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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Apr 12. 2024

[한 달 리뷰] 제주 타운하우스에서 살기 (1)

제주 생활 한 달 후기

2월 말에 이사를 했고 오늘이 4월 12일이니 제주에 온 지 한 달 반 정도가 지났다. 제주에 내려와 한 달간 생활하며 느낀 점들을 정리해보려 한다.


사실 단순히 제주 살이라 퉁쳐 말하기에는 너무 많은 변화가 있다. 사는 지역이 서울에서 제주로 바뀌고, 아파트에서 주택으로 이사를 했고, 맞벌이었다가 부부동시 육아휴직을 했고, 유치원생이던 첫째가 초등학생이 됐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주 손이 많이 가는 0세 아기가 함께 하는 삶. 거의 대부분이 바뀌었다.


그중에 1. 제주도에서  2. 주택살이(타운하우스) 이렇게 두 가지에 포커스를 할 예정이고, 이번 편은 1. 제주도 편이다.


한 계절도 다 보내지 못한 짧은 시기라 충분히 깊이 있게 파악한 내용보다는 아마도 첫인상에 가까운 글이 될듯하다.


1. 제주도


1) 제주도 날씨 - 제주에는 정말 비가  많이 와요.

한 달 중 적어도 열흘 이상 비가 왔다. 여기 와서 정말 자주 입은 옷 중 하나가 코스에서 구매했던 비옷이다. 몇 년 전 그냥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 샀는데 유용하게 입고 있다. 이제 마음에 드는 레인부츠 혹은 크록스만 사면 된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도 앞뒤로 비가 오는 주에는 안개가 많이 끼고, 정말 안개가 심한 날에는 100m 앞에 있는 건물도 안 보일 정도로 뿌옇다. 하지만 또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한라산에 커다랗게 뒤덮여 있는 구름과 안개가 장관이다.


이사 온 다음 날 아이를 재우다가 우연히 3층에서 창문밖을 내다봤는데 한쪽에는 한라산이 보이고, 반대편에는 바다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우리 집에서 보이는 한라산과 바다

집에서 이런 풍경이 보인다며 남편에게 알려줬는데 그 이후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다. 보통은 날이 맑아도 그렇게까지 멀리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 흔치 않다는 것. 그날이 날씨 운이 매우 좋은 날이었던 것을 한 달이 지나고서야 깨달았다. 얼마 전 제주에 놀러 온 친구는 여행 기간 4일 중 3일 동안 비를 보고 갔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 날씨의 편차가 꽤 크다. 집에서 테니스 수업을 들으러 갈 때 동과 서를 가로질러 25분 정도 거리를 운전을 해서 가는데 집에서는 맑은 날씨에 출발했는데 갑자기 비가 오기도 하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습도가 매우 높다는 말도 들었는데, 아직까지는 건조한 계절이라 그런지 비가 와도 습도 65 이상인 날은 보지 못했다.



2) 제주도 날씨 - 바람아 멈추어 다오(몸살을 앓는 식물들)

2월 말~3월 중순까지 기온은 그리 낮지 않지만 바람이 많이 불어 계속 패딩을 입고 등하교를 해야 했다.(4월이 되고 날이 좀 풀리면서는 낮에 티셔츠 한 장 정도로 입고 다닌다.)


이 집에는 베란다가 따로 없어 서울에서 가져온 식물들을 야외에 두었다. 기온도 높고 비도 자주 오니 식물들이 자라기 좋겠구나 싶었는데 이게 웬걸. 바람 때문에 일주일 만에 무성하던 식물들이 초토화되었다. 서울의 매서운 겨울 추위도 이겨낸, 결혼 후 5년 이상 푸른 잎을 만들어내며 기쁘게 해 주었던 고무나무 이파리들이 전멸했고, 키우기 난이도가 매우 낮은 몬스테라 잎도 모두 갈색잎으로 변해버렸다. 작은 화분들은 줄기가 모두 쪼그라들어 흙만 남았다.

이사 첫날 고무나무/오늘 찍은 고무나무(그래도 새싹이 나고있다! 장하다!)

하지만 동네 다른 분들 집에 놀러 가보니 정원이 온통 꽃밭인 집도 많다. 마당에서 자라는 식물들이 땅에 튼튼하게 뿌리를 내린 것인지. 이사오느라 내 식물들이 몸살을 앓은 것인지는 아직 미스터리다.



3) 제주도 날씨 - 벙거지 모자필수, 선글라스 필수

아이들 등하원을 시키는 엄마들의 패션에 공통점이 하나 있다. 바로 벙거지 모자다. 비가 자주 오긴 하지만 맑은 날에는 해가 눈이 시릴 정도로 쨍하다. 정말 정말 맑다.

날씨 좋은 날 행복한 풍경

높은 건물이 없다 보니 나무그늘 외에는 늘 해 아래 서 있게 되고, 낮에 하교할 때에는 강한 햇볕 때문에 다들 선글라스를 끼고 나타난다.


외출 역시 대부분 실외활동이기 때문에 주말 외출 가방에는 항상 가족 모두의 선글라스 + 막내의 벙거지 모자가 들어있다. 첫째도 한 달 만에 얼굴이 꽤 탔다.

늘 건강검진을 하면 비타민D 결핍으로 나왔는데 이제 걱정 없다. 기미가 걱정이다.



4) 제주의 인프라 - 차는 필수, 면허도 필수

제주에 오면서 가장 걱정했던 것은 인프라였다. 실제로 처음 제주 집을 구하러 온 날 봤던 여섯 군데 집 모두 도보로 갈 수 있는 편의점 하나가 없었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그래서 더욱 그 집들을 선뜻 선택하지 못했었나 싶다. 안 그래도 두 아이로 발이 묶여있는데 어딜 갈 때마다 차로 가야 하는 생활을 해야 했다면 아마 하루하루가 너무 피로했을 것 같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중산간 지방에 있는 시골이지만 하루에도 몇 번씩 왔다 갔다 하는 첫째의 학교와 학원 하나가 도보 5분 거리에 있고 어느 정도 상점들이 주변에 있다. (편의점 두 개, 식당, 카페 다섯 개 정도) 유명한 관광지가 차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어 도서관, 식당, 카페에 어렵지 않게 갈 수 있고, 제주시 번화가까지도 17분이면 갈 수 있다.


어차피 육아를 하면 외출 자체가 고행이기 때문에 맛집이나 카페는 그다지 아쉽지 않지만 '소아과'와 아이의 '학원'이 먼 것이 많이 아쉽다.

초등학교 1학년은 1,2시 정도면 끝나서 학원이 절실한데 어느 정도 번화한 곳까지만 학원 셔틀이 다닌다. 수영이나 줄넘기, 음악 학원 등 예체능을 배우게 해주고 싶어 7개 정도 학원에 문의해 보았으나 우리 동네까지 셔틀 운영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대부분 번화가인 삼화~노형 주변 근처까지만 셔틀 운영이 된다. 차마 픽업까지는 자신이 없다. 흑.


또 우리 집은 차 한 대로 생활 중이라 소아과 등에 방문할 때에는 한 명이 볼일을 보러 가며 소아과에 내려주고 데리러 오는 식으로 이동해야 한다. 두 아이가 함께 아플 때에는 어김없이 네 식구 총출동이다.



5) 제주의 인프라 - 장보기, 반찬 가게. 이놈의 먹고사는 일

음식 배달은 서울처럼 배달업체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각 가게에서 직접 배달을 하는 몇 군데만 지원이 된다. 손으로 셀 수 있을 만큼 아주 적은 개수의 배달음식점이 있지만 한 번도 이용하지 않았고 원래도 배달음식을 자주 먹지 않기 때문에 큰 불편은 못 느끼고 있다.


내가 가장 걱정했던 건 마트 배달이었다. 서울에서는 당일 배송되는 B마트를 일주일에 2~3번씩 주문하는 단골이었는데, 여기선 매번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가야 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제주에도 이마트와 홈플러스를 포함해 여러 대형 마트들이 있는데 내가 사는 곳은 다행히 홈플러스에서 배달이 가능한 지역이라 앱으로 식자재를 주문한다.

네 가족이 집에 있으니 얼마나 빠르게 먹어치우는지, 배달이 안 됐다면 고생할 뻔했다. 홈플러스나 이마트 앱에서 이사할 지역 주소를 넣고 미리 배송이 가능한 지역인지 확인하는 것이 필수!


당근마켓을 통해 알게 된 반찬배달가게도 유용하게 이용 중이고, 귤이나 당근 등 과일 야채는 대량으로 싸게 파는 경우가 많아 종종 당근마켓으로 구매한다.


아참, 쿠팡도 된다. 서울보다는 1~2일 정도 느린 로켓배송이지만 배송비도 무료라 정말 잘 쓰고 있다.

쿠팡 만세! 로켓배송 만세!



6) 제주의 인프라 - 아쉬운 게 하나 있다면.

서울에서는 날씨가 좋지 않거나 추우면 백화점이나 대형 쇼핑몰에 가서 안락하게 주말을 보냈다. 기저귀갈이대, 수유실, 유모차 끌기엔 그만한 곳이 없으니.


제주에는 대형 쇼핑몰이나 백화점처럼 쇼핑, 밥, 커피 등을 한 번에 끝낼 수 있는 장소가 없다. 겨우 잠든 아기를 차에 태웠다 내렸다 하며 깨우느니 외출을 안 하는 것이 낫기 때문에 정말 외출이 하고 싶은 날이면 한두 군데만 들렀다 돌아오거나 차를 대고 걸어서 여러 군데를 들릴 수 있는 곳으로 경로를 정한다.


제주에 내려온 이유 중 하나는 서울에서 누구를 만나든, 어디를 가든 소비가 중심이고 그것을 누리는 삶에 조금 지쳐서이기도 하다. 자연과 계절을 누리는 삶을 꿈꾸며 제주에 왔는데 대형 쇼핑몰이 그리운 내 모습이 아이러니.

적응하기 위한 노력이 좀 더 필요하겠지. 남편에게 외쳤던 말을 다시 되새겨 본다.

"우리의 적응 능력을 테스트해 보자!"


아, 사실 정말 정말 아쉬운 게 딱 하나 있는데, 예쁜 가구나 문구잡화 구경할 곳이 없다. 인스타에서 잔뜩 팔로우하고 있는 빈티지 가구 샵들은 그림의 떡이라고 해도 무인양품과 이케아가 좀.. 많이 그립다.

이사오기 전 이삿짐 업체에서 신신당부한 말이 이제야 실감이 난다.


혹시 가구 구매하시면 짐이 늘어나게 되니까 꼭 이야기해주셔야 해요. 다들 제주도로 이사 오실 때 이케아 가구를 그렇게 사시더라고요.



7) 자연 자연 자연

기대한 대로 정말 늘 자연 속에 있다. 운전할 때엔 늘 도로 양쪽에 거대하고 울창한 숲길 혹은 논밭이 있고, 도서관, 보건소, 마을 입구 등등에는 100년은 넘어 보이는 거대한 나무가 꼭 있다.


식당과 카페도 도심에 있는 곳이 아니라면 어느 정도 자연친화적인 인테리어는 기본이다. 굳이 찾아가지 않아도 숲 뷰, 밭 뷰, 바다뷰다.

바다가 보이는 보말 칼국수 집, 녹차밭 고양이 뷰(?)카페


플랜테리어 카페 찾아갈 필요가 없어요


심지어 런던베이글도 바다뷰다


카페 옆에 목장을 운영하는 곳도 많아 특히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첫째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공간이다.

더 어릴 때부터 서울에서 계속 동물원을 가고 싶어 했는데 동물원에 가는 것이 결국 동물을 괴롭히는 것과 같다고 말해주며 가지 않았다. 첫째에게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었는데 제주에서는 자연스럽게 목장을 보게 되는 경우도 많고, 노루 자연생태관찰원, 자연생태공원 등 야생동물들을 보호해 주는 곳들이 많아 마음 편히 방문할 수 있다.

어른도 이런 커다란 동물들을 보면 마음이 몽글몽글하다. 귀여운 동물들



8) 제주도에서 쓰레기 버리는 법. 독특한 분리수거 시스템.


제주에는 집집마다 쓰레기 수거가 가능하지 않다. 지역마다 <클린하우스>라는 별도의 쓰레기 및 재활용품 분리수거 장소에 가서 버릴 수 있고, 음식물쓰레기는  카드를 충전해서 찍는 시스템이다. 클린하우스에는 분리수거를 도와주는 직원분이 상주하고 계신다.


우리 집도 클린하우스가 멀리 있었는데 다행히 이사하기 얼마 전에 차로 3분 거리에 클린하우스가 생겨서 편하게 이용 중이다. 고맙게도 남편이 전담해서 일주일에 1-2번 정도 갖다 버리고 있다. 우리 집 같은 경우 개들의 배변패드, 아기 똥 기저귀 때문에 쓰레기를 정말 자주 버려야 하는데 여름이 조금 두렵다 ㅠ.ㅠ

제주의 클린하우스


다음 편은 2. 주택살이(타운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다.

모두들 한번쯤 살아보고 싶어하는 타운하우스, 과연 꿈꿔왔던 전원생활 일 것인가!(뚜둥!)



**예고편**

여보..!! 마당에 저게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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