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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름 May 28. 2018

취준생을 위한 스타트업 자소서 쓰는 방법

자유 형식 자기소개서, 나는 이렇게 썼다

  나의 목표 '이직'은 빠르게 성사되었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자기소개서를 써내며 간절히 바라니 우주가 도왔나 보다. 이직 준비는 기대 이상으로 즐거웠다. 스러져가는 팀에서 말단 직원으로 일하며 내 존재감은 맨틀을 뚫고 있었는데, 자소서를 낸 곳마다 연락이 온 덕에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면접 자리에서 "자소서가 너무 좋아서 꼭 만나보고 싶었어요"라는 말도 들었다. 세상이 나를 필요로 하는구나! 싶어 괜히 울컥했던 순간이었다. 그동안 응원해 주신 독자분들께 깊은 감사를 전한다.


  그리하여 오늘은 퇴사 기념으로 스타트업에 지원하는 신입분들을 위한 자기소개서 작성 미세먼지 팁을 정리한다. 정해진 질문이 있는 대기업 자소서와 다르게 스타트업에서는 대부분 자유 형식 자소서를 요구한다. 학부 시절 기말고사 때 '주제에 대해 아는 대로 쓰시오' 달랑 한 줄 적힌 시험지를 받아든 기분이랄까. 신입이니 직무 경험을 어필할 수도 없고. 뭘 어떻게 쓰면 좋을까? 먼저 스타트업에 발 담근 입장에서 몇 가지 알려드리고 싶다.


  1. 나에게 맞는 자리에 지원하자

  모든 스타트업은 일손이 부족하다. 그래서 당장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사람이 환영받는다. 경력직이 아니라 신입을 뽑을 때도 선인장처럼 클 수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지원 분야에 관심이 있다는 걸 자소서에서 드러내 보자. 전공과 관련 있는 직무가 아니더라도 동아리, 학회, 관련 수업 수강 경험 등을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해당 직무의 전망에 대해서도 알아봐 두면 앞으로의 포부를 말하는 내 목소리에 좀 더 무게가 실릴 거다.

  Tip) 업무와 관련 있는 능력을 가졌다면 꼭 적어두자. 콘텐츠 및 마케팅 직무에 지원했던 나는 포토샵을 다룰 줄 알아 큰 도움이 되었다.


  2. 지원하는 회사가 어떤 곳인지 최대한 알아보자

  기본 중의 기본이니 귀찮아하지 말자. 서비스 출시 전부터 창립 멤버로 합류하는 것이 아니라면 어지간한 회사 정보는 온라인에서 찾아낼 수 있다. 대표 인터뷰, 투자 관련 기사, 회사나 해당 서비스의 SNS 페이지 등등 여러 정보를 수집하다 보면 이 회사는 어떤 사람을 환영할지 절로 감이 잡힌다. 가능하다면 회사의 주력 서비스는 직접 이용해 보자. 만약 무료 앱을 서비스하는 회사에 그 앱을 설치해 보지도 않고 자소서를 쓴다면 심각하게 성의가 없는 거다.

  Tip) 안드로이드 전용 앱이라 내 아이폰에서는 써볼 수 없다고? 블루스택이나 녹스 등을 이용하면 컴퓨터에서도 안드로이드 os를 사용할 수 있다. 자세한 건 검색 고고.


  3. 자소서 형식? 회사가 원하는 형식을 만들자

  자유 형식 자소서. 말이야 쉽지, 직접 쓰려면 막막할 수 있다. 글에 가이드라인이 없으니 무슨 내용을 담아야 할지 가닥을 잘못 잡기 쉬워서다. 뭐라도 써 보자는 생각으로 국토대장정은 왜 갔는지, 내 학점은 왜 이 모양인지 의식의 흐름대로 늘어놓다 보면 자기 자랑과 자격지심이 뒤섞인 끔찍한 혼종 자소서가 태어날 수 있다.

  당신이 읽은 채용공고는 답을 알고 있다. 공고 속 자격요건과 우대조건을 잘 살펴보자. "이런 분을 찾습니다!"라고 친절하게 항목을 정리해 둔 회사라면 그 항목을 그대로 자소서 형식으로 가져올 수 있다. 예컨대


- 책임감 있는 분

- 기획력과 분석력이 뛰어나신 분

- 팀원들과 원활히 소통하실 수 있는 분


을 찾는 회사라면, 자기소개서의 문단별 제목을


- 저는 책임감 있는 사람입니다

- 저는 기획력과 분석력을 키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 저는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등으로 작성하고 내용을 이어가는 거다. 너무 근본 없는 자소서 아니냐고? 자유 형식 자소서를 요구한 스타트업이라면 이 정도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을 거다.


  4. 주장에 근거를 붙이자

  자소서에 쓸 내용을 결정했다면 이제부터는 자신감을 가지자. 난 정말 멋진 사람인데 이 회사는 그런 멋진 나에게 딱 어울리는 곳인 것 같네! 같은 느낌으로. 힘 있는 자소서를 쓰는 비결이다. 조금 오글거려도 가슴 쫙 펴고 키보드를 두드리자. BGM이 필요하다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추천한다. 여름 같은 쭈구리도 자소서 붙었다는데 내가 못할 것 없지! 같은 마음가짐 좋다.

  다만 나의 멋짐을 주장할 땐 근거가 있어야 한다. 그 근거는 내 노력을 보여줄 수 있는 구체적인 사건이면 좋다. 내가 적극적인 사람임을 이야기하고 싶다면 이러저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적극적인 면을 발휘했는지 구체적으로 쓰는 거다. 그렇다고 너무 옛날이야기만 이어가지는 말자. 초중고 시절 반장을 도맡아 했다는 것보다는 대학 시절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해봤다는 게 좀 더 재밌게 읽히지 않을까? 없는 얘기를 지어내거나 스스로를 지나치게 과대 포장하는 일 또한 없도록 조심하자.


  5. 문장은 간결하게, 맞춤법은 틀림없이!

  자소서는 수필도 소설도 아니다. 지나친 미사여구는 자제하자. 문장도 너무 길어지지 않는 편이 읽기 쉽다. 흔히 말하는 스펙이 대단하더라도 자소서가 장황하다면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의심받을 수 있다. 자소서 작성을 마쳤다면 바로 제출하지 말고 반나절이나 하룻밤 정도 쉬었다가 다시 읽어보자. 주제든 문장이든 수정할 부분이 보이면 보완하자.

  그리고 맞춤법 검사를 꼭 하자. "내용만 좋으면 돼지 마춤뻡이 머가 중요해요?"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당신이 지원한 회사에 내가 없기를 바란다. 내가 없더라도 채용 관계자 중 국어를 전공했거나 맞춤법에 민감한 사람이 있다면 게임 오버. 맞춤법 검사기라는 좋은 사이트가 있으니 애용하자.

  Tip) 지원한 분야, 업무가 트렌드에 민감한 곳이라면 적절한 드립을 조금 섞어도 괜찮다. 단 과유불급!


  마지막으로 취준생 분들께 전하고 싶은 한 마디. 서류전형에 떨어졌다는 게 당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당신의 자소서에 응답하지 않은 회사는 자금 사정 때문에 신입 선발을 미루었을 수도 있고, 워낙 일손이 급해 인맥 닿는 지인을 빠르게 선발했을 수도 있다. 마음 넉넉히 다잡고 다른 회사를 알아보면 된다. 취직은 분명 된다. 너무 스트레스받지 마시고, 좋은 곳 가셔서 회사 자랑 많이 해 주시길!



* 매주 수요일, 취향 가득 담긴 제 글을 뉴스레터 [여름의 솜사탕]에서 만나실 수 있습니다! 이것저것 공유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매일매일 읽을거리]도 소소하게 운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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