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좌절의 상징 '부동산 투기'

부동산 투기 공화국

by 최길성

내 집 마련은 인륜지 대사에 버금가는 일이다. 83년 150만 원 단칸방 전세로 결혼생활을 시작한 나는 10년 만에 내 집을 마련했다. 10년 동안 살림살이를 8번이나 옮겨 다녔다. 집주인 눈치를 살피는 생활에서 벗어나기를 학수고대하며 살았다. 공무원 아파트 분양을 받았을 때 감격은 잊을 수가 없다. 전월세 계약이 만료될 때가 되면 어디로 이사를 해야 할지 걱정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한창 커가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놀며 살 수 있다는 기분이 정말 기뻤다. 누구의 도움 없이 내 능력으로 내 집을 마련했다는 성취감이 무엇보다 뿌듯한 기분이었다.


집이라는 주거공간은 가정을 안아주는 따스한 품과 같다. 가족의 안락과 평온을 일궈내 주는 고마운 공간이다. 그러던 주거공간이 탐욕과 좌절의 대상이 된 것이 현실이다. 부동산 투기 열풍으로 아파트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아 오른 상태다. 난지도든 매립지든 허허벌판이든 철근콘크리트 벽이 설치되면서 인간의 탐욕도 풍선처럼 따라 부풀어 오른 것이다. 한적한 시골 동네가 초고층 아파트 빌딩 숲으로 변한 신도시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부동산 시장은 어마어마한 황금 알을 낳는 괴물처럼 변해버린 것이다.


현실 한국 사회는 자본주의 욕망이 삼켜버린 모습이나 다름없다. 그중에도 부동산은 현대인의 욕망과 좌절을 상징하는 대상이 되었다. 3~40년 동안 돈을 벌어 쓰지 않고 모아도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는 사회다. 시멘트 덩어리로 지어놓은 아파트가 엄청난 탐욕 덩어리로 변해 서민들로서 감히 탐할 수 없는 대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이 좌절과 박탈을 느끼는 대상으로 변한 것이다. 부동산 소득 격차가 불평등의 상징이 된 이러한 한국 사회를 부동산 부가 지배하는 사회라 할 만하다. 이쯤 되면 그동안 부동산 정책은 주택 정책에 온통 독약을 뿌려댄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문재인 정부가 온갖 몰매를 맞고 있다. 현 정부에 대한 첫 번째 불만이자 비난이 부동산 정책이다.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 가격만 올려놓았다는 주장뿐이다. 경제나 재테크 전문지는 물론 기득권 세력을 대표하는 조중동 모두가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앞다퉈 비판하고 있다. 그들의 불평과 불만은 이해를 하면서도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납득보다는 의문이 더 들 때가 있다.


그동안 어느 정부에서도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고 정부가 나서 투기꾼을 찾아내 처벌했다는 말은 들어 본 적이 없다. 또 내부 정보를 이용해 부동산 투기 의혹이 있는 고위 공직자 수 십 명을 구속한 일도 전무한 일이다. 그 일을 해낸 유일한 정부가 현 정부다. 재개발 지역에 위장 전입한 사람들을 대대적으로 구속 수사를 벌인 것도 처음 있는 일이다. 현 정권은 공직자 공천 심사 과정부터 부동산 투기와 연루된 인물을 애초부터 인사에 배제시킬 정도로 안티 투기 정부라 할 수 있다.


그럼에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어느 시기에 비해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다. 3년 전 산 아파트가 두 배로 오른 것을 보면 나 자신부터 부정할 수가 없다. 만약 내가 산 집이 가격이 낮게 평가되면 속상한 일이다. 속아서 산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와 반대로 두 배로 올랐다고 기뻐할 일은 더욱 아니다. 내가 살기 위해 구입한 집인데 '누가 감히 내 집 가격을 마음대로 올려놓느냐!'라고 따져 묻고 싶은 심정이다. 프랜 카드를 걸어 놓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내가 살고 있는 집값이 터무니없이 오르면 불안해야 마땅하다. 주거로 인한 세제부담이 늘어나고 이는 결과적으로 생계비용이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흔히 생존을 위한 생필품인 의류비나 공산품, 식료품 가격이 오르면 살림살이를 걱정하게 된다. 생계비가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자신이 소유하고 있는 부동산 가격 상승하면 그렇지 않아 하는 사람들이 대다수다. 집을 팔아 이익을 보려는 사람이 아니라면 어이없는 일이다. 비용 증가를 소득의 증가로 착각하여 덩달아 좋아하는 넋이 나간 사람들이다.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많다. 상식적으로 경제 성장이나 인플레이션, 수요자가 늘어나면 오르고, 대출을 억제하고 보유세나 금리가 오르면 하락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들 요인이 부동산 가격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 같지가 않다. 주거비에 학군이니 역세권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턱없이 말도 안 되는 가격으로 오르는 것은 황당무계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동산 공급자는 물론 서민들조차 부동산 투기가 아니면 돈을 벌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안다. 금융권이 갭 투자자를 끌어들여 투기꾼을 양상 시켜 놓을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잘 아는 지인들 중 갭 투자자들이 몇 명 있다. 부동산 수익을 위해 돈을 벌겠다는 욕망을 누구 비난할 수 있겠는가. 부동산 투기가 아니면 돈 벌기 어려운 상황에서 그들의 욕망을 비난하는 것도 탓하는 것도 부질없는 일이다. 다만 그들의 불만이나 불평이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탓하는 목소리로 흘러나오는 것은 가당치 않게 들린다. 하지만 우리의 현실은 아쉽게도 실제가 그렇다.


부동산 해법의 본질은 부동산이 오르면 이익을 추구하려는 이들에게 있다. 투기 공화국으로 만든 주범들에게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생존을 위한 주거공간을 부의 상징으로 위상이 바뀐 이후로 부동산 투기가 만연해진 것이 사실이다. 그들이 훼방을 놓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정부가 노력을 해도 튕겨 쳐 나온 부동산 거품이 꺼지지 않고 살아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부동산 투기꾼들에 의해 탐욕의 대상으로 변질되어 있어 정부가 공염불을 외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드는 까닭이다.


2010년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생존을 위한 주거공간에 가까웠다. 하지만 그 이후로 생활수준이나 소득 수준 등 부의 상징으로 집의 위상이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MB정권의 뉴타운 정책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서민들의 부동산 욕망을 부추겨 투기 공화국으로 전락시킨 정책이 뉴타운 정책이다. 부동산 개발과 투기 경쟁으로 부동산 욕망이 지배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촉매작용을 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 당시 임대 사업자뿐 아니라 서민들마저 부동산 투기꾼으로 끌어들여 아파트 부녀회를 중심으로 중개사와 아파트 가격을 담합한 사건이 비일비재하게 보도된 바 있다. 투기 공화국은 타인의 부동산 탐욕은 비난하면서 자신은 부동산 투기를 갈망하는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다. 그들 모두가 부동산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주범들인 것이다.

KakaoTalk_20210914_163820935_02.jpg


이제껏 우리는 내 재산을 내 맘대로 팔겠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자유시장 논리에 놀아났다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그들이 바로 부동산 투기 공화국을 만들어 욕망과 불안을 유혹해온 사람들이다. 그들의 저급한 천민적 자본주의 사고가 서민들을 부동산 노예로 끌어들여 부동산 투기꾼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자유 시장 논리가 만능인 양 부동산 경쟁을 만들어 서민들의 삶을 좌절로 빠뜨려 놓은 것이다. 더 이상 그들의 주장과 논리에 박수를 쳐주는 일을 멈췄으면 좋겠다. 그런 비참한 현실이 너무 안타깝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부자가 되고 싶은 욕망은 타락한 자본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 누구나 겪는 유혹이다. 나 자신을 둘러싼 부동산이야말로 자신의 욕망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스스로 탐욕의 유혹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없다면 부동산에 지배당하는 삶에서 갇혀 지낼 수밖에 없다. 부동산 원가가 평당 500만 원 제품을 만약 2000만 원에 거래한다면 바로 잡으려 애쓰는 사회가 온전한 사회다. 사유재산을 보호하고 시장 경쟁으로 효율적인 생산성을 갖추는 것이 자본주의 원리로는 맞다. 하지만 사유재산은 정당하고 공정하게 소유한 것이어야 한다. 불로소득처럼 정당하지 못한 취득 재산은 허용되어서도 보호되어서도 안 될 일이다.


부동산 투기 공화국의 일등 공신은 누가 뭐래도 방송과 언론이다. 아파트 가격이 껑충 뛸 때마다 호들갑을 떨면서 부추긴 주체는 방송과 언론이다. 부동산 투기를 막고 가격 상승을 견제할 의지가 있는 미디어라면 보도를 회피하거나, 부동산 가격 상승은 주거비용이 늘어나 생존을 옥죄는 부작용으로 표현해야 옳다. 생계비 부담이 증가하면 비판이 자명한 일이다. 거대 건설 자본에 기생하는 공범자가 아니라면 그래야 맞다.


부동산 정책의 근본 해법은 부동산이 재테크 수단이 되는 것을 불법화하는 것이다. 아울러 1가구 1 주택 소유로 주거정책을 바꾸는 것이다. 거짓으로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에게 징벌 보유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그동안 방송과 언론은 기득권 편에서 이익을 대변해왔다. 소수의 이익을 위해 대중들을 상대로 욕망을 부풀린 잘못을 저질러 왔다. 부동산 정책에서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규제와 감시에 눈을 감은 채 외면해왔던 그들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잘못을 반성하는 의미에서 건강하고 올바른 주택문화가 형성되는 일에 앞장서 주면 얼마나 좋을까.


keyword
이전 15화'내기'를 좋아하는 한국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