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듯 여행하듯 흐르는 삶

발견의 기쁨이 가득한 자카르타 일상

by 레이리


여행지에서 시간은 더 천천히 흐른다.


다른 언어와 낯선 풍경이 우리에게 주는

긴장과 설렘.


서울과 똑같은 24시간일터인데

시간의 농도와 밀도가 다르게 느껴진다.


@ Cliq coffee & kitchen


그래서 단 며칠을 있어도 누군가는 인생의 방향을 새로이 정하고 시각과 관점이 달라지기도 한다. 그것이 여행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일 것이다.




이 곳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에 머물듯 여행하듯 하루하루를 지낸다.



여행 정신=삶의 정신
우리는
장소를 바꾸기 위해서가 아니라
시간을 바꾸기 위해서 여행한다

장 피에르 나디르, 도미니크 외드 <여행 정신>



7년 전쯤 스크랩해 두었던 글귀가 다시금 마음에 들어온다.


제목부터 <여행 정신>, 간결하고 인상적이다.



여행에 대한 생각에는 언제나 도피를 꿈꾸는 마음이 어느 정도 깃들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을 둘러싼 배경과 반복되는 일상을 바꾸기 위해 닻줄을 푸는 행위는 해방의 한 단면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으로 훌쩍 떠나 자유를 얻는다는 것은 시각을 바꾼다는 뜻이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미리 써놓은 악보대로 연주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는 즉흥적으로 살고, 예상치 못한 일에 황홀해하며, 깜짝 놀라기도 할 줄 안다는 의미다. 효율성과 안전, 시장 경제라는 씁쓸한 핑계 아래 여행자들은 점점 더 무리 지어 다니고 하나부터 열까지 모든 일에 제약을 받는다. 차라리 이런 시스템에 고장이라도 나서 여행자들을 자유롭게 풀어주면 얼마나 좋을까!--- p.119-120


여행은 삶과 같다. 목적지가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길이 중요하다. 시간에 쫓기며 정해진 목표를 향해 서둘러 갈 권리도 있겠지만, 길가에서 경험하는 경이와 아름다움을 놓친다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p.72


“삶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고, 모험을 결코 두려워하지 말며, 우연과 행운과 운명을 신뢰하라. 그러면 나머지는 덤으로 주어지리라.” --- p.203  출처: <여행 정신> 책 속으로, 예스 24




그야말로 여행 정신이라 부를 만하다.

아니, 삶의 정신으로 받아들여도 될 것 같다.


인생도, 여행도 직선 코스보다는 에둘러 갔을 때 더 많이 느끼고 경험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


저자가 말하듯, 목적지에 가는 것보다 거기까지 가는 길에 무엇을 보고 마음에 담고 느꼈는지 그 과정이 우리의 여행이자 삶 그 자체일 것이다.


“계획이 다 세워져 있는데 어떻게 경이에 빠질 수 있겠는가? 코스가 다 짜여 있는데 어떻게 길을 잃을 수 있겠는가? 일정이 다 잡혀 있는데 어떻게 놀랄 수 있겠는가?”

목적지를 의식하지 않고 천천히 달리는 야간열차처럼, 구불구불한 길을 덜컹거리며 다니는 리스본 전차처럼 자유, 그 고유의 ‘정신’이 접목된 ‘여행’이야말로 진짜 여행이라고 책은 역설하고 있다. 관광객 중 한 명으로 살 것인지, 좀 더 현명한 여행자의 삶을 꾸려 자신을 변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해답은 여행자 자신에게 전적으로 달려 있다. 

출처: 문화일보 <250개 항목에 스토리 담은 ‘색다른 여행’ 길잡이> 김고금평 기자/책 <여행 정신> 소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여행하듯 일상을 바라볼 수 있으니 지금 나는 인생의 특별한 경로를 지나고 있는 셈이다. 나중에 한국에 돌아간 후에도 이 곳에서의 시간들을 추억할 때 미소 지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이야기가 나오면 “~해서 참 좋았어. 인도네시아는 이러이러해서 참 좋았어..”라며 난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말하겠지.


@ Kopi PONO


같은 환경에 있어도 누군가는 불평을 늘어놓고 누군가는 좋다고 얘기한다. 기왕이면 좋은 것들을 많이 발견하고 그 즐거움을 만끽하며 지내고 싶다.


@ Paisley Things Jakarta





우기의 청명한 자카르타 하늘



인생은 머물다 가는 것.

머무는 동안 주어진 시간을 나답게 사는 것.





인상적인 문구들과 만나다



자카르타의 하루하루는 발견의 기쁨이다.

여행자 시선으로 보면 새롭고 신기한 것 투성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문구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 Crematology X cipete


프랑스 가게 <에릭 카이저>의 문구가 눈길을 끈다

에릭 카이저 빵의 5가지 성분
1. 물
2. 효모
3. 소금
4. 밀가루
5. 그리고 열정 가득


@ Pondok Indah Mall, Monolog


WHO ARE
YOU WHEN
NO ONE'S WATCHING?



아무도 보지 않을 때

나란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자카르타행이 결정됐을 때

하루라도 빨리 서울을 벗어나 자카르타로 가고 싶었다.


서울에서의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이 아닌,

새로운 발견이 가득할 새로운 도시로 떠나고 싶었다.


그렇게 일 년여쯤 지낸 자카르타의 하루하루는 여전히 내게 의미 있다.

이 시간들이 소중한 기회처럼 여겨진다.


외국이라서 더 용기 있게,

더 새롭게

평소의 나라면 하지 않을 도전도

과감하게 할 수 있다.


그래서 이 곳에 오기로 결정되었을 때부터

신나고 들떴던 것 같다.


인생의 터닝 포인트 같은 일을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살다 보면 이 곳 생활도 일상이 되어버려

발견과 감동을 느끼는 데 무뎌지기도 하고

아이 챙기며 따라다니느라 한국과 별 다를 것 없는 생활을 보낼 때가 많은데

이렇게 불현듯 마주치는 문구들과 이국적인 풍경들로 인해 다시금 설레 본다.



지난번 포스팅에도 올렸던 인도네시아 팝인데 이렇게 비 오는 밤에 들으면 더없이 힐링이 된다.

https://www.youtube.com/watch?v=JjFeJ608VKc

Banda neira의 <Sampai jadi debu(먼지가 될 때까지)>라는 노래인데 진심을 다해 부르는 모습이 맘을 울린다.




(중략)

넌 내 옆에 있어

Kau di sampingku

너와 있어서 난 안전해

'Ku aman ada bersamamu

영원히

Selamanya

우리가 늙을 때까지

Sampai kita tua

먼지가 될 때까지

Sampai jadi deb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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