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살면서 한 번쯤 들어봤을, 또 입 밖으로 꺼내어봤을 법한 말이다. 누구라도 살아가며 잘못 내뱉은 말로 상대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마음이 뭉개져 버린 듯한 아픔을 겪기도 한다. 이럴 때 이 말이 진실된 사과와 함께 활용된다면 이해를 구하는데 적당한 대사일 수 있겠지만 습관처럼 사용된다면 그저 핑계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항상 배려가 베여있던 진실된 사람이 어쩌다 실수를 한 뒤 이 대사를 내뱉을 땐 금세 마음이 누그러워지며 "그럴 수도 있지! 괜찮아." 라며 이해를 담아 다시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겠다. 하지만 막말을 일삼는 것이 습관인 사람이 이 대사를 남발한다면 핑계가 습관인 무신뢰의 아이콘으로 낙인찍히기에 충분하다.
평상시 상대의 감정을 깊숙하게 헤아리며 말 한마디라도 조심히 하는 이들에게선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는 말을 거의 들어본 적이 없다. 이들은 어쩌다 말실수를 하게 되더라도 의도에 대한 설명보단 진실된 사과에 초점을 둔다. 하지만 늘 본인이 우위에 있는 것처럼 말을 가로채고, 평가하고, 자신의 행복을 상대의 불행에서 찾으려 하는 이들은 본인의 '말'로 인한 갈등이 발생했을 때 당당하게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며 상대를 탓하며 무겁고 불쾌한 감정의 책임까지 전가한다.
마음이 유독 뾰족할 때. 불행에 휩싸여있어 앞을 향한 시야가 불투명할 때. 내 안의 작은 악마가 꿈틀 대다가 무슨 말이라도 내뱉어야 그나마 살 것 같아 못난 말들을 늘어놓게 된다. 위로라는 탈을 쓴 비아냥 거림, 너를 위한 소리라며 위선적인 말들을 쏟아내며 내 자존심을 겨우 지켜본다. 상대 또한 바보가 아니기에 묘한 말들에 담긴 뜻을 금세 알아챌 수밖에 없다. '저 사람 요즘 힘든가 보다' 라며 가볍게 무시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무례함에 대해 항의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이럴 때 사과보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라는 대사를 지나치게 남발하게 된다면, 또 이 말을 습관처럼 자주 사용했다면 내 이름 석자에 담긴 신뢰를 바닥에 우수수 떨어뜨리고 있는 중이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라는 말을 습관적으로 하고 있다면 내 뾰족하고 못난 마음이 탈이 나 상대를 향해 습관처럼 아픔을 전가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반대로 '그럴 의도가 아니었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니며 못된 말들을 내뱉는 누군가로 인해 아프다면 그 '의도'를 지나치게 이해하기 위해 용을 쓸 필요도, 그 못난 말에 대한 책임을 아무 죄 없이 대신 짊어질 의무도 없다. 그럴 의도는 아니었더라도 이미 뱉은 말에 대한 무게는 뱉은 자의 것이니까 말이다.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면 내 못난 것에 대한 무거운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하는 대신, 진심 어린 사과를 우선적으로 건네고 뱉은 말에 대해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여러모로 멋진 모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