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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Nov 17. 2019

바싹 마른 삶에게

목이 참 말라


미안해 오늘 물은 이 정도밖에 없어

가뭄이라 그런가 목이 참 말라


미안 사실 오늘 나 혼자 몰래 물을 마셨어

마셔도 마셔도 목이 말라서 숨이 찰 때까지 들이켰어


무릎을 감싸고 너의 옆에 앉았어

미안해 가뭄에 애써 싹이 튼 너인데


혹시 너 꽃도 피는 아이였니

나는 후회를 앞두고 살아가겠네


목이 참 마르다.

목이 참 말라.



-바싹 마른 삶에게





#위로 #힐링 #시집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가끔 일탈이 필요한 하루들이 있죠. 지금 해야 할 일들이 무엇인지 알지만, 그래도 잠시 떠나버리고 싶은 하루. 다른 것들을 조금 미루고, 짧은 시간이겠지만 즐거운 것들을 찾아 나서는 시간. 늦은 시간까지 게임을 할 수도 있고, 훌쩍 여행을 떠날 수도 있고, 만화를 읽으며 술 한 잔 할까 생각해볼 수도 있어요. 친구를 만나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하지만 그런 하루를 보내고 홀로 맞은 밤은 때때로 버겁습니다. 나를 믿어준 다른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나를 위해 최선의 선택을 하지 못한 기분도 들어요. 힘들면 힘들수록 더 그런 일탈이 고파지고, 그런 일탈이 주는 부작용도 커지죠. 가끔 그 하루가 내가 정말 원했던 것을 잃게 되거나 이루고 싶었던 것과 멀어지는 계기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짙은 후회에 숨이 막힙니다.


항상 해야 할 것들은 왜 그렇게 많은지. 마음 편히 있는 날은 언제 올까요. 적어둔 문장을 살그머니 돌아보니, 이 작은 나만의 시간들을 왜 굳이 일탈이라고 썼을까 마음이 아파지네요. 분명 나를 지금까지 행복하게 해 준 시간들일 텐데 말이에요. 때로 놓치는 것이 있더라도, 그 휴식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갈증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편안한 휴식을 꿈꿔봅니다.



-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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