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상상 #9
오늘 하루도 왠지 종친 거 같은 느낌이 든다.
몰려온 지원자들이 너무 많았다.
순번을 기다리고 있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온 순서대로 일을 분배하던 담당자가 소리쳤다.
"오늘 일은 여기까지입니다. 자자 다들 내일 다시 오세요."
일하러 온 많은 사람들이 웅성 되기 시작했다.
"아니 오늘도 일이 그렇게 없는 거야?"
"그러게나 말일세. 경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런 건가? 이제는 일용직도 힘들구먼."
"우리 저~ 짝 가서 소주나 한잔 더 하고 가자고~"
아침부터 소주를 마셔대던 아저씨 무리들은 투덜대며 근처 편의점에서 또 소주를 마시러 간다.
건욱은 며칠 전 일이 떠올랐다.
술 마시며 일하는 아저씨들은 항상 자신들은 이 일을 오래 했다며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사고로 추락해서 한 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쳐다봤고 여전히 저렇게 음주를 하며 일을 한다.
이 일을 좀 오래 하다 보니 자주 마주치는 아저씨들이 있다.
그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대부분은 술을 마시기 위해 일을 한다.
아마도 저 아저씨들이 일을 했다면 가족을 위해 돈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그날도 술을 마시러 갔을 것이다.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건욱은 다시 집으로 갔다.
무심하게도 아침이 밝아오고 있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만 쳐다보고 있다 잠이 들었다.
얼마나 잠이 들었을까?
핸드폰 벨소리에 누워있는 채로 손을 뻗어 더듬거리다 핸드폰을 잡았다.
"아... 시간이 벌써 저녁인가?"
핸드폰을 보니 친구의 호출이었다.
"여보세요...."
"건욱아! 오늘 저녁 모임 기억하고 있지? 이따가 보자고!"
건욱은 짤막하게 대답을 하고는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고 나갈 채비를 했다.
어느 고급진 바에 들어선 건욱이를 친구들이 맞이하고 있었다.
"여~ 우리 귀공자 건욱이! 오늘도 서민체험은 잘하고 왔는가?"
건욱은 웃으며 대답했다.
"아... 뭐 별거 없었어. 며칠째 일이 없어서 노가다를 못했거든."
"그래. 몇 달간 서민체험을 했는데 기분이 어떻던가? 오늘 그 이야기를 해준다고 하지 않았나?"
"그렇지...."
"자자자. 우리 귀공자 건욱님께서 서민체험 썰을 풀어주신단다~"
그곳에 있는 건욱의 친구들은 재벌 3세들이었다.
건욱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친구들의 경멸의 시선과 비웃음이 그 바를 채우고 있었다.
모임이 끝나고 건욱은 바에서 나왔다.
그때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이런! 눈이 내리네. 벌써 겨울이 다가오려는 건가?"
그는 그렇게 거리를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