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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우 Nov 17. 2019

밤, 어린 밤

기지개를 켜고 살아갈 준비를 했어


해가 떠오르기 전에 눈을 떴어.

마음이 아직 감긴 채라 일어나지는 않았지.


가만히 숨이 가빠 오더라고.

다독여보려 했는데, 손이 무거워 금세 지쳤어.


해가 뜨지 않을 것만 같은 시린 시간.

일어나면 뭘 해야 할까 생각하다.

너의 이름에 마음이 잠을 깼어.


밤 종일 기다린 해였는데,

언제 해가 떴는지도 모르게

기지개를 켜고 살아갈 준비를 했어.


네가 있는 시간표를 적어두었어

졸려서 눈이 감기는데

마음이 신이나 버렸어


- 밤, 어린 밤




#위로 #힐링 #시집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때때로 잠 못 이루는 밤이 우리를 찾아와요. 조금 일찍 잠에서 깨서, 한참을 서성이거나 누운 체로 온갖 생각을 하죠. 악몽을 꾼 탓인지, 스트레스 탓인지. 가만히 누워만 있는 데도 스트레스에 몸이 무겁고 숨이 가빠옵니다. 잠을 자 둬야 하는데, 잠을 자야 하는데 하는 그 생각마저 스트레스로 돌아오는 모진 밤이에요.


요즘은 다행히 잠을 잘 자는 편이지만, 저도 간혹 그런 밤을 보냈습니다. 시계는 분명 같은 속도일 텐데, 왜 그렇게 밤은 길고 느린지. 그런데 그런 날에 문득 사랑스러운 연인의 생각이 마음을 두드리면, 무척이나 달고 행복한 그 기분에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더라고요. 해가 뜨는 것을 보며, 기지개를 켜며 살아갈 준비를 했죠. 다음 날 무엇을 해야 할지, 천천히 돌아보고 즐거운 마음으로 계획을 세웠어요. 소중한 사람을 마음에 두는 것만으로, 밤의 색채는 한결 편안해지더랍니다.


정말, 즐거운 밤이었어요.



- 담쟁이에게 보내는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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