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Limehouse Blues

영화 Sweet And Lowdown

by 나의기쁨

우디 앨런이 재즈 마니아라는 사실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다 아시는 내용이라 생각한다.

실제로 그는 클라리넷을 뮤지션급으로 연주할 수 있는 실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물론 여러 논란이 있는 감독이긴 하지만 일전에 소개하기도 했던 <Midnight In Paris>만 보더라도 알 수 있는데 뉴욕이라는 도시를 배경으로 하고 특유의 냉소적이면서도 독특한 유머 감각을 영화에 녹여내는 걸로 정평이 나있는데 개인적으로는 그의 영화에는 재즈에 대한 애티튜드가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름대로 우디 앨런의 영화를 전부 챙겨본 경우인데 그중에서 99년도에 개봉한 영화 <Sweet And Lowdown>은 재즈 마니아라면 지나칠 수 없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이 당시에는 군대에서 열심히 나라를 지키고 삽질을 했다고 쓴다 있던 상황이라 제대 후에 씨네필을 꿈꾸던 시기에 봤던 영화이다.


사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실제 Emmet Ray라는 전설적인 재즈 기타리스트가 있었나 고민했던 적이 있다.

이 영화의 모티브가 될 수 있는 전설의 레전드 뮤지션 Django Reinhardt, 장고 레인하르트와 비슷한 시기인 1930년대 활동했던 그에 버금가는 Emmet Ray라는 기타리스트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실제 영화에는 인터뷰한 내용도 있고 해서 이런 재즈 기타리스트가 있었나? 생각했더랬다.


하지만 이 영화가 모큐멘터리 또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영화라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나는 영화에 존재하는 캐릭터라는 사실에 멍했던 기억이 나는데 어쨌든 이 영화의 줄거리는 정말 단순하다.


숀 펜이 연기하는 에밋 레이라는 엄청난 실력파 기타리스트가 있지만 막장 인생을 살고 있다.

막장 인생이라기보다는 허세에 쩔어있는 자기밖에 모르고 뭐 뻔한 클리셰 긴 하지만 도박과 술 그리고 여자를 좋아하는 인간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캐릭터로 그려진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장고 레인하르트를 최고로 꼽는 인물이다.


취미도 독특하다.

기찻길에서 지나가는 기차를 본다든가 총으로 쥐를 사냥한다든가 하는 독특한 취미를 가지고 있고 이걸 또 여성에게 어필하기도 한다.

영화를 보다 보면 그의 취미가 꼭 나온다.


그러다가 사만다 모튼이 연기하는 해티를 만나게 된다.

친구랑 내기를 하는 레이.


하지만 막상 이기고 보니 해티가 말 못 하는 벙어리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그의 말을 진심으로 들어주는 해티.


뭐 그러면서 L.A.로 가자고 꼬드기고 그곳에서 이것저것 도전을 해 보는데 실패하고 다시 뉴욕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에서 아마도 가장 백미로 꼽을 수 있는 장면이 있다.


그날도 공연에서 자기가 세상에서 두 번째로 기타를 잘 친다고 허세를 부렸는데 그 공연에 바로 자신이 우상으로 여기는 장고 레인하르트가 관객으로 있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물론 이것은 가짜 소문이었지만 무대 감독이 그에게 농담으로 넌지시 "장고 레인하르트가 무대 맨 앞에 앉아있다는데?"라고 말하고 이에 겁을 먹은 레이는 도망친다.


옥상으로 도망치던 레이는 아래로 떨어지면서 우연찮게 어느 갱단의 위조지폐 공장으로 떨어지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레이 때문에 갱단원들은 혼비백산해서 도망친다.


이 돈으로 하고 싶은 거 다하는 레이와 해티!!!!


이게 말이 되냐고!!!


우디 앨런 특유의 냉소적인 유모가 돋보이는 장면이다.

글로 쓰다 보니 그 느낌이 전달되지 않는 게 아쉽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상당히 재미있다.


그러다 어느 날 우마 서먼이 연기하는 상류층의 어떤 미모의 여인 블랜치 윌리암스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해티를 떠나는 레이!


나쁜 남자!!!


그리고 결혼식까지 올리고 부부의 연을 맺는다.


아니 무슨 진행이 이리 빨라?


하지만 블랜치 윌리암스는 바람을 또 피운다.


그리도 다시 해티를 찾아간다.


아...

진정한 사랑이었다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과거의 연인을 다시 찾아간 찌질이라고 해야 하나?


하지만 해티는 이미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하고 딸까지 두었다.

해티를 연기한 사만다 모튼은 대사 한마디 없이 표정으로 모든 것을 표현했는데 이 장면에서 그녀의 표정이 뭐라고 해야 할는지...


그녀의 잔잔한 웃음과 함께 딸과 함께 레이를 떠나는 그녀의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


여전히 허세와 독특한 취미로 여성을 꼬셔보지만 이제는 어느 누구도 관심을 주지 않는다.


그렇게 그는 절망하고 30년대가 지나간다.

기타를 부수는 장면에서는 짠한 느낌까지...


이후 가짜 인터뷰가 진행되는 형식인데 나는 그걸 보면서 Emmet Ray의 음반이 뭐가 있지라며 찾아봤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영화 사운드 트랙도 그렇고 영화 내에서 이 시대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거의 알 수 없는 코넷 연주자인 빅스 바이더벡이나 시드니 베쳇의 음악들이 흘러나온다.


재즈를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Sweet And Lowdown>였다.



Cannonball Adderley Quintet - Limehouse Blues (1959년 음반 Cannonball Adderley Quintet In Chicago)


일단 영화에서 처음 등장하는 곡이 바로 Limehouse Blues이다.

영화의 시작을 알리는 곡이자 바로 장고 레인하르트로 대변되는 이 명곡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그중에 Miles Davis가 최애 했던 알토 주자 Cannonball Adderley의 연주를 가져왔다.

John Coltrane의 연주도 백미!!!


Joe Pass - Limehouse Blues (1964년 음반 For Django)

Joe Pass는 비밥 시대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기타리스트이다.

하지만 그 역시 장고 레인하르트의 후예라고도 할 수 있을 만큼 그에 대한 애정을 자주 표현했고 그중에 그에게 헌정하는 <For Django>에 수록된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주는 Limehouse Blues 역시 그냥 지나갈 수 없다.



숀 펜이 영화를 위해 엄청난 기타 연습을 했다고 하지만 영화를 잘 보면 안 맞는 걸 볼 수 있다.

실제로 이 영화에서 주로 대역으로 연주한 사람은 실력파 재즈 기타리스트 Howard Alden이다.


Howard Alden는 2006년에 이 영화 타이틀인 <Sweet And Lowdown>을 제목으로 책을 쓰기도 했다.

전통 비밥에 대한 깊은 내공과 더불어 그 역시도 장고 레인하르트를 롤모델로 했던 뮤지션이었기 때문에 우디 앨런의 영화에 참여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뮤지션들의 협업 음반이나 라이브에서는 이 곡을 연주한 영상들은 많지만 실제 Howard Alden의 리더작에는 이 곡이 수록된 음반이 없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이유가 뭐지????



Label: Verve

Title: Cannonball Adderley Quintet In Chicago

Released: 1959


Cannonball Adderley - Alto Saxophone

John Coltrane - Tenor Saxophone

Wynton Kelly - Piano

Paul Chambers - Bass

Jimmy Cobb - Drums



Label: Pacific Jazz

Title: For Django

Released: 1964


Joe Pass - Guitars

John Pisano - Guitars

Jim Hughart - Bass

Colin Bailey - Drums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