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를 제주 어느 한 동네에서 내 땅을 다지다.
부동산 아주머니가 그 곳은 외져서 가게를 하기에 좋을지 모르겠다고 말을 흐렸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말을 들었어야했다. 뭐가 그리 급해서 이 구석진 곳에 가게를 열었을까. 하지만 이 곳이 당시의 나의 최선이었다.
보증금 500에 년세 600.
*보증금 500에 년세 600. 제주도는 독특하게 년세로 계산한다. 원룸의 경우 년세로 계산하면 한달치는 빼주는 것이 통상적이라고 한다. 점포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가게에서 나오면 바다가 보였고, 가게 안에서는 원당봉의 소나무들이 보인다. 걸어서 8분쯤이면 삼양검은모래해변에 갈 수 있다. 가게는 새 것이었고, 에어컨과 바닥은 이미 공사가 되어있었다. 안쪽에서만 열리는 폴딩도어가 아쉬웠지만 이 당시에 모든 어려움은 성공을 위한 장애물처럼 느껴졌다. 한마디로 어렵던 말던 그냥 할 수밖에 없다 생각하고 어떻게든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매달렸다.
이케아에서는 필요한 것들을 챙겨 카트에 실었다. 이케아는 체력을 쭉쭉 빨아먹는 던전이나 다름없다. 며칠밖에 없는 서울 일정의 하루나 반나절을 늘 이케아에 투자했다. 제주도는 원래 택배비가 비싸니까, 이케아에서 해주는 5000원 단일 택배 서비스가 참으로 유용했다. 이 당시에는 이케아 온라인몰 오픈은 생각도 못했을 때였다.
제주에도 친환경 페인트 벤자민 무어 제주 지점이 있다. 원하는 색과 제품을 고르면 바로 받아갈 수 있다. 친환경 페인트로 신경써서 칠했지만 몇 분정도의 손님말고는 아무도 페인트를 어디 것을 사용했는지 물어보시지 않았다. 하하
100% 친환경 페인트 작업을 하는 곳이 제주에 있다. 페인트닥터
한림쪽에 위치한 '라임'이라는 매장에서 직접 천연페인트를 만나볼 수 있다. 독일 천연 마감재 브랜드 아우로, 크라이데짜이트, 바우만하우재 등으로 시공하고, 직접 유통과 판매도 하고 있다.
페인트도 셀프로 칠하다보니 며칠이 걸렸다. 페인트를 말리고, 또 칠하고 원하는 색을 내는 것이 힘들었다. 페인트가 끝나야 가구를 들이던 오븐을 들이던 하지 않겠는가.
페인트 칠이 끝나고 가구를 조립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새기 시작했다. 저녁과 오전에 비가 오긴했지만 비가 샐 정도로 폭우는 아니었는데 갑자기 천장에서 물이 새는 바람에 집주인분을 호출했다. 다행히 미리 들여놓은 이케아 가구나, 다른 물건들에는 피해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당시 살던 원룸도 온수기에서 매번 물이 새서 곤란했는데 가게까지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니 올해의 악재는 모두 물로 오는걸까 싶을만큼 속상했다.
시공했던 분들이 오셔서 천장을 체크한 결과 벽돌 하나가 떨어지면서 위층 샤워실 오수관을 파손시켰고 그래서 윗집 오수가 쏟아지고 있는 거였다. 가구 위로 쏟아지지 않아서 다행이다 다독이며 가게 오픈을 준비했다.
가게에 놓을 가구, 중고 오븐과 중고 믹서기, 간판 등을 제주도에서 뚜벅이 상태로 알아본다고 상상해보시라. 버스가 1시간에 3대가 다닐까 말까 하는 동네 구석에서 버스를 타고 이것 저것 알아보겠다고 뛰어다닌 나를 제주분들은 얼마나 신기하게 보았을까.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무모했다.
이케아에서 가구를 알아보다가, 결국 업체에 가구를 맡겼다. 대략적인 이미지와 치수를 넘겨드리니 3D 이미지를 보내주셨고 2주 후에 받아볼 수 있었다. 그 후에는 조명 업체를 찾아 조명을 맡겼다.
그 뒤엔 전기공사 비용이 엄청났다. 비용을 듣고는 부들부들 몸을 떨 정도로 충격적이었다. 육지에서 와서 사기를 당하는 것을 알면서도 뻔히 내줄 수밖에 없을 정도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왜냐면 업체마다 하는 말은 다 달라도 비용은 여전히 컸기 때문에, 건물을 설계할 때 전기 공사를 했다는 업체분께 맡길 수밖에 없었다. 벽을 모두 뜯어야한다는 업체도 있었고, 바빠서 온다고 해놓고는 오지 않은 업체도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우리가 의뢰한 업체는 따로 공사비용은 필요없지만(이미 25kw까지는 수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한전 신청 비용만 1kw당 20만원을 달라고 했다. 따로 공사도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대체 왜 그리 큰 금액을 받아야하는지 이해가 가진 않았지만 도리가 없었다. 이걸 듣고는 며칠을 끙끙 앓았다. 개인적으로 제주에 와서 전기 공사를 한다면 제주에 아는 지인을 통해 알아보기를 꼭 권하고 싶다.
겨우 모든 것을 끝냈을 때, 그제서야 제품 테스트를 할 수 있었다. 낯선 가게에서 드디어 빵과 케이크를 구워낼 때의 긴장감이란.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싶었는데 주변의 성화로(셀프로 하다보니 공사 기간이 퍽 길었다)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오픈하질 못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당시에도 부족한 것을 알면서 열심히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매일 고민과 도전과 시도의 연속이었다. 스스로가 부족하다 느낀 날엔 저녁밥을 먹다가 운 적도 있었다.
마음을 달래고 싶을 때는 밤바다로 걸어나가 하염없이 밤바다를 보기도 했다. 제주에서 가게를 열고 나서 나를 가장 달래준 것은 제주의 자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