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건물을 살펴보다가 소화기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는 꺼림칙한 마음을 묻어둔 채 '에이 설마 이 건물에 불이 나겠나' 생각하고 지나쳤다.
그러나 왠지 모를 찝찝함은 며칠이 지나도 가시질 않았다. 자세히 보니 1층부터 옥상에 이르기까지 소화전도 없었고 화재가 발생했을 시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다.
솔직히 말해 원룸 같은 특수한 주거형 공간에 관련된 소방법을 찾아보기까지는 귀찮고 번거로웠으나, 그래도 한번 물어는 보자는 마음으로 나는 집주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저희 원룸에 소화전이 없고 소화기가 단 한 대도 없더라고요, 혹시 모르니 소화기라도 층마다 복도에 하나씩이라도 구비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자를 보내고도 '분명 없는 데는 이유가 있겠지, 괜한 간섭을 한 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렇게 말이라도 한번 해봄으로써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될 수도 있고, 어쩌면 이것이 나뿐만 아니라 다른 입주자들에게도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째 답장이 오지 않아 답답했지만 바쁜 일상에 치여 크게 신경 쓰지 않은 채 며칠이 흘렀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층마다 복도에 소화기가 한 대씩 배치되어있었다.
문자 보낸 후 새로 생긴 스티커와 소화기
나는 그곳에 서서 한참이나 소화기를 바라봤다. 층별로 6-7세대가 사는 5층짜리 건물이지만 이 건물은 첫 입주자가 생기고 사람이 살아간지도 최소 7년 이상이 되었다. 그동안 이 건물에 살았던 수많은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집주인에게 소화기를 배치해달라고 말을 해본 적 있을까, 하고 생각해본 것이다.
어떤 사정에 어떤 이유가 있었든 여태껏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이 다행스럽게 느껴졌다. 희박한 확률이지만 여러 가지 수많은 이유로 예상치 못한 화재가 발생되고, 초기 진압이 사실상 어렵다고 느껴지는 이 넓은 새집 같은 곳이 순식간에 불길로 인해 재산, 인명피해가 날지도 몰랐던 일이다.
최근에 일어난 대형물류센터의 화재에서도 수많은 재산피해와 소중한 생명을 잃는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다. 누군들 본인이 일하는 직장에서, 집에서 불이 날 줄 알았겠는가. '에이 설마' 하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그러니 당장 '내가 머무르고 있는 곳'부터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어떨까.
현실 속에서 소방법을 완벽하게 지키고 있는 건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 소속된 인원 중 단 한 명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주위를 살펴보게 된다면 나중에 크게 다른 결과를 초래할지 또한 누가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