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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잡곡자매 Apr 06. 2024

은혜 갚는 강아지

귀여운게 최고야

하교한 하임이와 걸어 나오는 길, 운동장에서 놀고 있는 친구들을 보더니 자기도 놀고 가고 싶다고 한다. 30분만 놀고 가자고 약속을 한 후, 벤치에 앉으려는 내게 하임이가 다가온다.


- 엄마, 나랑 같이 놀아줘.

- 하임아, 저기 놀고 있는 친구들 중에 같은 반 친구들 없어?  

- 저기 있어.

- 하임이가 놀고 싶은 친구 있으면 가서 같이 놀자고 이야기해 봐~


아이가 친구들에게 다가간다. 이미 놀이에 푹 빠져 신나게 놀고 있는 친구들 뒤에 머뭇거리며 서 있는 아이를 보며 먼발치에서 함께 마음을 졸인다. 곧 용기를 내서 같이 놀자고 말하는 듯하다.

한창 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친구들에게 하임이의 작은 목소리가 미처 닿지 않았나 보다. 다른 곳으로 우다다 뛰어가는 친구도 있고, 하던 놀이에 푹 빠져 있는 친구도 있다. 친구들의 시선 밖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아이를 보며 안타까움에 에고.. 하는 소리가 절로 난다.

남자친구들 같은 경우 워낙 큰 소리를 내며 놀거나 놀이에 집중해서 못 듣는 경우가 많고, 여자친구들은 이미 자신이 친한 친구와 놀고 있으면 끼워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후자의 경우는 더욱 끼기가 힘들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언제까지고 내가 도와줄 수 없는 영역이기 때문에 아이가 스스로 무리에 끼거나 혼자 노는 힘을 기르도록 기다려주는 방법밖엔. 부모의 역할 중 가장 힘든 것이 돕고 싶고, 답답해도, 스스로 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는 일이 아닐까 싶다. 대신 힘들어해주지 않고, 대신 아파해주지 않고, 대신 해결해주지 않고.. 그저 기다리는 것.


집에 돌아와 남편에게도 오늘 이야기를 해주고, 짠한 마음에 집에서 아이와 열과 성을 다해 놀아주었다.

자기 전 내 팔을 베고 있는 하임이와 마주 누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 엄마, 오늘 학교에서도 학원에서도 너무 심심했어. 근데 집에 와서 엄마랑 아빠랑 캐치볼도 하고, 오목도 두고 알까기 할 때 너무 재밌었어. 다행이야.


그리고는 피곤했는지 금세 잠이 든다. 잠이 든 아이 얼굴을 보며 괜히 한번 볼을 쓰다듬어 본다. 집에서 말도 많고 장난도 잘 치고, 웃음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계속 긴장 상태로 주변을 살피고 있을 모습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다.




다음 날 아침, 하임이와 함께 등굣길을 나서기 위해 신발을 신고 있는데 콩이가 현관으로 나와서 자기도 나가겠다고 고집을 부린다.


- 콩이야 들어가~ 지금 산책 가는 거 아니야. 안 돼.

- 엄마, 콩이도 산책하면서 같이 갈까?

- 아. 그럴까? 오늘 준비도 빨리 해서 여유 있으니까 같이 가도 되겠다. 콩이야 끈메자!


콩이는 뜻밖의 산책에 흥분해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겅중겅중 뛰고 난리법석이다. 냄새를 맡았다가 갑자기 우다다 뛰어서 남의 집 마당으로 들어가려고 해서 몇 번을 말리고서야 겨우 학교에 도착한다.

우와! 귀엽다!!

- 우와~ 누구네 강아지예요?

- 이름이 뭐예요? 만져봐도 돼요?


등교하던 아이들이 콩이를 보고 하나 둘 모이더니 발을 동동 구르며 귀여워한다. 어느새 콩이가 어린이들 틈에 둘러싸여있다.


- 하임아, 너네 강아지야?

- 응! 콩이야. 엄청 순해.

- 너무 귀엽다!


하임이 콧구멍이 벌렁벌렁한다. 정말 순하다는 것을 증명하듯 괜히 콩이 얼굴에 볼을 부비고, 큐레이터라도 된 듯이 콩이를 쓰다듬으며 친구들에게 소개를 한다.


- 얘들아 이제 다들 학교 들어가야겠다. 하임이도 들어가자. 엄마가 이따 끝나고 데리러 올게!

- 엄마! 이따 또 콩이랑 같이와!


한층 격양된 하임이의 목소리다.

약속한 대로 콩이와 함께 하임이의 마중을 나갔고 또 한 번 준연예인급의 환대를 받았다.




잊고 있었다. 귀여움은 남녀노소 만국공통 통한다는 것을.

게다가 어린이들에게 강아지는 마성의 존재구나. "너 강아지 좋아해?"로 대화를 시작하면 반 이상은 "응!!" 하면서 눈을 반짝인다.

어린이들이 우리 집 앞을 지날 때면 개들을 보러 기웃거리고, 콩이를 보러 놀러 오는 친구들도 생겼다.

나를 하임이 엄마가 아닌 콩이엄마라고 부르며, 콩이는 어디 있느냐고 안부를 묻는다. 그러면 또 하임이는 콧구멍을 벌렁이며 "집에 있지 어디있긴~"하며 킥킥 웃는다.


개들은 이미 귀여움 하나로 모든 몫을 충실하게 다하고 있는데 이렇게 언니의 사회생활 치트키로 또 한 몫을 더했다. 포근한 방석, 함께한 산책, 7년간 먹어온 간식을 잊지 않고 이렇게 은혜를 갚는다.


고구마와 사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인 줄 아는 우리 개들. 집에 같이 있어도 품에 안겨 애교를 부리고 반겨주는 보리 콩. 누워있는 둘째의 볼을 할짝 자꾸만 핥아주고 가는 우리 개들.. 착하고 착한 내 개들.. 고맙다. 착해서 고맙고, 귀여워서 고맙다.



귀여운 건 글로 백날 설명해봤자 소용이 없는 것을 알기에 사진을 가득가득 올립니다.


엄마 둘째 말구 우리 좀 만져주새오


자꾸 뽀뽀해서 제지당하는 중


마당 생겨서 행복한 강아지




오래오래 살아 우리 보리 콩이





잡곡자매 이야기 구매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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