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단열과 냉난방

주택살이의 어려움, 냉난방

by 새바람

이사 후 첫 번째 겨울이 막 시작한 달이었다. 단열을 하지 않은 것이 내내 신경 쓰였던 것에 비해 집안의 온도는 견딜만하다고 생각했다. 날아온 고지서를 보기 전까지는.

충격과 공포의 첫 달 이후 한겨울이 되었을 때는 난방비가 의식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난방비가 40만 원이 나왔을 때도 따뜻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난방비가 괜찮다 생각될 때는 실내외의 온도 차이가 있는 것인가? 싶게 느껴졌고 조금 살만한 실내 온도가 되었을 때는 너무나 억울한 요금이 나오는 것이다. 주택인의 사람답게 살 권리와 공과금 사이의 치열한 줄다리기, 그것이 주택의 여름과 겨울을 나는 모습일지도 모른다.



새바람주택의 냉난방에 영향을 주는 것들

새바람주택을 처음 보러 간 날은 11월 한겨울이었다. 아직 이 전의 가족들이 살고 있을 때였는데 당시 굉장히 따뜻하고 아늑하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아마 오래된 주택의 단열을 보완하기 위해 집 안팎으로 여러 방법을 사용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사 전 골머리를 앓았던 벽지의 곰팡이는 대체로 결로현상 때문에 주로 창가 주변에서 발견되었다. 그런데 지금 새바람주택은 곰팡이가 생길 틈이 없다. 슬기와 나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안팎의 온도가 같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했다.

현황1.jpeg
현황3.jpeg
현황4.jpeg
렉산 가림막, 얇은 창호, 두꺼운 커텐

어째서 리모델링 후 더 추워진 것인가. 가장 큰 요인으로는 집 외부에 둘렀던 가림막 제거이다. 파란색의 렉산 가림막은 물리적으로 비바람을 막고 난방에 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빨간 벽돌과 아치로 장식된 집 외관을 가리고 미관상 좋지 못하다 생각해 철거했고 우리는 비바람을 얻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나무로 된 단창을 이중창호로 교체했는데, 벽단열도 하지 않은 용감 무식한 우리의 선택에 대한 너무 많은 짐을 모두 창호에게 짊어주었나 싶다.

추운 집을 만들기 위한 우리의 여정은 계속된다. 2층 침실의 돌출창문을 예쁘게 살리기 위해 이중창호를 포기하고 단창으로 시공하였으며 테라스로 나가는 문도 일반적인 베란다 문보다 활짝 열 수 있도록 필연적으로 추운 폴딩 도어를 설치했다. 이에 옥상의 태양열을 그대로 받는 2층은 여름에는 매우 덥고 겨울에는 홑겹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에 1층보다 춥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전의 가족들은 벽면 가득 가려지는 두꺼운 커튼, 창문에 뽁뽁이 붙이기 등 부가적인 아이템을 사용했다면 우리는 오직 블라인드만을 설치했다. 이 정도면 얼죽아라고 불러달라. 얼어 죽어도 아름다운 것만 쓴다!



극복할 것인가 적응할 것인가

낭만 가득한 집이 된 것은 뒤로하고 그 안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계절을 나는 이야기는 또 다르다. 물론 일련의 선택에 대한 배경에는 추위와 더위에 민감하지 않다고 생각한 이전의 경험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슬기는 한여름에도 긴팔, 긴바지에 얇은 겉옷을 꼭 입고 다녔고 슬리퍼에도 양말을 안 신는다는 것을 상상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나는 한여름과 한겨울에 집안에서의 옷차림이 별다르지 않았고 대체로 더위와 추위에 민감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슬기와 나는 그동안 얼마나 시원하고 따뜻한 곳에서 생활했는지를 인정했다. 얼마나 오만한 생각이었는가! 작년 여름 슬기는 생애(?) 최초로 반바지를 구입했고 나는 겨울이면 기모 잠옷을 꺼낸다. 오만과 현실 사이에서 추위와 더위를 극복하고 적응해 나아간 과정은 다음과 같다.


1) 보일러 효율 높이기

새바람주택은 1층과 2층 보일러가 각각 설치되어 있는데, 2층은 외부 보일러실이 따로 있지만, 1층은 철거 후에 보호받지 못한 채 덩그러니 주택 외벽에 붙어있었다. 오래 방치하면 보일러가 상하고 효율이 안 좋다는 말에 샌드위치 패널로 보일러실을 만들었다. 그리고 동파방지를 위해 부직포로 수도관 등을 잘 감싸서 보온이 잘될 수 있도록 했다.

보일러실1.JPG
보일러실2.jpeg
보일러실3.HEIC
너무나 덩그러니 있었던 1층 보일러


2) 다양한 페인트 활용하기

벽단열은 야심 차게 포기했지만 나름 이런저런 걱정이 되어 벽지 전 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는 여러 페인트를 사용했다. 벽지와 곰팡이를 셀프로 제거하고 외벽과 맞닿아있는 벽 위주로 단열페인트를 시공했고 창문 주변은 특히 꼼꼼하게 칠했다. 온도와 습도 조절에 도움을 준다는 유럽미장 페인트도 2층의 침실과 세탁실 두 군데에 시공했다. 또 올여름이 오기 전에는 옥상에 쿨루프를 시공할 예정이다. 밝은 색상의 페인트가 태양열을 반사해 평균 4도 정도는 낮춰 준다고 하니 그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유럽미장1.jpeg
유럽미장2.jpeg


3) 태양열 패널 활용하기

어마무시한 요금을 자랑하는 도시가스에 비해 전기는 믿을 구석이 있다. 옥상에 설치되어 있는 태양열 패널 때문이다. 새바람주택의 한 달 평균 전기요금은 2~3만 원 내외인데 가전제품이 적은 편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보통 가정보다 현저히 낮은 요즘이라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의 전략은 가전제품, 전열 기구를 십분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새바람주택은 총 4대의 실링팬이 있는데 공기 순환과 열효율을 높이기 위해 거실에는 대형을 방에는 소형을 설치했다. 주로 생활하는 1층 거실에는 코타츠와 온풍기를 두었고 화장실에는 라디에이터를 두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고 있다.

실링팬1.jpeg
실링팬2.jpeg
라디에이터.JPG
거실과 방에 실링팬을 설치하고, 화장실엔 라디에이터를 두었다. 겨울엔 라이데이터가 톡톡히 역할을 한다.


4) 소신 바꾸기

새바람주택은 설계할 때 의도적으로 배제한 부분이 바로 에어컨이다. 그건 전적으로 슬기의 의견이었는데 나와 크게 의견이 부딪힌 부분이기도 하다. 대망의 첫여름. 슬기는 어떤 결심에 걸맞게 꽤 더위를 잘 견디며 지내는 듯했는데 나는 말 그대로 정신을 못 차리겠는 것이다. 결국 1층 내 방에는 작은 벽걸이 에어컨을 설치했다. 다행인 점은 1층은 지열을 덜 받아서인지 작은 에어컨으로도 거실 전체가 시원해졌고 거실에서 밥을 먹거나 손님들이 왔을 때도 문제없이 지낼 수 있었다. 문제는 2층이었다. 나에게 2층은 엄청난 습도와 숨 막히는 더위를 제공하는 24시간 습식 사우나에 버금갔다. 옷방과 서재를 포기해야 하나 싶은 심정이었다. 그럼에도 2층 공간에는 아직 에어컨이 없는데 이번 여름을 대비해 한 대 놓을 것을 슬기와 협의 중이다.

에어컨.jpeg 계획에 없던 에어컨이라 콘센트도 따로 만들어 놓지 않았다.


5) 계절별 꿀템 활용하기

새바람주택에 살기 전에는 사계절 동안 이불과 잠옷에 큰 차이를 두지 않았다. 지금은 여름 꿀템, 주택 필수템 등의 광고문구에 홀린 듯 이끌린다. 이불의 경우 여름에는 냉감패드를 쓰고 있는데 꽤 만족스럽다. 겨울에는 온수매트와 전기매트는 필수고, 거기에 더해 발열이불을 쓰고 있는데 최근에는 시골집에서 쓰는 두꺼운 솜이불을 사고 싶어 하는 중이다. 잠옷의 경우 누빔으로 된 긴팔, 긴바지 세트에 더불어 주택인들에게 유명한 기모 후드집업도 입고 있다. 또 슬기 어머니의 꿀템, 꽃무늬 덧신도 겨울 필수템이고, 필히 실내 슬리퍼를 신고 다녀야 발이 차가워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이렇게 아이템을 모두 장착해도 여전히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춥다.

꿀템1.jpeg
꿀템2.jpeg
꿀템3.jpeg
필수템을 모두 장착한 슬기와 난로, 겨울 양말과 슬리퍼, 선물 받은 미니 난로


그래서 얼마나 춥고 얼마나 비싼 건데?

한국에너지공단 조사에 따르면 겨울철 난방비가 아파트(약 25평)는 35만 원, 단독주택은 42만 원, 연립/빌라는 28만 원이라고 한다. 새바람주택의 경우 겨울을 기준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달에 40만 원 정도, 가장 적게 사용한 달에 20만 원 내외의 요금을 지출했다. 첫겨울에 난방비 폭탄을 경험한 후에는 난방 방식을 다양하게 시도해 보며 새바람주택에 맞는 설정값을 찾아보았고, 올 겨울 어느 정도 적합한 방식을 알게 되었다.


<적당한 난방비와 온도를 향한 다양한 시도>

겨우내 온종일 45도 정도로 난방을 계속 켜둔다 => 난방비 폭탄

난방비에 놀라 정말 너무 추울 때만 난방을 켜둠 => 집이 식었다가 다시 데워지는데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어 비용은 크게 줄지 않았고, 바닥은 발을 디딜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

예약기능을 활용해 3시간마다 20분씩 돌아가도록 설정 => 초겨울에 적당히 살만함, 양말 신으면 걸어 다닐만함,

예약기능을 활용해 2시간마다 20분씩 돌아가도록 설정 => 한겨울에는 이래야 살만함. 그래도 손발은 좀 추워서 코타츠에 들어가 있음

위와 같은 다양한 시도를 거쳐 지금은 평균 20만 원 정도의 요금이 나오는 있으며, 겨울 잠옷에 양말을 잘 신고 있으면 집안에서의 일상생활은 할만한 정도이다.

보일러패널1.jpeg
보일러패널2.JPG
예약기능을 적극활용하고, 온수 온도를 너무 높게 해두지 않는 것이 좋다


<그 외 주택 난방 노하우>

가스난방에는 실내난방과 온돌난방이 있는데, 주택의 공기는 항상 차가운 편이고 쉽게 데워지지 않기 때문에 물의 온도를 기준 삼는 온돌난방이 적합하다.

뜨거운 물을 사용할 때 수전의 핸들을 온수 끝까지 놓고 사용하지 않는다면, 보일러 온수 온도를 낮춰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불필요하게 온도를 높이기 위해 가스가 많이 사용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예약기능이 온도를 적당히 유지하는데 좋다. 다만 손님이 놀러 오면 온종일 난방을 켜둔다. (우리는 적응했지만, 아파트 거주자들은 조금 추워하기 때문이다)


모든 주택이 이토록 더위와 추위에 혹독한 것은 아닐 것이다. 에너지 효율과 단열에 신경 쓴 집이라면 시원하고 따뜻하게 지낸다. 개별 주택마다의 상황이 다르니 무조건적으로 너무 겁먹지는 마시라.



- 다음화 예고 -
어느 날 커다란 마당이 생겼다. - 슬기의 텃밭 사랑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