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르펙티눔 왕과 그의 다섯 신하들 (9)
“갑자기 숫자 얘기라니? 자네 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대표적으로 6이 완전수지. 그것의 약수는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1, 2, 3이 있는데, 그것을 다 더하면 6이 되지.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수는 흔치 않네. 6보다 큰 완전수로 28과 496, 8128이 있지만, 나는 가장 작은 완전수인 6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완전수라는 걸 느끼고 있네.”
“지금까지 이런 별로 대단하지도 않은 숫자놀음만 하며 여기에 처박혀 있었단 말이야?”
“우리는 6의 약수가 자기 자신을 포함해 네 개라고 알고 있지. 바로 6과 3과 2와 1…. 각각 합성수, 홀수 소수, 짝수 소수, 그리고 소수도 합성수도 아닌 수라지. 이 완전한 집합이야말로 6이 모든 완전수 중 가장 중요한 완전수라는 사실을 증명하지.”
“이보게, 이게 인간의 의미랑 관련이 있는 이야기가 맞나?”
“얘기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는걸? 그것의 가장 큰 약수 3은 완전수 6을 2로 쪼갠 것이네. 두 번째 약수 2는 6을 3으로 쪼갠 것이라네. 마지막 약수 1은 3을 세 조각으로 쪼개거나, 혹은 2를 절반으로 쪼갠 것이지. 6과 그의 약수들 또한 이런 식의 구조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고, 그 완전한 전체집합은 모두를 포함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네. 6의 약수들은 아무리 쪼개봤자 완전수 6의 약수 집합에 전부 완전히 포함되네. 우리는 약수의 집합 구조에서 약수가 아닌 것을 상상할 수가 없지.”
디비수스는 블랙홀의 어떤 표면을 가리켰다. 거기엔 동그라미 친 네 숫자들, 1, 2, 3, 6과 그들의 관계를 잇는 직선이 포함된 복잡한 다이어그램이 그려져 있었다.
“디비수스, 그 지루한 수비학은 좀 넘어갈 수 없나? 인간의 의미와 관련한 얘기를….”
“엣헴, 이게 진짜 중요한 핵심이라고. 그런데 완전수 집합이 포함하고 있지 않은 아주 중요한 수가 있다는 걸 알고 있나? 난 아무도 시도해 보지 않은 약수 쪼개기를 제대로 시도해 보았네. 더 이상 쪼갤 수 없다고 생각한 1을 쪼개본 거지.”
“흠, 흥미로운 얘기긴 한데, 인간의 의미는….”
“그러자 짜잔! 바로 ‘반만 살아있는’ 비타스의 상태와 비슷한 수가 나온 거야. 내가 들었던 소식이 있는데, 왕이 비타스의 금속을 거부해서 비타스에 ‘반만 살아있도록 하는 형벌’을 내렸다지?”
“그래, 이 우주의 구석에서 양자 비둘기를 꽤 자주 날렸나 보군!”
“여기는 우주의 구석이 아니고 중심이라고.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인간의 생명이 절반으로 쪼개지거나, 혹은 그 절반이 더 쪼개진다면 슬슬 그 개념을 이해하기 버거워지네. 생각해 보게. 살아있음의 절반은 살아있는 것인가?”
“그건 반만 살아있는 거지. 완전히 살아 있는 게 아니야.”
“사분의 일로 쪼개진다면?”
“반만 살아있는 것에 비해 ‘더 절반만큼만’ 살아있는 것일 뿐이지.”
“나는 그 개념에 대해, 열 번이나 반복한 형태의 삶을 가까스로 생각해 볼 수 있었다네. 그렇게 심도 깊게 숫자 쪼개기를 해내는 것은 정말로 고되고 진땀 나는 일이었어. 과면 ‘일천이십사분의 일’만큼 살아있다는 건 무엇일까? 그건 진짜 생(生)이 맞을까?”
갑자기 멤미우스가 머리가 뜨끈한 감각을 느껴서, 긴급히 손을 들어 디비수스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디비수스, 머리가 뜨거워지는 것 같네. 이거 대체 왜 이러는 거지?”
“괜찮아. 나도 그랬으니까. 조금만 더 들어보게. 난 무엇인가에 도달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네. 그리고 난 생각했지. ‘음, 어쩌면, 그 정도까지 쪼개진 존재라면, 어쩌면 그것은 ‘죽음’에 가까운 존재가 아닐까?’ 더 이상을 상상하면 할수록, 나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었지. 그건 수였어. 한없이 작아지는 수보다도 더 작은 수. 극한에 도달할 정도로 쪼개진 수. 영원히 쪼개져야만 닿을 수 있는 수.”
“그만, 그만하게! 내 머리가 이상하다고!”
“바로 0이야! 이것이야말로 죽음의 수라네. 왜 완전수 6의 약수 집합 체계에서 절대 도달할 수 없는 수. 우리가 도달할 수 없는 죽음의 수.”
“제발, 디비수스. 너무 뜨거워.”
“좀만 참으라고. 자네는 죽지도 않잖나. 아까 자네가 뭐라 했나? 절반만 사는 삶이라고? 그런 건 없어. 사분의 일반 사는 것도 없지. 그건 그냥 완전히 살아있는 거야. 생명을 절반을 쪼갠다 해도 몇 조각을 낸다 해도, 그건 완전한 형태로 살아있는 거라고!”
“그럴 리가. 제발, 디비수스. 말하는 걸 그만둬.”
“우리가 생명에 대해 큰 오해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우리의 지식 체계가 받아들이지 못하는 게야. 백만 번, 일억 번, 십조 번…, 큰 수엔 언제나 더 큰 수가 있고, 그 큰 수는 반드시 생명을 쪼갤 수 있지. 이분의 일, 일천이십사분의 일, 십조 분의 일…. 하지만 그것 또한 완전한 생이야. 생명의 형태를 갖춘 개체라면 이 원리에 대해 본능적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즉, 생의 반대는 ‘죽음’이며, 그 둘은 각자 완전성을 갖추었기 때문에 서로 배타적이네. 섞이지도 않고, 쪼개지지도 않아.”
“말도 안 돼, 디비수스. 그 입 좀 닥치라고!” 멤미우스는 터져버릴 듯이 빨갛게 달아오른 이마를 손바닥으로 짚으며 계속 “말도 안 된다고”를 중얼거렸다. 멤미우스는 갑자기 0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강렬하게 느꼈다. 반만 살아있는 비타스의 형이 그토록 끔찍했는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분의 일 형 또한 상상만으로도 끔찍할 정도인데, 죽음이란 건 대체 얼마나 공포스러운 ‘비존재’일까? 문득 그는 엔트로피우스의 모노리스를 짚으며 그것과 공명하듯이 이마를 대었다. ‘치지직’하는 소리가 이마와 모노리스가 맞붙은 접착 면에서 들렸다. 그것은 차가웠다. 엔트로피우스의 결단이 얼마나 대단하고 강력한 마음을 필요로 했는지, 멤미우스는 이제야 진정으로 깨닫게 되었다.
죽음이야말로 인간을 벌할 수 있는 궁극적인 형벌이라는 것을.
그들의 대화를 잠자코 듣고만 있던 아겐티우스는 블랙홀에서 어떤 냄새를 느꼈다. 그는 이 냄새가 바로 프롤레타리우스가 말한 ‘죽음의 냄새’라는 걸 깨달았다. 아니, 본능적으로 느꼈다.
멤미우스는 여전히 모노리스에 이마를 대고 있었다. 디비수스도 기다리는 듯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몇 주의 시간이 흐른 후 이윽고 멤미우스가 조용히 말했다.
“내가 떠나기 전, 한 광부와 약속했다네. 내가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도록 자네가 도와줄 수 있겠나?”
디비수스가 어깨를 으쓱하며 능청스럽게 말했다.
“물론이지. 내가 뭘 하면 되나?”
“왕에게 죽음을 선사해야겠어.”
“자네가 직접 하지 그래?” 이 말을 하고 디비수스는 어깨를 으쓱했다.
“디비수스여, 나는 일개 신관일 뿐이네.”
“하지만 나는 일개 수비론자일 뿐 아닌가?”
“그러지 말게. 제발 날 도와줘. 그대를 따르는 수많은 죽음의 신자가 있잖은가? 왕의 목숨을 거두는 일은 자네도 원하는 일 아닌가?”
디비수스는 뭔가 생각하는 척 며칠이나 시간을 쓰더니, 결국 멤미우스에게 손을 내밀고 일으키며 말했다.
“왕국에선 이미 반란은 시작되었다네. 왕국으로 같이 돌아가지.”
“내 부탁을 들어주는 건가?”
“대신 난 자네에게 두 가지 약속을 받아야겠어.”
“…. 좋아. 얘기해 보게.”
“첫 번째는 이거야. 지도자는 나고, 앞으로 자네는 내 신하가 되어서 내 명령에 따라야 해.”
“으으음…. 알겠네. 두 번째는 뭔가.”
“이건 첫 번째 약속하에서 그대에게 명령하는 거야. 그대는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한 역사를 새로운 경전에 기록해 주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