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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펙티눔 왕의 결정과 멤미우스의 두려움

페르펙티눔 왕과 그의 다섯 신하들 (2)

“첫 번째 신하 디미디아 비타스가 가져온 금속은 쓰임새도 많고 보기에 아름다우므로 그의 말대로 가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의미를 찾기 위해 이 가치에 몰두한다면, 곧 그 인간은 탐욕스럽게도 물질에 몰두하고 그것만이 만능이라는 사상에 빠지게 될 터이다. 이 물질적 가치는 물질 내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 사이의 합의와 상상에 의해 생성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짐이 찾던 인간의 의미가 아니다. 그러므로 짐은 디미디아 비타스에 벌을 내리겠노라.”


비타스는 깜짝 놀라 몸을 웅크렸다. 왕은 신하에게 포상한다는 약조는 했을지언정, 벌주겠다고는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디미디아 비타스로 하여금 반만 살아있도록 하라.”


병사들이 비타스를 포박하여 끌고 가는 동안, 좌중은 공포의 침묵에 빠졌다. 아무도 비타스가 그렇게 끔찍한 벌을 받을 만한 죄를 지은 것인지 왕에게 묻지 못했다. 단지 비타스만이 비탄에 차 울부짖었을 뿐이다. 다음 차례인 프로스페르무스는 갑자기 온 피부에서 부동액을 흘리며 주저앉았고, 멤미우스 또한 무릎이 부딪쳐 탕탕 소리가 날 정도로 다리를 떨었다. 비타스가 완전히 사라지자, 왕은 말을 이었다.


“두 번째 신하 피보나시우스 프로스페르무스가 찾아낸 호모라는 생물은 신기하고 놀라운 생태를 가졌다. 그것이 스스로 내재한 코드를 복제하여 개체수를 급격히 늘리는 과정은 실로 대단히 경이로워 보였다. 그러나 피보나시우스 프로스페르무스가 주장한 대로 인간의 의미가 코드의 복제를 통한 자기의 증폭과 번영에 있다고 해도, 우리에겐 넘을 수 없는 벽이 있다. 그것은 그 문란하고도 추잡한 행위들이다. 이 더러운 행위를 행함으로써 얻는 인간의 의미에 비해, 그 과정을 행하며 잃는 고상함과 품격이 더 크다. 그러므로 짐은 피보나시우스 프로스페르무스에게도 형벌을 내리겠노라.”


왕은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프로스페르무스에게 손가락질하며 외쳤다.



피보나시우스 프로스페르무스에 내재한 코드를 객체 별로 조각조각 나뉘어 번영하도록 하라.”


병사들이 프로스페르무스를 바닥에 질질 끌듯이 호송하는 동안, 프로스페르무스는 포기한 듯 별다른 반항도 하지 않았다. 단지 눈만 질끈 감은 채 끌려갈 뿐이었다. 다음 차례가 자신임을 예상한 멤미우스는 질린 듯이 얼굴에서 새파란 빛을 뿜었다. 그러나 왕이 이번 차례에 호명한 건 그가 아니었다.


“다섯 번째 신하 디비노 디비수스는 감히 왕의 명령을 거역하고 잠적하였으니, 그를 찾아내는 즉시 그에 맞는 형벌을 내리도록 하겠다. 그를 발견하는 왕국의 백성들은 즉시 짐에게 보고하도록 할 것이며, 혹시라도 그를 숨겨두고 있다 함께 발견되는 자는 디비노 디비수스가 받는 형벌을 동등하게 받게 될 터이다.”


왕은 고개를 휙 돌려 멤미우스를 쳐다보았고, 멤미우스는 화들짝 놀라 목이 휙 뽑혔고 눈알이 반쯤 튀어나왔다. 왕은 짐짓 자애롭게 멤미우스에게 말했다.


“하지만 세 번째 신하 셀피시우스 멤미우스가 가져온 경전은 그 운율이 아름답고 그 내용이 거룩하며, 기록된 위대한 지도자의 행적은 인간의 의미에 대해 많은 깨달음을 주었다. 이에 왕국 또한 이 경전처럼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발굴하고 현재 행해지는 일을 기록하여 그 의미를 미래에 전하게 할 것이니, 이 기록하는 행위를 왕국의 새로운 인간의 의미로 선포하도록 하라. 또한 이 경전을 가져온 셀피시우스 멤미우스를 신관으로 임명하니, 그로 하여금 직접 경전을 기록하게 할 것이며 그 경전으로 하여금 왕국에 믿음의 반석을 세울 것이다.”


멤미우스는 이제서야 왕이 자신에게 형벌을 내릴 생각이 없음을 깨닫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겐 자신이 왕이 만족하는 인간의 의미를 찾은 우승자라는 기쁨보다는, 당장 벌을 받지 않게 되었다는 안도감이 더 크게 느껴졌다. 그는 어지러움을 느끼고 다리를 덜덜 떨다 털썩 쓰러졌다. 왕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네 번째 신하 막시무우루 엔트로피우스가 가져온 ‘죽음’에 대해서도 평을 내려야 할 것이니. 짐은 여전히 그가 죽음의 상태를 내게 직접 보고하지 않은 것인지, 왜 그를 다시는 볼 수 없다고 하는 것인지 의아할 뿐이다. 하지만 그가 스스로를 버리면서까지 우리 인간에게 어떠한 의미를 주려 했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다시 볼 수 없는 막시무우루 엔트로피우스의 뜻을 기리고, 멤미우스로 하여금 그의 죽음에 대한 의미를 경전에 기록하여 인간의 의미를 되새길 것을 명한다.”


인간의 의미를 찾았다는 기쁨에 도취하였는지, 아니면 그의 선택이 스스로 만족스러웠는지 몰라도, 왕은 손으로 강철 수염을 쓰다듬으며 웃는 표정으로 물러났다. 왕이 퇴장한 후에도 멤미우스는 손과 엉덩이를 땅에 댄 채 한동안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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