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근처 혹은 전국 방방곡곡, 새바람주택에 어울리는 살림살이 구하기
창고 한구석, 12월이 오기만을 기다리는 그릇이 있다. 출장 차 가게 된 여수에서 당근마켓을 열었다가 한눈에 반해 데려온 크리스마스 접시다. 나는 촬영 차 익산, 전주, 정읍을 다닐 일이 많고 슬기도 업무 특성상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곤 하는데,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때마다 예상치 못한 '득템'을 기대하며 당근마켓을 열어보는 일이 나에게는 큰 즐거움이 되곤 했다.
나의 당근 사랑 역사는 새바람주택에 살기 전부터 이어져 온 것이다. 빈티지 소품이나 옷, 동네의 오래된 상점에서 살 수 있는 개성 있는 물건들을 좋아한다. 가장 아끼는 조명 중 하나는 동네 철물점에서 보물처럼 발견한 것이다. 이런 취향을 가진 내가 1990년대 지어진 집에 살게 되었으니, 새바람주택을 꾸며 줄 가구를 당근에서 찾게 된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새 집에 가구를 채우는 일의 어려움에 대해 종종 듣곤 했다. 혼수를 마련하려는 친구들의 가전가구 매장 에피소드라던지, 자취를 시작한 친구가 오늘의집에 '간단히' 담아 본 물건이 수백만 원어치더라는 이야기.
일반적인 방식은 아니지만, 새바람주택의 가구들은 어느 하나 한 번에 들여온 것이 없다. 예컨대 첫 입주날 밥솥보다 먼저 가져다 놓은 빈티지 컵은 오며 가며 들르던 빈티지샵이나 틈틈이 열어본 당근에서 하나씩 모은 것이고, 거실의 주인공이자 슬기와 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가구인 녹색 소파는 마음에 드는 것이 없어 오랫동안 비워두고 기다리다 딱 맞는 크기와 원하던 컬러를 가진 물건을 만난 것이다.
슬기와 내가 가구를 구입하는 데 있어 지키고 있는 원칙이 있다면, 필요하다고 적당히 아무거나 사지 않는 것이다. 오래 기다려야 하면 기다리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드는 것을 찾을 때까지 기다린다.
새바람주택의 가구를 고를 때는 '이 집에 원래 있던 가구처럼 어울릴 것'이라는 조건이 추가로 붙었다. 그러다 보니 다른 곳보다 당근에서 구입한 것들이 가장 마음에 들고 뿌듯한 건 당연한 일인지도.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개성 있는 물건이라는 점, 이 집에 어울릴 만큼 적당히 낡아있다는 점, 그리고 언제 어떤 물건을 무작위로 혹은 운명적으로 만날지 알 수 없다는 점이 마음에 든다. 물론, 저렴한 가격도.
입주할 때 서재에는 슬기와 나의 책상과 하얀 책장 하나를 두었었다. 책상은 각자의 취향과 집 분위기에 맞춰 좋아하는 브랜드에서 심혈을 기울여 골라서 구입한 것이었는데 생각보다 쓸 일이 많지 않았고, 하얀 책장도 집에 두고 보니 색깔이 어울리지 않아 계속 신경이 쓰였다. 결국 아쉬운 마음을 접고 책상 2개와 책장 모두 당근으로 처분하고, 운명처럼 대신 만난 적절한 크기와 색깔의 책장을 당근으로 들여왔다.
책상을 빼고 넓어진 공간에는 편히 앉아 책을 읽을 의자를 구입하고 싶었다. 마침 마음에 드는 데이베드가 있어 재빠르게 거래하러 갔는데, 판매자 분이 예전에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던 공방 사장님이었다. 좁은 동네에서 당근 거래하는 소소한 재미라면 이렇게 종종 아는 사람을 마주치기도 한다는 것 아닐까. 만난 김에 서로의 근황 이야기, 조만간 이사를 가신다는 소식도 듣게 되었다.
가장 잘 쓰고 있는 것을 고르자면 단연 코타츠이다. 1층에서 겨울을 나기 위해 들여놓자니 신품의 가격이 생각보다 높아서 당근을 수시로 들락날락하며 기다렸는데, 좋은 판매자님이 한동안 사용하지 않으셨다는 코타츠를 너무나 저렴한 가격에 직접 운반까지 해주셨다. 덕분에 두 번의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고 있다. 놀러 온 친구들도 코타츠에 매력에 빠져 각자 동네의 당근 매물을 찾아서 집에 하나씩 들여놓았다고.
현관의 첫인상을 담당하는 신발장은 원래 수납장이었다. 기존에 있던 낡은 붙박이 신발장을 철거하고 현관에 맞는 크기의 가구가 없어 직접 제작을 해볼까 하던 때, 가로 세로 깊이 모두 원하는 사이즈인 수납장을 만난 것이다. 소중히 쓰던 거라며 곱게 넘겨주신 수납장, 신발장으로 쓴다는 얘기는 차마 드리지 못했지만··· 우리도 소중히 잘 사용하고 있다.
가장 특이한 곳에서 온 물건은 슬기가 동네 미용실에서 구매한 트롤리. 서재 책상을 없애면서 개인 물품을 보관할 수납장이 필요했는데, 수제작으로 만들어진 원목 트롤리가 있어 들여왔다. 자리를 크게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층층이 그리고 칸칸이 수납공간이 많아서 슬기가 마음에 들어 했고, 비어있던 선반에는 하드보드지로 서랍을 만들어 넣어서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
이층의 테라스는 탁 트인 전망을 보며 쉴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2층 거실과 연결되어 있고 지붕이 있는 공간이라 캠핑용 의자는 어울리지 않았고, 그렇다고 일반 가구를 두기에는 비가 들이치는 공간이라 고민하던 중, 신혼부부가 나눔으로 내놓은 등나무 벤치를 발견했다. 야외에서 쓰던 거라 비바람에도 강해 보였고 무엇보다 새바람주택과 테라스 공간에 딱 어울려 보였다.
그런데 소파의 크기를 미처 생각하지 못하고 작은 차를 빌리는 바람에 겨우 반쯤 싣고 트렁크를 연 채로 집까지 와야 했다. 어떻게든 실어보겠다고 고군분투하던 슬기를 지나가던 동네 어르신이 발견하시고는 여기저기 버려진 물건에서 끈을 잘라와서 차에 묶어주시고, 천천히 깜빡이 켜고 1차선으로 가라고 알려주셨다고··· 지금은 동네 고양이들이 누구보다 잘 이용하고 있다.
'당신의 근처'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유난히 타지에서 온 물건이 많다. 서재의 회전책장은 서울에서 온 것인데 군산에 매물이 없어 못 구하던 것을 서울 친구로부터 선물로 받은 것이다. 서재에 깔려있는 카펫은 이제는 단종된 이케아 빈티지 상품인데 슬기가 대전 출장에서 데려왔다. 크고 무거워서 옮길 때도, 세탁 맡길 때도 고생했지만 2층 서재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고 있어서 볼수록 잘 샀다 싶다.
또 타지에서 많이 사는 것 중에 하나는 잔디, 조경수, 벽돌 같은 조경 재료 등이다. 아무래도 익산이나 전주 외곽 쪽에 농장이 많기 때문. 잔디는 슬기가 대구 출장길에 발견하고 구입하러 갔는데, 부족하면 더 사러 오라는 사장님의 말씀에 "저 군산에서 왔는데요" 했더니, 아니 군산에서 잔디 사려고 대구까지 온 거냐며 (물론 아닙니다) 재미있어하시기도 했다.
아직 운명을 만나지 못해 기다리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우선 옷방에 둘 수납장. 놓이는 곳은 옷방이지만 서재에서도 보이는 위치라 적절한 스타일을 찾기 어려워하고 있다. 그리고 책상을 처분하면서 갈 곳이 없어진 내 물건들을 보관할 수납장. (슬기는 원목 트롤리로 정리 완료) 엽서나 포스터 같은 소품류가 잘 보이게 넣어둘 수 있도록 윗 칸이 유리인 적절한 높이의 수납장이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마당에 심을 식물들. 봄이 되면 마당이나 화단에서 식물을 키우던 식집사님들이 키우던 아이들을 당근에 올리시곤 한다. 필요하다고 하면 직접 뽑아서 주시기도 하고 거래하는 김에 마당 구경하러 오라고 하시기도 하는데 작년에는 타이밍을 놓쳐 구매하지 못했었다. 올해는 본격적으로 마당에 꽃밭을 만들어보려고 해서 야생화, 허브, 능소화 등을 노리고 있다.
1) 우선 키워드 알림은 필수. 인기가 많은 상품일수록 재빠르게 연락해야 구매할 수 있다. 당장 마음에 드는 물품이 없다고 해도 조급해하지 말고 알림 설정 후 언젠간 만날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기다리자.
2) 마음에 드는 그릇이나 소품을 만났을 때는 판매자의 다른 판매물품도 살펴본다. 취향에 맞는 소품들을 더 판매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3) 자주 가는 지역이 있다면, 또는 대신 거래를 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타 지역 당근을 보는 것도 추천한다. 지역마다 물품이 다르고 아무래도 인구가 많은 동네에서 더 다양한 물건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4) 끝으로 큰 물건들의 운반이 고민이라면 배송비를 드리고 배송이 가능한지 문의드리거나, 쏘카로 큰 차를 빌리거나, 당근 동네 업체의 용달 이용하기를 활용해 옮길 수 있겠다.
- 다음화 예고 -
주택살이라면, 공구와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