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쫌

by 이영희


여인들과 식사 후, 커피숖에 갔다.

커피를 볶고 빻고 거르는 커다란 방아 기계까지 갖춘 가게였다.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 그곳은 커피의 전문성을 위해 유학까지 갔다 온 주인장이 즉석에서 갈고 거르고 내리는 조용하면서 단정한 수고로 우리를 맞이해 주었다.


마침 비 내리는 오후의 거리 풍경. 알맞은 조명과 습도가 쾌적했다.

커피 맛에 문외한인 나에게도 절로 미소가 나오게끔 숍안에 퍼져있는 향은 심신을 안정시켜 주기에 충분했다.


나의 커피 취향은 단순하다. 달달한 믹스커피와 어쩌다 아메리카노 정도.

지금까지 아니, 앞으로도 나에게 커피라는 기호식품은 누구를 만나든 카페에 들어서며 주문하기에 무난해서 마셨으며 때로는 그날그날의 분위기로 마셨으며, 몽롱해진 정신을 일깨우는 게 보통이다.


나의 커피 취향이 그러할진대 그곳 여인들의 대화는 커피의 대가들 같았다.

제대로 커피에 대해 공부하고 돌아와,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장의 정보보다 그녀들은 아는 것이 더 많다. 가만히 들어본즉 아주 짧은 지식으로 대단한 혀의 미각을 내세운다. 물론 그런 이야기도 안 한다면 무슨 이야길 하겠냐만은 전문인 앞에서는 새롭게 들어주고 물어봐주는 한 발 물러서는 배려가 아쉬웠다.


그녀들의 수다는 안가 본 나라가 없고 마셔보지 않은 브랜드가 없을 정도다. 그러다 주인이 조금만 깊이 전문적으로 질문을 하면 재잘거림이 쑥 기어들고 만다.

차분히 커피나 마신다면 그나마 아름다울진대. 그토록 풀풀 날아가는 가벼운 앎을 내세우고 싶을까.


아무리 잘 알고 있는 일이라도 조심성 없이 경박스럽게 말하다 보면 틀리는 게 다반사다.

세상 커피맛을 두루 섭렵한 표정으로 득의 면면하게 이 맛과 저 맛을 구별할 줄 아는 것처럼 떠들어대니, 주인이 이름도 어려운 커피를 서비스로 맛 보라며 내온, 한 여인이 아는 척을 또 해댄다.


나는 이국적인 향과 맛에 잠시라도 취해보고 싶었는데, 여인들의 입방아에 구린내가 스친다.

정작 주인과 커피는 말이 없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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