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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Nov 17. 2019

돌멩이

윤이 날 때까지 상처 나며 살아온


톡톡 흔들릴 때마다

두어 바퀴씩은 꼭- 미끄러지곤 하는

돌멩이.


잡을 곳 하나 없이

잡아주는 이 하나 없이


듣는 이 없는 소리를 잘그락대며

부단히 굴러 떨어지곤 하는 그런 우리

작고 동그란 이들.




하루에도 두어 뼘씩 밀려나

하루에도 두어 뼘씩 잊히곤 할 테지만


우리 어딘가에 모여

반질반질한 삶들을 가득 모아 살아볼까요.

윤이 날 때까지 상처 나며 살아온 우리

작고 동그란 이들끼리서.


- 돌멩이





#위로 #힐링 #시집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잘 살아간다는 것은 참 어려워요. 부디 아무 일 없이, 마음 상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 그래도 즐거운 일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아갔으면 좋겠는데, 그게 참 쉽지가 않네요. 애써 시간을 내어 친구들을 만나보면 이곳저곳 다친 곳 투성이라 이야기를 듣는 마음이 아리고 아프더랍니다.


의지할 곳 없이, 혼자 힘으로 해내야 하는 일들 투성이인 이 작은 삶. 때로는 하루 가득 쌓인 투정을 들어줄 이도 없어 외로움에 눈물이 나기도 하죠. 내가 이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 것은 진즉에 깨달았지만, 그래도 이런 역할은 좀 너무하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항상 흔들리고, 미끄러지고, 구르고 잊혀가는 것만 같은 우리.


저는 그래도 그런 우리가 사랑스럽고, 소중하더랍니다. 남들은 보지 못했더라도 하루새 또 조금 더 반짝이게 된 모습들이 보이기 때문일까요. 작은 돌멩이지만 반질반질 윤이 나는 그 모습이 예뻐서, 항상 곁에 서서 함께 있고 싶어 지죠. 우리도 나름 빛나는 삶이라고, 나는 믿습니다.


그러니까 함께 열심히 살아보아요. 작고 동그란 이들끼리서.



-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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