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여인이 나들이를 했다. 석모도의 가파른 계단을 올라 눈썹 바위 밑에 새겨진 부처님께 삼배를 올렸다.
부처가 굽어보는 세계를 우리도 같은 눈높이로 멀리 바라본다. 점점이 늘어선 섬들이 물 위로 봄 꽃처럼 피어나고 있었다.
한 여인은 종교의 끝은 이러나저러나 하나님 하나로 이어진다고 엄청난 깨달음을 말한다. 또 다른 여인은 왜 그 하나로 이어지는지 불경을 제대로 공부해야 한다며 철학을 펼친다. 그들은 자기의 손을 들어달라고 내 얼굴을 향해 점점 열기가 거세진다.
누구의 손을 들어주고 누구를 향해 고개를 끄덕여 줄 것이 못된다. 부처님 앞에서, 십자가 아래에서 시시비비는 가당찮다. 하나든 둘이든 누가 더 깊은지 얕은지는 느끼고 말하는 사람의 몫이다. 두 여인의 종교관은 들을수록 역시 상대보다 더 말을 많이 하는 쪽이 왠지 초라하고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이 가늘어져 간다. 깨달았다고 말하는 이도 그렇고 이것만이 진리인 듯 집착하는 상대방도 그렇다. 내가 누구이며 왜 오늘 이곳으로 나들이를 왔는지 느끼면 족한 것을. 말로서 말 많으니 맑아져야 할 내 심신마저 지끈거렸다.
마을로 내려와 밴댕이 회에 막걸리. 칼국수와 입맛 당기는 게장까지. 음식 앞에서 본능의 침이 고이듯 정직한 식욕. 잠자코 먹고 마셔라. 이것만이 오늘의 진리인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