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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 Skies

영화 Green Book

by 나의기쁨

2018년에 개봉한 <Green Book>을 보게 된 이유는 재즈랑은 상관이 없었다.

일단 내용도 몰랐고 단지 <반지의 제왕> 시리즈를 좋아했던 나에게 이 영화에 Viggo Mortensen, 비고 모텐슨이 출연한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물론 이 영화에는 제43회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 제76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3관왕,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 각본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했다는 화려한 꼬리표가 붙어 있긴 하다.


하지만 솔직히...


포스터만 보면 정말 재미없어 보였던 영화였다.


진짜 단순하게 비고 모텐슨 한 명만 보고 본 영화이다.

나는 단순한 인간입니다.


하지만 전설적인 피아니스트 Don Shirley와 그와 동행하는 일종의 로드 무비라는 사실과 음악 때문에 집중하며 재미있게 본 영화이다.


그러면서 돈 셜리를 연기한 Mahershala Ali, 마허샬라 알리를 알게 된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돈 셜리라는 피아니스트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다만 영화 초반에 나의 귀를 확 사로잡았던 곡이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That Old Black Magic이었다.


틴 팬 앨리의 대표적인 작사/작곡가인 Harold Arlen가 곡을 쓰고 Johnny Mercer가 가사를 붙인 이 곡은 뭐 이제는 두말하면 입이 아픈 프랭크 나트라도 불렀던 명곡이기도 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비고 모텐슨이 연기한 토니 발레롱가와 돈 셜리의 일종의 로드 무비이다.


뉴욕 브롱스에 있는 코파카바나 클럽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그는 아내와 두 아들을 키우는 가장인데 약간 인종차별적인 면모를 보이는 그런 인물이다.


아무래도 6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으니 실제로 있을법한 인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재즈 우화>라는 책에 나오는 인종차별 관련 에피소드에 나올 법한 행동을 보여주기도 한다.


책에 나오는 에피소드 하나를 소개해 보고자 한다.


공연을 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가다 어느 휴게소에 잠시 들렀습니다.

당시에는 흑인/백인 전용 화장실이 따로 있었는데 너무 급한 나머지 백인 전용 화장실에 가서 큰일을 보는데 휴게소 주인이 총을 들고 난입하면서 그러덥니다.

"흑인이 내 화장실 변기에 앉았어!!! 어서 꺼져"


또는 흑인이 사용한 물건은 버린다든가 하는 이런 행동을 보여준다.


어쨌든 클럽에서 어떤 사건으로 잠시 문을 닫으면서 푸드 파이터 같은 대회나 잡일을 하면서 어럽게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푸드파이터 대회에서 무려 핫도그를 20개 이상 먹었다!!!


그러다 지인의 소개로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8주간 미국 남부 순회공연의 운전수 자리를 추천받는다.


운전수에서 여러 잡일을 해야 하는 일인데 토니가 어처구니없는 돈을 제시한다.

하지만 모두가 토니를 추천했다며 그것을 수용한 돈 셜리!


하지만 벌써 예상이 되는 시나리오로 흘러간다.

처음부터 이 둘은 성격이나 여러 면에서 삐걱거린다.


영화 타이틀이기도 한 Green Book을 건네받는 토니.


참고로 그린북은 실존했던 책으로 원래 타이틀은 The Negro Motorist Green Book이다.

이것은 뉴욕 출신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우편 직원인 빅터 휴고 그린이라는 사람이 1936년부터 1966년까지 발간한 자동차 여행 가이드 서적으로 인종차별의 뼈아픈 산물이다.

그래서 그의 이름을 따서 만든 가이드 서적 이름이 그린 북이다.


위에서 언급한 에피소드처럼 흑인과 백인은 함께 할 수 없기 때문에 흑인을 위한 가이드 서적이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과거를 들춰야 하기 때문에 긴 내용이다.


예를 들면 예전 Charlie Parker가 백인 트럼페터인 Red Rodney와 남부 순회공연 일화는 다른 브런치 글에도 소개한 적이 있는데 흑인과 백인이 함께 하는 공연을 허락하지 않았던 남부에서 Charlie Parker가 그는 백인처럼 보이지만 사실 백색증에 걸린 흑인이라고 해서 그를 Red "Albino" Rodney로 소개한 일화는 뭐...


흑인이 공연하다고 하니 썩어빠진 피아노를 가져오지만 토니는 그래도 공연 담당자를 협박해서 기어코 스테인웨이 피아노를 가져오게 만들거나 돈 셜리를 린치 하려는 무리를 쫒아내는 등 자신의 일은 확실하게 해낸다.


중간중간 여러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점차 서로의 상황을 이해하고 친해져 가는 토니와 셜리.


많은 이야기들을 다 담아낼 수 없지만 영화 마지막 크리스마스이브 에피소드는 정말 뻔한 내용인걸 알면서도 이 둘의 우정에 나도 모르게 감동했던 그런 영화!!!!


하지만 이 영화가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에 다시 한번 감동!!!!


돈 셜리도 그렇고 실제 토니는 토니 립이라는 예명으로 잘 알려진 미국 배우 프랭크 앤서니 발레롱가 시니어가 그 모델이라는 것이다.


이 둘은 2013년에 1월과 4월 몇 달의 차이를 두고 세상을 떠났다.

인종을 넘어 멋진 우정을 나눴던 두 명의 실제 이야기라는 사실이 이 영화를 더 빛나게 한다.



Ella Fitzgerald - Blue Skies (1959년 음반 Get Happy!)


영화를 보다 보면 수많은 재즈 스탠더드 곡들이 등장한다.

거기에 실제 돈 셜리는 클래식과 재즈를 접목시키는 시도를 했던 천재 피아니스트로 <봄의 제전>으로 잘 알려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환상적인 재능을 가진 피아니스트"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곡이 바로 Blue Skies이다.


역시 틴 팬 앨리의 대표적인 작곡가인 Irving Berlin이 만든 곡으로 가사가 이 영화의 내용을 관통한다는 느낌이 든다.


행복의 파랑새를 주제로 한 이 곡의 가사는 어쩌면 돈 셜리가 당시 꿈꿨던 세상이 아니었을까?


그중에 Ella Fitzgerald의 이 곡은 개인적으로도 소개해 보고 싶었다.


Stan Getz - Blue Skies (1995년 음반 Blue Skies)

캬!


Stan Getz의 저 낭만적인 블로잉!

이 곡도 듣고 가야 하지 않을까?



날씨도 추워지는데 세상이 좀 더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이다.

그런 의미에서 <Green Book> 안 보신 분들이라면 꼭 한번 감상해 보시라고 추천하고 싶다.



Label: Verve

Title: Get Happy!

Released: 1959


Ella Fitzgerald - Vocals

with Frank De Vol And His Orchestra



Label: Concord Jazz

Title: Blue Skies

Released: 1995


Stan Getz - Tenor Saxopone

Jim McNeely - Piano

Marc Johnson - Bass

Billy Hart - Dru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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