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가 초콜리슬 가꼬 기어가나바

간지럽다는 말이에요

by greensian


아이는 주변 환경의 모든 낯선 소리를 있는 대로 자신만의 기억 회로에 넣고 적확한 때에 어울리는 말과 소리의 조합을 꺼내어 그 작은 입술을 열었다.

어른들 혹은 친구들의 말처럼 반복해서 들었던 표현이 아닐 때,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말이 툭 내던져질 때는 특히 더 재미있다. 그 누구의 시선도 덧입혀지지 않은, 아이가 느낀 그대로의 날것의 감성이 담긴 말. 그런 말이 감정의 촉수를 건드리는 주파수에 걸려든 날엔 스톱 모드로 지금을 잠깐 멈추고, 그 순간을 더없이 길게 붙잡고 싶어 진다.


어느 날, 낮잠을 자던 아이가 어깨를 긁적거리며 잠꼬대를 시작한다.




엄마, 여기(어깨)가 간지러워...
- 응? 간지러워?
어, 개미가 초콜리슬 가꼬 기어가나바
(초콜릿을 갖고 기어가나봐)
여기가 간질간질해.
- 아 그래, 엄마가 개미 떼어줄게. 이렇게...
응, 고마워 엄마. 잘 자...




꿈속 이야기가 너무 귀여워서 나도 슬쩍 끼어들었다. 웃음은 큭큭 새어 나오고, 아이는 눈 꼭 감고 계속 잠을 원하고...... 뭔가를 해 줘야 할 것 같아서 기어가는 개미를 떼어주는 시늉을 하며 잠꼬대에 맞장구를 쳤다. 아이는 이내 알아듣고, 다시 잠이 들었다.


그 달달한 꿈을 꾸기 며칠 전 아이는 생애 처음 초콜릿을 맛보았다. 너무 달콤하고 소중하고 다시는 잊을 수 없는 그 맛이라 그랬을까. 꿈에서도 초콜릿을 간절히 바랐던 걸까.

행복하게 초콜릿 한입 물고 있는데 눈치 없는 개미군단이 부스러기를 들고 아이 어깨를 살금살금 기어 집으로 가려고 했나 보다.


기린도 같이 잠든,

달콤하고도 간지러운 오후.




단 한 번, 네버랜드

소소하고 사사롭게
너의 말이 다가온 날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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