권 사이 어딘가를 맴돌고 있다는 걸 이 둔감한 아빠가 놓치지 않도록, 아들은 그 예쁜 눈으로 반짝 반짝 발광신호를 보내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재빠르게 아들 옆에 앉았다.


"동글아, 네가 방금 본 건 정말 엄청난거야 ! 저 비행기는 우주왕복선이라는 건데, 우주정거장에서 사는 우주비행사들한테 먹을 것도 갖다주고 버스처럼 우주비행사들을 실어 나르기도 해 !"


"우주정거장 ? 우주에도 버스 정거장이 있어요 ?"


"아, 그건 이름을 정거장이라고 하긴 했지만 사실은 우주에 있는 커다란 집 같은거야. 과학자들이 거기에서 살면서 우주에 대한 여러가지를 실험하고 연구하는 커다란 우주 실험실이야."


"실험실이 뭐지 ? 집이면 우리 집처럼 아파트 같은 거예요 ?"


"음, 말로 설명해주긴 좀 어려운데. 우리 그럼 같이 우주왕복선이랑 우주정거장에 대해 유튜브를 조금 더 볼까 ?"


"네 !!"


아들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아마 이게 왠 떡이냐 싶었을 것이다. 세 개만 보겠다고 약속했는데 갑자기 아빠가 유튜브를 더 틀어주겠다니.


아틀란티스호 발사 영상. Source: NASA official Youtube channel


아들의 활기찬 대답에 바로 유튜브에 '우주왕복선', '우주정거장' 등을 검색해 보니, 역시나 과학과 관련된 주제로 영상을 올리는 유튜버들이 인류의 우주 탐험 역사와 간단한 과학상식을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었다. 그 중 상대적으로 플레이 타임이 5 ~ 10분 내외로 짧은 것을 골라 플레이했다.


첫 번째 영상을 플레이하는 동안은 아들이 영상 속 내용을 충분히 들을 수 있도록 옆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대신 영상이 끝나고 나서, 나의 뇌수 어딘가로 깊숙히 기어들어간 고교시절 지구과학 수업 내용을 멱살 잡고 끄집어 내어 아들과 영상 속 내용에 대해 충분한 대화를 나누었다. 설명충 아빠로 변신한 감이 없지 않았지만, 지금은 지식의 장을 아들에게 들이밀어 줄 타이밍이었기에 망설일 필요는 없었다.


그리고 이어진 두 번째 영상부터는 너무 영상 자체에만 몰입되지 않고 스스로 생각도 할 수 있도록, 중간 중간에 추임새도 넣고 질문도 던져 보았다. 중간 중간 치고 들어오는 나의 질문에도, 아들은 귀찮은 기색 없이 또랑또랑하게 잘 대답했다. 그렇게 20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아들에게 물었다.


"동글아, 유튜브 더 볼까 ?"


"아니요 ! 이제 충분히 본 거 같아요 !"


대답하자마자 아들은 책상으로 가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어 무언가를 그리기 시작했다. 어깨 너머로 슬쩍 보니, 앞이 뾰족하고 날개가 몇 개 달린 것이 틀림없는 우주왕복선이었다. 유튜브 영상과 아빠의 콜라보가 아들의 마음 속에 우주에의 새로운 영감을 가득 불어넣은 듯 했다. 나 혼자서 저 이야기들을 낑낑대며 아들에게 그림이며 글씨로 설명하려 했다면 얼마나 지난한 일이었을까. 아빠의 선구안이 옆에서 잘 작동해 주기만 한다면, 텔레비전이며 유튜브는 생생한 영상이 첨부된 편리한 백과사전으로 승화할 수 있는 충분한 잠재력이 있어 보였다.


아들의 마음 속에 피어난 저 영감이 얼마나 오래 갈지, 어디로 향해 갈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들의 마음 속에 작은 씨앗 하나 뿌릴 수 있게 해준 것만으로도 유튜브의 로켓 발사 영상은 그 존재의 의의를 다한 것만 같았다.


아들이 그린 우주왕복선. 이것 저것 덕지덕지 붙여놓긴 했지만 그래도 멋지게 우주로 날아오를 것만 같다.




매체(Media): n. (특정한 목적을 위한) 도구, 수단


육아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조언은, 영상매체는 시청자에게 일방적인 정보만 전달하여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의 발달을 저해하므로 되도록 보여주지 말라는 것이다. 논문까지 찾아보지 않더라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자극적인 컨텐츠와 알고리즘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멀리 갈 것도 없이 출근길 지하철만 타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그 붐비는 지하철 안에서도 손잡이 대신 핸드폰에 한 몸 의지한 어른들이 얼마나 많던가. 어른들도 이겨내기 힘든 알고리즘의 마력은 당연히 아이들에게도 강력하게 작용할 것이 틀림없다.


하지만 매체라는 단어를 사전에 찾으면 '대중매체'라는 뜻 말고도 '도구, 수단'이라는 뜻이 함께 튀어나온다. 도구 그 자체에는 선악이 없다는 말은 너무 유물론적일까 ? 사실 TV나 핸드폰 그 자체에 아이를 홀리거나 멍텅구리로 만드는 능력이 있지는 않으므로 매체 자체가 문제인 것 같지는 않다. 물론 핸드폰을 건네준 아이가 몇 분 안되어 앱을 깔고 놀기 시작했다는 괴담도 있긴 하지만, 도리어 아이가 새로운 물건을 활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깨우치게 자극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핸드폰 같은 기계 문물은 칭찬(?)받아 마땅해 보이기까지 한다.


Source: Unsplash


그렇다면 역시 매체를 통해 전달되는 컨텐츠가 문제인 것일까 ? 일견 그런 것 같아 보이지만, 한 스텝 더 생각해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니다. 메가히트 유아 컨텐츠 '핑크퐁'을 생각해보자. 핑크퐁의 핵심 컨텐츠인 '상어가족'은 할아버지 상어부터 아기 상어까지 삼대가 총출동해서 날이 갈수록 약해져가는 가족간의 유대의식을 아이들에게 함양해 주는 가족지향적인 컨텐츠이다. 할아버지가 얼마나 멋진지, 할머니가 얼마나 자상한지를 세상의 다른 어떤 동화책보다도 직관적으로 빠르게 알려주는 상어가족들에게 비난의 돌멩이를 던질 수야 있겠는가.


결국 TV나 핸드폰의 효용은 그 연장을 쓰는 '목수' - 즉, 부모 - 의 마음가짐에 달려있다는 유물론적 변명이 과히 틀리지 않아 보인다. 아이들의 사고의 흐름은 거침없이 흐르는 강물과 같다. 그 흐름을 이끄는 주도권을 컨텐츠와 플랫폼에 넘기지 않고, 오히려 그것들을 능수능란하게 부려 아이의 세상을 크게 넓혀주는 창고로 사용하겠다는 부모의 자신감. 아이의 손에 미디어를 쥐어주되, 그것을 제대로 다루는 방법을 함께 찾아가는 부모의 자세는 이미 핸드폰이 생활을 지배하는 이 시대에 새로 태어난 육아방식이 아닐까.


이런 '텔레비전 & 유튜브 육아'가 성공적이었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 우리 아들은 헬로 카봇을 틀면 기겁하는 대신 BBC 다큐멘터리 채널을 틀면 아빠 엄마와 이것 저것 묻고 답하기도 하며 흥미롭게 시청한다. 뭐가 됐던, 마트의 장난감 코너에서 변신로봇을 사려고 서성이지 않아도 돼서 정말 다행이다 !



(좌) 아들이 우주에 빠진 즈음 마침 나로호 발사가 있어 어린이집에서 '우주' 수업을 마련해 주셨다. (중) 자기만의 별자리를 그리는 아들, (우) 아들이 그린 인공위성 설계도



핸드폰, 유튜브 붙잡고 사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시죠. 저도 제 아들이 영상물이나 핸드폰보다는 책을 더 많이 붙잡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세대의 아이들은 '디지털 네이티브'라고 하기도 합니다. 활자와 디지털 양쪽에 걸쳐있는 저희 세대와 달리, 아이들은 모든 정보가 디지털화된 세상에 태어났습니다. 디지털화된 정보들을 아예 막는다는 건, 과거의 우리에 대입해 보면 책이나 신문, 텔레비전 없이 살으라는 이야기와 같은 것 아닐까요. 부모들이 디지털 매체를 더 잘 활용하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예 틀어막는 것보다 이 시대에 더 잘 맞는 육아방법이 아닐까 합니다. 평생 핸드폰 안쓰고 살도록 할 게 아니라면요.

물론 플랫폼 업체들의 '가증'스러운 알고리즘이 아이들에게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나라도 더 보여줘야 광고를 한 번 더 틀 수 있는 것이 플랫폼의 속성이니까요. 그래서 매체의 성격을 명확히, 꾸준히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플랫폼은 네가 원하는 걸 보여주는 곳이 아니라 그들이 원하는 걸 보여주는 것임을, 그래서 검색하고 싶은 걸 빠르게 검색하고 그 이상은 불필요한 것임을 어린 시절부터 꾸준히 알려준다면, 이 시대를 살아가는데 충분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키워주는 것 아닐까요.


동글이에게,

동글아. 아빠는 너랑 다큐멘터리 채널 보는게 참 좋단다.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네가 아빠에게 이것 저것 물어보는 것도 너무 행복해. 너한테 대답해 주려면 아빠도 멈추지 말고 계속 공부하라고 이야기해주는 것 같거든. 우리가 직접 발로 가볼 수 없는 세상 이야기를 알려주는 그 모든 놀라운 영상들이 네 머릿속에 있는 세상을 더 크게 키워줬으면 좋겠어.

새로운 것들을 찾아 탐험하는 걸 멈추지 말고 습관처럼 하려무나. 그리고 디지털 매체들을 그런 탐험길의 도구로 활용해 나가길 바래. 그러면 너의 세계는 더 크게 자라날 수 있을꺼야.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