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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는 게 별 거 Oct 27. 2020

 우리는 언제까지 친구일까

prologue. 우정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서


  노년과 질병에 관한 수업을 들으며 ‘70대가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습니다. 자연 친화적인 백발일까? 열 살은 젊어 보인다는 이야기에 집착하는 성실한 염색쟁이일까?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느리게 달리고 있을까? 한 번쯤 큰 병을 앓았을까? 지금 같이 사는 사람과 여전히 함께일까? 종이책을 봐도 전자책을 봐도 몇 장 넘기면 눈이 침침한 건 마찬가지라서 결국 오디오북을 틀고 있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의 종착역은 누구와 뭘 하며 놀고 있을까? 였습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함께 따릉이를 탈 수 있을까?

 

 드라마 <디어 마이 프렌즈>의 주인공들처럼 친구들과 수시로 모여 내 고민과 네 고민을 드나들고 울고 웃으며 사는 모습이면 좋겠다 싶어요. 자연스럽게 70대가 된 친구들의 모습을 하나씩 떠올려 봅니다. 그때까지 우리는 계속  친구일까요?


  주기적으로 얼굴을 맞대는, 아니 소식이라도 주고받는 친구가 몇인가 세어봅니다. 오랜 기간을 알아온 친구도, 어느 한순간이었지만 강렬한 감정을 나눴던 친구도 각자의 생애 주기(대체로 육아), 이직(주로 나에게 해당하는 이슈), 이사에 따라 점차 소식이 뜸해집니다. 일 년에 한두 번 어렵게 만나지만 어쩌다 만나면 오히려 할 말이 적어지고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옛날이야기만 나누다 오기도 합니다. 세상 모든 게 정신없이 변하는데 우리가 나누는 이야기만 업데이트되지 않는 것 같아요.


‘예전 같지 않구나’ 하는 마음이 만나서 반가운 마음을 밀어낼 때, 노력하지 않아도 영원하고 싶은 관계에서 세상에 그런 관계는 없다는 사실을 확인할 때, 담담히 받아들이려 해도 외로움으로 점철되는 가슴을 숨길 순 없습니다.


녹슬어 굴러가지도 않는 고물 자전거가 되어 버리기 전에 우정에 기름칠을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오랜만에 만나서 나누기에는 진지하고, 카톡에서는 서두조차 꺼내기 애매한, 그러나 누구보다 친구와 나누고 싶은 골똘한 생각을 담아 편지를 썼습니다. 


이 편지가 현실에 치여 어디로 가고 있는지 모르는 우리 자신을 다시 불러내고 우정에 다시 불을 지피는 불쏘시개가 되기를 바랍니다.


- 70대에도 함께 하고픈 친구들과 길게 우정을 이어갈 방법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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