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의기쁨 Jul 06. 2024

복수초(福壽草) II

낯선 상상 #10

술을 마신 다른 친구들은 음주운전에 익숙한지 고급차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예전 같았으면 건욱도 음주운전을 했을 것이다.


0 티어 대기업 중 한 회사의 회장 아들이었던 건욱도 그들과 같았었다.

하지만 비웃음과 경멸로 시작한 서민체험은 그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해외 유학 이후 며칠간만 서민체험을 한답시고 알바와 일용직을 전전해왔었다.
과연 나는 그들의 삶을 비웃을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급 옷, 고급 자동차, 고급 아파트는 과연 나의 것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기 시작했다.
결국 내가 이룬 것이 아니라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 즈음 그들의 삶에 더 깊숙이 들어가 보고 싶었다.

수많은 것들을 경험하면서 세상은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 누군가는... 아 거기에는 나도 포함되겠지만 다이아몬드 수저로 태어나 호의호식하고 있다.
어느 누군가는 흙수저로 태어나 그들이 말하는 비루한 삶을 살아간다.
또 어느 누군가는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간다.

내가 본 것들은 일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비루한 삶이거나 그저 그런 삶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표정에는 행복이라는 것을 봤다.

나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그때 만난 그 노숙자 같아 보인 아저씨는 행색이 그랬지만 항상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아저씨는 뭐가 그리 행복하세요?"


"글쎄.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리고 돈은 없어도 출가해서 잘 살고 있는 우리 아들 딸을 볼 수 있는 것? 그거면 된 거지 뭐."


"아저씨 자식들은 아저씨를 좋아하시나요?"


"음... 솔직히 그렇겠나? 아버지라는 사람이 이렇게 살고 있는데 좋아할리는 없겠지. 그래도 말이야 나는 이렇게 돈을 벌어서 우리 자식들 대학까지 보냈다네. 허허허"


일을 마치고 같이 가는 길에 어느 남녀가 그 아저씨를 보고 달려왔다.


아저씨는 흠칫 놀라면서 물었다.


"아니... 여긴... 어쩐 일이니?"


"아빠! 오늘 아빠 생신이시잖아요. 맛있는 저녁 먹으러 가요! 오늘은 우리가 모실게요. 어휴 울 아빠 옷도 하나 사드려야겠다."


아저씨의 행색을 보고 흐느끼는 자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빠. 이제는 자주 찾아뵐게요. 죄송해요."



Julian & Roman Wasserfuhr - Adonis (2013년 음반 Running)


그들의 행복한 웃음소리가 아직도 귓가에서 맴돌고 있었다.

 

건욱에게는 뚜렷한 한 가지 목표가 생겼다.

그 행복이라는 것.

그것을 찾고 싶은 목표말이다.


그전까지는 아버지가 일궈 논 기업 잘 물려받아서 돈 많이 벌면 된다는 아버지의 목표만이 존재했다.

그건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아버지의 목표일 뿐.


하지만 과연 행복을 찾는 목표를 이룰 수 있을까?

내가 일궈내고 그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해왔던 일과는 전혀 다른 길이라는 것을 건욱이는 잘 알고 있었다.

어떻게 그 행복이라는 것을 찾을 수 있을까?


건욱이는 눈이 내리는 그 거리를 걸으며 깊은 고민에 빠졌다.

거리의 조명은 그런 건욱이의 고민을 아는지 모르는지 밝게 빛나고 있었다.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참된 인간으로서의 삶이 먼저라는 것을 건욱이는 알게 된 걸까?

불현듯 그는 입술을 꽉 깨물고 집으로 향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