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수나무를 아시나요
남무가 하트네.
남무이피 하트 하트야!
나의 생일 아침, 산책길에 우연히 마주친 사랑꾼 나무 한 그루가 있다. 그저 내가 좋아서 이름 붙이기를 ‘사랑꾼, 사랑잎 나무’라고 불렀다. 아직 가을이 채 다 익어가기 전이라 이파리는 초록빛이었다. 잎이 너무도 완벽 한 하트 모양이라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쨍한 가을 햇살에 가장 먼저 닿는 잎은 연 노랑, 연두로 물들어가고, 나무 가지 아래로 그늘진 쪽엔 초록 잎들이 수북했다. 볕이 노랗게 쏟아지던 조용한 아침, 자연이 말없이 건넨 뜻밖의 선물이라 여겨졌다.
그런데 나무 어디에도 이름표가 걸려있지 않아 이름을 알 수가 없다. 휴대전화를 꺼내 들어 인터넷 검색창에 ‘하트 나뭇잎’, ‘나뭇잎 모양 하트’를 쳐 보았다. 주르륵 달려 나오는 정보와 블로그들. 정답은 ‘계수나무’.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동요 ‘반달’ (윤극영 작사 작곡)속 그 계수나무! 아이가 세 살 되던 해, 그러니까 내가 ‘엄마’라는 이름을 선물 받고 나서야 어릴 적 우리 엄마가 자장가 삼아 불러주던 그 노래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나무를 만나보게 되다니 믿기지가 않았다. 저 멀리 아득한 신화 속에나 나올 법한 나무인 줄로만 알았기 때문이다.
그날 오후, 아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리고 오면서 계수나무가 있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따스한 가을 오후 햇살이 비쳐 들어 나뭇잎들은 아침보다 더 반짝이고 있었다. 떨어진 나뭇잎 몇 장을 손에 건네주니 아이의 생각도 나랑 비슷한가 보다.
남무가 하트네. 남무이피 하트야 엄마.
(나뭇잎이 하트 모양이야)
그렇지?
아침에 엄마가 윤이보다 먼저 봤다?!
울 애기한테 보여주려고 이쪽으로 왔지.
이건 노랑, 이건 초록.
다~ 하트 하트야.
그 날로 이 나무의 이름은 아이한테는 ‘하트 남무’, 내게는 ‘사랑잎나무’로 새로 태어난 계수나무가 되었다.
햇살에 살포시 숨어있던 바람이 살랑인다.
하트 남무, 나의 사랑잎 나무에 투명한 바람의 숨결이 닿자 너울너울 노랑 하트들이 춤을 춘다.
달큼한 가을색 캐러멜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너울너울......
나의 인생 나무가 전해주는 달콤한 바람, 그 다정한 속삭임에 잠시 쉬어간다.
이번 가을, 단풍구경 장소는 이미 정해졌다. 김밥 도시락과 돗자리, 하트 나무 하나면 그만인 걸. 집 앞 5분 거리 피크닉. 더는 바랄 게 없다.
단 한 번, 네버랜드
소소하고 사사롭게
너의 말이 다가온 날들을 기억하며......
#계수나무 #하트잎 #2013 #세 살 #윤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