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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sian Dec 18. 2019

꼬꼬닭 로지가 엄마가 되었다!

<로지의 산책> 48년 만의 속편 <로지의 병아리?


공식적으로 (우리 동네 기준) 첫눈 오던 날, 오랜만에 도서관에 퍼질러 앉았다가 발견하고 빌려온 책.

[로지의 병아리]. 상큼 발랄, 통통 튀는 유쾌한 색감의 표지 그림을 보고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다.

국제도서전에서 받은 봄볕 출판사 엽서에서 팻 허친스의 그림을 보고 반가웠는데 원서는 2015년, 국내엔 2016년 출판된 그림책을 이제야 만나다니.

산책하는 로지가 엄마가 되었다! 68년도에 첫 출간된 후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은 <Rosie’s Walk 로지의 산책>에 이어 무려 48년 만에 속편이 나온 것이다. 원서 제목은  <WHERE, OH WHERE IS ROSIE’S CHICK?> , 국내 출간 제목은 <로지의 산책>의 후속작답게 잘 뽑았다고 생각한다.


먼저 <로지의 산책>은 호시탐탐 꼬꼬닭 로지를 노리는 여우,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상관 안 하고 ‘내 갈길 간다’ 모드로 여유롭게 산책 자체를 탐닉하는 로지의 이야기다. 그 둘이 보여주는 시선의 이동과 움직임, 실감 나는 표현력은 그림책의 고전답게 ‘그림이 다 한’ 명작이다. 특히 텍스트 자체가 군더더기 없이 짧고 심플해서 온전히 그림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여우와 닭의 잡힐 듯 말 듯 쫄깃쫄깃한 긴장감과 현장감을 생생하게 그대로 느낄 수 있다.


(타임지는 강렬한 그림 열네 작품과 단 서른두 개의 단어 조합만으로 영유아 독자들의 웃음을 끌어내는 데 성공했다며 작가의 탁월한 역량을 극찬했고, 뉴욕타임스는 팻 허친스를 뼛속까지 그림책 작가라고 칭한 바 있다)


[로지의 산책]의 두 번째 시리즈 [로지의 병아리]는

Hodder 어린이책 출판인(Anne McNeil)의 제안으로 로지가 병아리를 낳았다면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까 생각하다 속편으로 만들어진 책이다. (인터뷰 기사 bookseller, 2015)

그래서인지 책 말미에 작가의 말이 두 페이지에 걸쳐 수록되어 있는데, 무려 48년 만에 로지를 귀환한 작품이기도 하고 엄마가 된 꼬꼬닭 로지의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작가가 더 각별하게 여기지 않았을까 싶다.


[로지의 병아리] 역시 기존 [로지의 산책]과 같은 기조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익숙한 구도, 익숙한 시선의 흐름의 연속이라서 48년 만에 재현된 그 익숙함이 독자로서는 편안하고 아늑한 집을 보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엄마가 된 로지의 시점과 시선의 흐름 또한 엄마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 또한 너무나 크게 공감되는 지점이었다. 발랄, 다채로운 색감의 그림과 움직임이 있는 그대로 느껴지는 로지의 눈길... 더할 나위 없이 볼수록 매력적이다.


기존의 책과는 다르게 작가 소개 글의 한 대목이 너무 사랑스러워 기억에 남는다. 어릴 적에 그림을 그릴 때마다 초콜릿을 주는 영국인 부부 덕에 그림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고. 달콤하고도 행복한 기억들이 축적된 시간, 아마도 그것이 팻 허친스가 뼛속부터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서 인정받은 힘이 아니었을까.


이 책이, 지금은 하늘에서 독자와 어린이를 사랑하고 있을 팻 허친스의 국내 번역본으론 가장 마지막 작품이라는 것이 너무나도 아쉽고 안타깝다. 그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작품 속에서 작가를 더, 계속, 깊이 애정 하게 될 것 같다. 그녀의 이름으로 남겨진 작품을 더 깊이 어루만져주고 싶다.


팻 허친스(Pat Hutchins 1942-2017)




팻 허친스는 영국 요크셔 지방에서 태어나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해 화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고 한다. 런던에 있는 광고회사를 다니다가 남편을 따라 뉴욕으로 건너가 그녀가 좋아했던 그림을 마음껏 그려보는 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책의 삽화를 넣기 위해 만난 제작자의 권유로 동화책을 냈는데 바로 <Rosie's Walk(1968)>였다.

1975년에 『바람이 불었어 The Wind Blew』로 케이트 그린어웨이 상 Kate Greenaway Award를 받았고, 그 외에도 『로지의 산책』, 『티치』, 『생일 축하해, 샘!』와 같은 작품들이 있다. 넓은 여백과 깔끔한 선을 이용해 선명하고 생동감 있는 그림을 그리며 극적 반전이 돋보이는 짧은 이야기로 독자들의 웃음을 자아낸다.

(yes24 작가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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