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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Nov 17. 2019

타피오카

겨우 타피오카 두 알에 목이 메


꼭꼭 씹었는데도 질기게 남아

다 씹지 못한 채로

삼켜버리곤 해.


무심코 입에 넣어버린

그렇게 삼켜버린 하루


이렇게 넘기면 안 되는데 되뇌며

오늘도 입 속에서 질기게 씹히는


겨우 타피오카 두 알에

나는 목이 메


질긴 내 생애에 지쳐

목이 메


- 타피오카





#위로 #힐링 #시집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밀크티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가 엊그제 같은데 참 오랜 시간이 흘렀네요. 처음 공차에 밀크티를 마시러 갔던 날이 생각나요. 빨대를 따라 올라오는 타피오카가 신기하기도 하고, 그 식감에 짐짓 놀라기도 했어요. 젤리 같은 식감을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그다음부터는 항상 타피오카를 알로에로 바꿔 주문하고는 했습니다.


요즘에는 그래도 맛에 익숙해지기도 했고, 예전보다는 조금 작은 쩐주를 넣어주는 곳도 있어 굳이 알로에가 아니더라도 마시지만, 여전히 그 식감은 때때로 버거워요. 꿀떡 넘기기만 하면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아 꼭 서너 번이라도 씹어 넘기려 노력하는데, 하다 보면 힘이 들어 지쳐버리죠. 우물우물거리다 대충 넘겨버리게 됩니다.


그 기분이 때로는 씁쓸하더라고요. 다 씹지 못한 채로 넘겨버리는 그 기분이란 참. 가끔 살아가면서 내 페이스를 잃어버렸다는 기분이 들 때가 있죠. 하나하나 일을 처리해 나가기 바쁘고,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제대로 모르는 것 같을 때가 있어요. 그저 강한 물살에 표류하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랄까요. 그런 기분 느껴보신 적 있나요?


두어 번 씹고 무심코 삼켜버린 타피오카에는 그런 쌉싸름한 맛이 납니다.



-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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