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매력적인 올록볼록
어린이집에서 새로운 알파벳 노래를 배워 와서 흥얼거리는 꼬망의 나지막한 음성.
고깔모자 A, 뽄녹뽄녹(올록볼록) B,
꼬부라진 C, 반달 모양 D, 글자 모양 E,
도깨비 빗 F, C와 ㄱ 만나 G, 사다리 H,
개뼈다귀 I, 갈고리 점 J, 1과 부메랑 K,
니은이네 L산 두 개 M, 번개처럼 N,
동그라미 O, 차렷 경례 P, 동그랑땡 Q,
옆 발차기 R, 꼬불꼬불 S, 티셔츠 T,
얼굴이네 U, 승리의 V, 엉덩이 W, 아니다 X,
하늘 향해 두 팔 벌려 Y, 지그재그 Z
이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뽄녹뽄녹 삐(B)’. 알파벳 B의 생김새처럼 올록볼록한 그 모든 것에 꼬망은 ‘뽄녹뽄녹’이라 이름을 붙인다. 가만 보니 꼬망이 너, 너의 얼굴과 몸에도 ‘뽄녹뽄녹’이 있어 외쳤다.
꼬망이 콧구멍 두 개! 거기도 B가 있어. 모양이 B처럼 생겼잖아! - 그러네. 엄마. 정말이네? 하나 또 있지! - 응? 그게 어딨는데? (아이가 묻는다) 작고 귀여운 너의 엉덩이지!
기저귀를 떼고 녀석의 엉덩이가 처음으로 뽀송한 자연의 숨을 쉬던 날을 기억한다. 처음 면 속옷을 입었을 때 드러나는 작고 귀여운 엉덩이의 맨살 라인은 어찌나 매끄럽고 보드랍던지. 그래, 너의 엉덩이가 ‘뽄녹뽄녹 B’야!
꼬망도 마음에 드는지 엉덩이를 한번 내려다보고, 나를 보며 쓰윽 미소를 짓는다.
단 한 번, 네버랜드
소소하고 사사롭게
너의 말이 다가온 날들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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