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에 머무는 동안

한 달 살기의 설렘으로

by 레이리

내게 주어진 4년의 외국 생활.

그중 1년이 끝나가려고 한다.

내게 외국생활은 새로운 발견이 주는 설렘 그 자체다. 그래서 이 곳 생활이 결정되었을 때부터 자카르타에 어서 빨리 가고 싶었다.


외국은 언제나 날 설레게 하고 흡수하게 만든다.


새로운 언어, 새로운 문화, 낯선 풍경

이 모든 것들이 어우러져 '처음의 설렘'을 안겨준다.

몇 년 전부터 "~한 달 살기"도 유행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나는 감사하게도 '한 달 살기'가 아니라 '4년 살기'이니 내 인생에서 얼마나 값진 시간일까.


충분히 맘껏 그 나라의 일상을 살며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


자카르타 온 지 한 달째는 모든 게 마냥 신기하고 아직 여행자의 기분으로 지냈고 세 달 정도 지나니 비로소 조금 익숙해지는 느낌이었다.

​6개월째는 이 곳의 문화도 제법 많이 보이기 시작했고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11월 말부터 우기에 접어든 자카르타


자카르타는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비가 (정말 한 방울도) 오지 않는 건기는 4월~10월 정도이다.

이 시기의 미세먼지는 거의 늘 150~200이다. 그리고 비로소 11월 말쯤 되니 우기가 시작된 듯하다.

작년 12월 24일 자카르타에 도착한 이후 (우기였던) 3개월여간 하늘이 참 맑았다.

서울의 뿌연 하늘만 보다가 자카르타 맑은 하늘, 무엇보다 고층아파트에 시야가 막히는 일 없이 저 멀리까지 뻥 뚫린 하늘을 보며 시원함과 상쾌함을 느꼈었다.

그리고 새벽 6시경 해가 뜨고 저녁 6시경 해가 진다. 해가 지면 그야말로 온통 새까맣다. 각 방마다 암막커튼이 있어 커튼을 치고 누우면 숙면을 취한다.


새벽 4시경 이슬람 사원에서 울려 퍼지는 첫 기도가 시작된다. 이 소리를 '아잔'이라고 한다. 보통 예민한 사람들은 이 소리에 잠에서 깨지만 우리 가족은 한 번도 깨지 않았다.



사원이 바로 아파트 옆에 있는데도 새벽기도에 깨지 않았다. 암막커튼의 승리인가? 싶을 만큼 남편과 나, 만 2세 딸아이는 잘 잔다.

농담이 아니고 종종 남편한테 물어본다.

"요새 새벽에 기도하는 거 맞지?"

그리고 낮 12시경, 3시경, 저녁 6시~6시 30분경, 마지막으로 저녁 7시경에 5번째 기도소리가 들린다. 매 기도소리는 20분 정도 되는 듯하다. 그런데 생활하다 보면 소리에 무뎌진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다'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구나 새삼 느끼게 된다.

​게다가 오히려 장점도 있다. 기도소리만 들어도 시간을 저절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아 12시쯤 됐구나, 3시쯤 됐구나..'


그리고 무엇보다 이국적으로 느껴져서 좋다.

'이슬람 국가에 내가 살고 있구나'하는 느낌이 확 들면서 설레는 여행자 세포를 다시금 일깨워준다.

​그렇게 여행자의 기분을 느껴보려 열심히 딸아이와 예쁜 카페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다.


한국에서처럼 지낼 거면 해외에 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여행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추억 하나씩 쌓는 기분으로 돌아다닌다. 물론 하루에 최대 2개까지만. 두 곳 정도 가면 체력이 소모된다.

32개월 딸과 둘이 다니기에 아이 컨디션을 늘 체크해가며 움직이고 있다.




감사한 맘이 늘 있는 것 같다.



이런 풍경을 마주하고 있으면 내게 주어진 이 시간들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



감사한 이 맘을 하루하루 후회 없이 보내는 일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 도시가 주는 행복이 있다.



서울에 한 달 정도 머물렀을 때도 한 달 정도 지나니 슬슬 자카르타로 돌아가고 싶어 졌다.



자카르타가 내게 주는 행복은 크림 바스, 발마사지와 같은 것에만 있는 것이 아니니까.



내가 더 나다울 수 있고

더 과감하게 부딪혀보고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받아들이고

성장하고 도전할 수 있는 일상을 보낼 수 있으니



어쩌면 그것이 내 인생에서 귀한 선물 같은 시간이 될 수 있을 것이란

설렘.. 그것이 행복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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