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내 섬, 내 땅 그리고 내 세상
네모난 상자를 그리면
그게 내 집이었어요.
눅눅해진 모래를 가득 모아
그 주위로 물을 조금 뿌려두면
그게 내 섬이었죠.
나뭇가지 하나를 세우면 그게 내 땅.
막대기 하나를 손에 쥔 나는 왕이었어요.
하지만 해가 지고, 막대기를 내던진
그 손이 당신을 꼭 잡으면
그게 바로 내 세상.
영원히 어리고 아름다울
바로 내 세상이었어요.
-모래 놀이
#위로 #힐링 #시집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어린 시절의 놀이란 참 우스운 면이 있죠. 막대기 하나를 들면 칼이 되고, 습기를 머금은 모래를 한 움큼 모으면 두꺼비집이 되는 마법. 참 즐겁고 행복한 시절입니다. 즐겁게 놀다가도 항상 때가 되면 왕관도 내려놓고, 경찰 배지도 내려놓고 평범한 어린애가 되어 집으로 갔던 그 시절의 우리. 분명 참 귀여웠을 거예요. 엄마, 아빠, 형. 나의 모든 것. 세상의 전부가 바로 그 작은 가족이었던 시절이었어요.
두어 뼘 키가 큰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어쩌면 그때와 지금이 그렇게 다르지 않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등바등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목표를 위해 달려가고, 책임질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났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곁에 있는 사람이니까요. 이제는 내가 손을 잡아줄 부모님과 가족, 그리고 연인, 친구들. 그게 곧 지금의 내 세상이죠.
저는 욕심이 많이 없는 편이에요. 커리어에 대한 욕심도 크지 않고, 돈이나 명예에도 큰 가치를 두지 않죠. 물론 필요하기도 하고, 평범하게 돈을 벌고 모아 살아가는 생활을 꿈꾸지만, 여전히 그 모든 것보다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마음 한가운데 둔 연인을 위해, 나의 반려를 위해 다른 것은 조금 덜어내는 것도 괜찮다고 되뇝니다.
-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