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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Nov 17. 2019

한 숨

푸하아 하고 바람이 새요.


푸하아 하고 바람이 새요.

가슴이 갑갑해 구멍을 하나 뚫었는데


한숨을 마저 설명할 기운이 없어

나는 당신에게 미안해요.


지친 하루네요.


걸음을 멈추는데

다리를 멈출 힘이 없어

두어 발자국을 더 가버렸어요.


당신이 아픈 곳까지 들어가 버려

나는 또 당신에게 미안해요.


...

반쯤 감긴 마음을 마주 보고서

머뭇거리는 나를 끌어안은 체


숨 쉬어.

숨 쉬어.


당신이 해주는 말에

푸하아 하고 바람이 새요.


함께 하는 꿈이 새어 나와서

나는 당신 곁에서 잠에 들어요.


- 한 숨





#위로 #힐링 #시집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내 이야기를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에요. 어느 정도까지 이해해줄까, 내 이야기를 듣는 게 혹시 힘들지는 않을까. 괜한 걱정을 만들어 주는 것은 아닐까. 속내를 털어놓는 것은 참 많은 고민거리들이 붙어있는 일입니다. 무심코 뿜어낸 긴 한숨과 마른 표정으로 이미 답답하고 지친 이 마음은 들켜버렸는데, 나를 기다려주는 연인과 친구들에게도 속 이야기를 하나 둘 꺼내는 것은 쉽지 않아요.


그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이들을 믿고 용기 내어 나를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연인을 믿고 속마음을 한가득 꺼내 안겨주는 것. 간혹 이야기를 들은 그녀 역시 온갖 걱정에 자잘한 생채기를 입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꺼내 본 상처는 함께 약을 바르는 추억이 되기도 하죠. 포옹이란 항상 서로에게 안기고, 서로를 안아주는 일이라 행복한 것이라 생각해요.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주는, 서로에게 위로를 받는 관계. 그런 따뜻한 사람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라요. 푸하아하고 깊은숨을 내쉴 수 있는 품이 되어주고, 편안히 잠들 수 있는 곁이 되어주기를 바라고요. 그렇게만 된다면 아마 우리 모두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으리라 믿으니까요.


숨 쉬어요. 우리



-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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