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that chichicoco
치치코코 치치코코
all that ‘chichicoco’
네버랜드에 머물던
그 모든 소리에 대하여
첫아이 윤이 22개월 무렵, 녀석에게 기다란 기차의 형상을 한 모든 것이 ‘치치코코’로 불리던 날이 있었습니다. 기차도 지하철도 ‘치치코코’ 소리를 내며 달려오고 지나갔습니다. 그것은 누군가 가르쳐준 말이 아니었습니다. 아이 스스로 듣는 그대로를 기억해 두었다가 말로 표현한, 있는 그대로의 순수한 아이만의 언어였습니다. 사전에는 있을 리가 없는, 오직 부모한테만 특별하게 다가오는 말이었지요.
아이가 건네는 그 소리는 새롭고 신기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아이의 입에서 탄생한 그 말은 우리 가족의 새로운 단어장에 덧붙여져 세 식구가 ‘두루두루 함께 쓰는 공용어’의 기능을 하기도 했어요.
아이가 만 두 돌이 지나 어린이집에서 첫 사회활동을 시작하고 난 뒤, 어느 가을날이었을 겁니다. 아이한테서 꽤나 또랑또랑한 노랫소리가 들렸습니다.
기찻길 옆 오막살이
아기 아기 잘도 잔다
칙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칙칙폭폭
기차소리 요란해도
아기 아기 잘도 잔다
그 때 귀를 파고 들려오는 정확한 네 음절의 소리 - ‘칙칙폭폭’ -에 저는 그만 ‘아차!’ 하고 말았어요. 맞기야 바른말이지만 아이만의 단어장 속에 ‘치치코코’ 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으니까요.
바로 그 순간, 언젠가는 흔적도 없이 허공 속에 흩어지게 될 아이의 말을 수집해야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습니다. 아이가 처음 들은 대로, 그 투명한 느낌이 고스란히 새겨져 있는 한 마디 한 마디의 말을 놓치고 싶지 않았기에 당장 기록을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어요. 이로써 태어나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단 한 번, 머물다 스쳐가는 유년의 네버랜드에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자유입장권이 제 손에 들어왔습니다. 엄마’라는 특권으로 말이죠.
첫아이 다섯 살이 되던 해, 둘째 아이(태명: 딸기, 애칭: 꼬망)가 태어나면서 작은 지구별에 정착한 어린 왕자가 하나에서 둘로 늘었습니다. 꾸밈없이 말을 술술 풀어내는 소리와 눈빛과 감정이 내재된 옹알이가 저마다의 존재감으로 시끌벅적한 날들이 차곡차곡 쌓여갔지요.
둘째 아이가 자라 말문을 트니, 첫아이와는 또 다른 표현의 말들이 쏟아지더군요. 그리고 이내 알아차렸습니다. 둘째 아이의 말도 기록해 두지 않으면 사라질 또 다른 ‘치치코코’라는 것을요.
제 이야기는 단 하나의 말을 시작으로 제겐 영원히 기억될 두 아이의 말들을 담았습니다.
남들에겐 별말 아닌 말, 처음 말을 떼던 시기의 한 두 음절의 단어들, 말문이 터진 뒤 표현이 너무 예뻐서 간직하고 싶은 말, 때론 사전으로 정의되지 않는 말, 가끔은 웃음 풍선이 빵빵 터지도록 깔깔 웃게 하는 말, 엉뚱하고 재미있는 말, 그리고 엄마인 저를 새로이 들여다보게 하는 말......
두 아이가 머무는 네버랜드를 기웃거리는 엄마 관찰자이자 단어 수집가 시점으로 쓴 글이라 보편타당하지 않습니다. ‘칙칙폭폭’이 아닌 ‘치치코코’가 나타났다 사라진 날들에 기록된, 지극히 사적이고 사소하고 사사로운 이야기입니다. 어쩌면 아이들의 말을 빌려 제 마음에서 맴도는 무언가를 풀어내려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나’를 놓고 싶지 않았던 순간의 기록이기도 합니다.
단 한 번, 네버랜드
소소하고 사사롭게
너의 말이 다가온 날들을 기억하며......
#prolog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