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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ima

영화 Ida

by 나의기쁨

2013년 폴란드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을 하는 감독이자 각본가인 Paweł Pawlikowski,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영화 <Ida>는 국내에서는 2015년에 소개가 되었다고 하는데 내가 이 영화를 본 것은 코로나 팬더믹 시기에 봤다.


이 영화를 본 것도 참 뜬금없는데 수많은 상을 받았다고 하지만 사실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일단 포스터도 뭔가 예술 영화 느낌도 나고 대략적인 내용을 보면 별로 흥미가 땡기는 영화는 아니었는데 개인적으로 로드무비를 좋아하는 나에게 매력적인 로드무비라는 타이틀 하나만으로 그냥 본 영화였다.


백신도 안 맞은 나는 회사에서 동료들과 점심 먹으러 갔다가 나만 쫓겨나다시피 했던 기억들 때문에 우울한 참에 재미없어 보이는 예술 영화를 굳이 봐야 하나 싶었는데 마치 귀신에 홀린 듯 본 영화라는 것이다.


정말 기대 1도 안 한 영화지만 와이프와 아이를 재우고 혼자 이 영화를 보다가 그날 3번을 보는 기행을 펼쳤다는 것에 나 자신도 놀랬던 그런 영화이다.


이 영화는 파벨 파블리코프스키 감독의 또 다른 영화 <Cold War>까지 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2011년에 발표했던 <파리 5구의 여인>로 알려진 <La Femme Du Vème>도 감상하게 되는데...


재미는 보장 못한다!!!


아무튼 대략적인 시놉시스는 엄마 찾아 삼만리 같은 느낌을 준다.

물론 전혀 다른 이야기다!



1960년대 폴란드의 어느 수녀원에서 자란 수녀 안나는 자신이 수녀원에 오기 전에 완다라는 이모가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완다를 찾아가는 안나가 겪는 여러 에피소드들은 전형적인 로드무비 형식을 따른다.

이때 완다는 술과 담배에 찌든 삶을 살고 있었다.


단순한 로드무비라기보다는 자신의 뿌리, 즉 완다를 만나 자신의 이름을 찾고 - 그녀의 이름은 영화 타이틀인 이다였다 - 완다와 함께 돌아가셨지만 부모님을 찾는 여정 중 만나는 인연들과의 이야기들 그리고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가는 한 사람의 여정을 정말 잔잔하게 보여준다.


흑백 화면이지만 굉장히 투명하다는 느낌을 준다.


재즈 레이블 ECM의 느낌마저 든다.

공간의 여백이 주는 독특한 영상미가 재미를 떠나서 빠져들게 만든다.


시퀀스는 이렇다.


영화 중반부로 넘어가는 시점에 이모와 함께 여정중 색소폰 연주자 리스를 만나게 된다.

잠깐의 인연.


그리고 결국 어찌어찌 알게 된 이다의 부모님에 대한 결말과 더불어 이모 완다의 아들 역시 그때 같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이모와 헤어진 이다는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가는데...


이거 말해도 되나??


에라~ 모르겠다~


이후 완다는 자기 아들의 죽음에 대한 충격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자살을 하게 되는데 이 사건으로 이다는 그녀의 장례식을 치른 그날 이모처럼 담배와 술을 마신다.


그날 저녁 잠깐의 인연을 가졌던 리스를 다시 만나게 되고 들어간 어느 재즈 클럽에서 흘러나오는 곡이 있었으니!!!


바로 John Coltrane의 오리지널 곡 NaimaEquinox였다.


여기서 나는 무장해제가 돼버렸다.


난 이 곡이 흘러나오는 이 장면을 이 영화에서 최고의 씬으로 꼽고 싶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리스와의 감정적인 교류, 그리고 이어지는 섹스.


수녀원의 삶에서 세상적인 것들을 경험하는 그 순간을 담아내고 있는 장면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저 두곡이 나오는 이 부분을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결혼해서 평범한 삶을 살고 싶은 리스를 뒤로 하고 다시 수녀원으로 돌아가는 이다.

수녀복을 입고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을 보여주며 영화는 끝이 난다.


사실 중간중간 이야기 다 자른 이유는 꼭 보라고 권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영화에서 왜 하필이면 NaimaEquinox를 선택했을까 생각을 해봤다.


일단 John Coltrane 최고의 콰르텟, 일명 황금 콰르텟이라고 불리는 편성의 음반이 발매되기 시작한 Impulse! 시절 이전에 잠시 Atlantic 레이블에서 총 10장의 음반을 발표한다.


컴필레이션 음반 2장을 포함해 정규 작은 8장이다.


Atlantic 레이블의 데뷔작인 60년 음반 <Giant Steps>에 수록된 곡이 Naima이다.

그리고 Equinox<Coltrane's Sound>에 수록된 곡이다.


실제로 <Coltrane's Sound>은 60년에 <My Favorite Things>을 녹음하면서 함께 진행되었다가 중단되었는데 64년도에 Impulse!로 가면서 올라간 명성에 기대에 Atlantic 레이블이 동의 없이 미발표된 녹음본을 편집해서 발매한 음반이다.


연도상으로는 Don Cherry와 함께 한 <Avant-Garde>가 있긴 하지만 기록상으로는 콰르텟 구성으로는 이 레이블의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이때가 바로 John Coltrane에게는 꽤 중요한 시점이었다.


감독은 이 두 곡을 통해서 이다의 어떤 내적인 변화를 표현하고자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이 영화는 감독 개인의 자전적인 요소가 가득 담긴 영화라는 평가를 받는다.



Pharoah Sanders - Naima (1988년 음반 Africa)


John Coltrane의 추종자 중 한 명인 Pharoah Sanders의 연주로 한번 골라봤다.

말로 표현하기 힘든 몽환적인 발라드 Naima!


영화에서도 이런 감성이 정말 잘 묻어나기도 했고 이 글을 쓰기 전에 다시 한번 영화를 봤는데 여전히 그 감성이 느껴진다.


이 곡이 이런 부분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

뭐 개인적인 생각이니깐!



가끔은 이런 영화가 좋을 때가 있다.

현재 내 생애에서는 살아볼 수 없는 인생이 아니던가...



Label: Timeless Records

Title: Africa

Released: 1988


Pharoah Sanders - Tenor Saxophone

John Hicks - Piano

Curtis Lundy - Bass

Idris Muhammad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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