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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엄지옹주 Aug 03. 2024

내면의 아이를 만난 날

마음의 위기를 알아차리는 법



상담은 이번이 세 번째였다.


첫 번째 상담은 31살의 부부상담

그리고 두 번째 상담은 39살에 항암치료받으면서 암진단 트라우마를 마주한 상담

세 번째 상담은 44살이 되던 올해

대인관계미숙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내 뺨을 내가 때리게 되면서 받게 된 상담

세 번 모든 상담에서 모두 트리거는 같았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림받을 수 있다는 불안감과

그리고 절대 무너지면 안 된다라는 강박이었다.


상대의 상처 주는 언어와 행동은 나를 버릴 것이라는 불안감으로 인지왜곡이 포인트다

그리고 버림받을까 두려워

강하게 상대를 밀어내는 것

상담선생님과 그 트리거가 되는 경험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고 했다.

상담선생님의 질문


“어릴 때 누군가에게 버림받은 기억이 있나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 떠올려진 사건이 있었다.

아버지는 어머니를 심하게 폭행했다.

늘 아버지란 존재는 두려움의 대상이었다.

아버지는 택시를 하셨다.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올 때 아버지의 노란 택시는 나의 한숨으로 연결되었다.


아버지가 집에 있으면 늘 불안감의 연속이었다.

언제 소리를 지를지 모르는

언제 물건을 던질지 모르는

언제 엄마의 머리를 잡고 끌고 다닐지 모르는

그런 상황을 두려워하며 성장했다.

엄마는 아버지에게 맞아

귀 고막이 7번이 양쪽이 나가고

팔에는 쇠가 심어져 있고 갈비뼈는 5번 부러졌다.

그리고 발가락 골절도 3번이었다.


그런 과정에서 상담선생님의 이야기에

내가 9살, 10살 정도의 어린 내가

경험했던 사건이 떠올려졌다.

엄마는 오빠와 나를 앉혀놓고 울면서 말씀하셨다.

“엄마가 너무 힘들어 집을 나갔다가

곧 데리러 올게”

어린 나는 너무 마음이 아팠지만 안 가면 안 되냐고 떼를 쓸 수 없었다.

울고 있는 나에게 오빠는

“엄마 보내야 된다 현주야. 엄마가 너무 많이 아빠한테 맞아서 여기 있다가 엄마 너무 힘들다”

그렇게 엄마는 우리를 뒤로 하고 가는  엄마의 뒷모습을 보는 어린 나는 마음이 무너졌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보는데 엄마는 울면서 갔다가 돌아오고 갔다가 돌아오고

그리고 난 엄마에게 가라고!! 오지 말라고!! 소리를 쳤다.


그 어린 나이에 떼쓰지도 못하고 숨죽이며 주방에 있는 칼로 내가 아끼는 인형을 찌르면서

“참아야 해. 엄마를 보내줘야 해!”

마음의 고통을 그렇게 표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 어린 나이에 떼쓰지도 못하고

엄마를 보내줘야 하고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이 되어 불안감으로 살아야 했을까

물론 엄마는 그 뒤에 며칠 지나 불쌍한 오빠와 나를 위해 다시 돌아왔고

또 폭력에 노출되며 엄마는 살아냈다.

그리고 오빠가

성인이 되는 스무 살에 오빠가 나서서

법무사를 통해 아버지와 엄마는 마침내 이혼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힘들지만 상담을 이어갔다.

먼저 눈을 감고 상상을 하며

그때 입었던 옷과 집을 떠올리며 그 공간으로 갔다.

엄마도 오빠도 나도 울고 있었고 엄마를 보내주는 순간을 만났다.


상담선생님 : 엄마한테 뭐라고 하고 싶어요?

나 : 엄마 가지 마!! 나는 엄마가 너무 필요해 아빠가 너무 무서워!


이야기를 하면서 눈을 감고도 너무 많이 울었다.


이렇게 차라리 떼를 쓰지

왜 참아냈는지 어린 내가 너무 불쌍해서 너무 많은 눈물이 흘렀다.


상담선생님:

엄마가 나에게 뭐라고 얘기해 주길 바라나요?  

나 :

미안해 현주야 엄마가 절대 버리고 가지 않아

상담선생님 :

엄마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요?

나 : 안아주면 좋겠어요

상담선생님 :

엄마가 그럼 이제 안아주고 미안하다고 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겠습니다.


그러자 나는 너무 대성통곡하듯 울었다.

엄마한테 안긴 나는 엄마를 몇 번이나 불렀다

"엄마, 엄마, 엄마를 보내고 싶지 않은데

우리 때문에 힘든 게 더 싫었어"


그렇게 어린 나이에도 나를 살피는 것보다 엄마를 보내줘야 하는 아픔에

나를 희생하는 게 당연한 마음으로 성장했다.

내 아픔보다 남 눈치를 더 보며 살아내는 게 나는 당연한 사람이 되었다.


상담선생님은

지금의 내가 그 어린 나를 만나게도 해주셨다.


상담선생님 : 눈을 감고 어린 나를 안아주세요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해주세요  

나 :

“현주야, 너무 힘들었지.. 너무 무서웠지..

어린 나이에 얼마나 힘들었니

엄마가 맞는 게 더 마음이 아파서

네가 불안하고 무서운데도 엄마를 보내줬구나

너무 어린데.. 너도 너무 힘들었는데

엄마품이 너무 필요했는데

엄마를 보내고 얼마나 무서웠니

이리 와 안아줄게”


그렇게 지금의 내가 10살의 나를 안아줬다.

너무 많이 울면서 치유가 되는 걸 경험했다.


50분 예정이던 상담시간은 1시간 20분이 흘렀고

너무 많이 울면서 온몸에 독이 빠진 기분이었다.


내 마음은 그랬다.

어린 나이에도 이겨내야 했던 순간들

소중한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이별해야 아픔을 미리 알게 된 나

그리고 이겨내야 한다고

무너지면 안 된다고 이 악물게 된 나

무너지는 것이 큰일 나는 줄 알게 된 나


내가 왜 이런 상처를 가지고 대인관계에 부부관계에 작용하게 되는지

너무나도 잘 알게 된 상담이었다.


너무 소중한 사람이 나를 버리게 될까 봐

미리 관계를 손절하려고 하거나 마음을 닫았던 순간들이 지나갔다.

남편과의 관계에서도 혹시 버림받을까 미리 밀어내려고 했던 순간들이 생각났다.

이런 나의 경험이 관계에서도 어떻게 작용하는지 알게 되었다.


어른의 내가 아이인 나를 보듬어 주는 것

내 상처의 경험을 회피하는 것이

아닌 직면하는 것이

치유의 첫걸음이라는 것을 알게 된 상담이었다.


우리는 누구나 이런 아픔을 안고 살아낸다.

마주하기 힘들어 모른척하고 살아낼 뿐


힘들지만 만나자

그리고 안아주자  

평생 울고 있을 내 상처의 눈물을 닦아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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