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살이 DIY 어디까지 가능할까
주택살이를 하다 보면 공구에 익숙해지고 잡다한 기술을 얻게 된다. 이유를 떠올려보자면, 새롭게 인테리어를 한 뒤에도 자잘하게 보수할 게 생기기 마련인데, 이것을 모두 일일이 비용을 들여 작업자로 해결하기엔 소소한 것들이고, 모아서 작업자를 부르기엔 이런 건 누굴 불러야 할지 경계가 애매한 것들이 많다는 것이 하나의 이유가 되겠다. 또 필요에 따라 적합한 가구를 찾다 찾다 결국 만드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는 경우가 있기도 하다. 마지막으로는 그냥 해보고 싶어서, 할 수 있을 거 같아서도 하나의 이유이겠다.
내 경우엔 마지막 이유가 큰 부분을 차지하여 인테리어 하는 김에 여러 공구를 사들였다. 유명하게 알려진 여러 브랜드들 중에 내가 사용하기에 적당한 출력과 예쁨을 가진 브랜드를 선택했고, 해당 시리즈로 여러 공구를 모았다.
공사하면서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했고, 큰 작업을 할 땐 유튜브나 블로그를 통해서 다양한 정보들을 보고 내가 할 수 있는 정도의 수준을 찾아서 배우곤 했다. 물론 따라 하는 건 가능하지만 정교한 작업들은 어렵다 보니 얼레벌레 얼렁뚱땅 작업된 것들도 많으나 뭐, 내 집인데 어때.
이 단계는 공구 한두 개로 할 수 있는 작업들이다. 요 정도만 해도 제법 집에 변화를 주고 기존의 불편함을 해소하면서 집을 내 편의에 맞춰서 잘 만들어가고 있는 기분이 든다.
<콘센트 커버 교체하기>
1층 거실의 윈도 시트 상단에 콘센트가 있는데, 처음에는 벽 쪽에 있는 걸로 자리를 잡아서 공사를 진행했는데, 나중에 보니 윈도 시트 상판에 콘센트가 있는 게 편할 거 같아서 자리를 옮겨보기로 했다. 콘센트 교체 자체는 간단한 작업이었는데, 윈도 시트 상판에 콘센트가 들어갈 자리를 만드는 게 쉽지 않았다. 나무에 구멍 뚫으려고 홀쏘를 구입해서 작업하는데 나무가 두꺼워서 생각만큼 빨리 안되고 돌아가다 멈추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구멍을 동그랗게 뚫고는 사각형으로 만들려고 톱질을 했는데, 도무지 바르게 톱질이 안 돼서 삐뚤빼뚤한 사각의 모양을 대충 만들어서는 콘센트를 어찌어찌 밀어 넣었다. 그래도 겉으로는 깔끔하게 보인다.
<부엌 타일 마감>
부엌의 타일은 덧방에 덧방을 더해서 몇 겹으로 만들어졌는데, 매번 사이즈가 딱 맞게 작업을 한 게 아니다 보니 지저분하게 튀어나온 타일도 있었고, 몇 겹이 쌓이면서 타일의 두께감이 보기 좋지 않게 남았다.
미니 그라인더에 타일용 날을 달아서 튀어나온 타일을 잘라내고, 두꺼워진 타일을 가리기 위해 마감재로 타일 전체를 둘러주었다.
이때 갖고 있던 날이 맞지 않아서 어떤 날이 필요한지 찾아보면서야 알았는데, 재료에 적합한 날을 써야 안전하고 문제없이 작업할 수 있었다. 당연한 얘기일 수도 있는데 처음엔 제일 강한 날을 달면 다 잘라내거나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했었는데 실제 작업을 해보니, 잘못된 날을 사용하면, 과부하로 열이 너무 발생해서 목재의 경우 검게 타버리거나, 작업하다 날이 멈추기도 하는 것이다. 다양한 데엔 다 이유가 있었다…
여기서부터는 좀 어렵다. 이거 내가 해도 되는 건가? 싶은 파트여서, 사전에 구조와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영상도 많이 찾아봤고, 실제 작업하는 모습을 멀찍이서 유심히 보았다. 그리고 사용하는 도구도 좀 늘어나고 작업 과정도 복잡해진다. 잘못하면 사람을 불러야 수습이 가능해지기도 해서 더욱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성공하면 매우 뿌듯하다.
<세면대 설치>
새바람주택 2층은 거실에 세면대가 있다. 2층 화장실에 욕조를 넣고 자리가 애매하기도 했고, 건식으로 외부에서 사용해보고 싶어서 결정했는데, 이게 전문가에게 설치를 요청할 타이밍이 애매해서 셀프로 해보기로 했다. 여기서 애매하다는 건 작업량이나 시간을 생각했을 때 전문 작업자를 부르는 것이 비용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전문가에게 맡기면 편하고 훨씬 더 꼼꼼하고 깔끔하게 해 주시겠지만, 직접해도 어렵지 않을 것 같은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선반장에 구멍을 뚫고 세면대를 올리고 배수관 작업을 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까다로웠던 건 수도관을 연결하는 것이었다. 일단 수도관을 잠그고, 기존 관에 남아있는 물을 빼야 한다. 처음엔 생각보다 물이 많이 나와서 수도관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고 나면 기존 수도관의 마감캡을 제거하고 수전의 수도관과 연결해야 하는데, 여기를 꼼꼼하게 하지 않으면 물이 샐 수도 있어서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배관용 테프론 테이프를 이때 처음 써봤다. 그리고 볼트를 조이기 위해서 몽키스패너가 필요한데, 간단하고 예쁘다고 손잡이가 짧은 걸 샀다가 힘이 너무 들어가서 손잡이가 긴 걸 추가로 샀더랬다. 아무래도 힘을 잘 쓰기엔 긴 게 좋다(지렛대 원리를 생각하자). 멋 부리다간 손바닥에 제대로 물집 잡히는 수가 있다.
<후드 설치>
새바람주택의 주방후드는 침니후드이다. 상부장이 없고, 간결한 디자인을 원해서 침니후드를 선택했는데, 후드가 벽에 착 붙지 못하고 3센티미터가량 떠있는 형태가 되어 이를 보강해서 후드가 벽에 밀착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자 이제 새로운 장비를 꺼낼 때가 되었다. 에어타카와 콤프레셔의 등장. 이것도 우여곡절이 많았다. 목공 작업할 때 사용하는 걸 보고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열심히 검색해서 샀는데, 주방후드 작업을 위해선 벽에 고정시킬 수 있는 게 필요해서 콘크리트 타카가 필요했으며, 타카 심도 공구마다 맞는 게 다른데, 비슷하려니 하고 대충 사는 바람에 철물점을 여러 번 오고 가야 했다. 그렇게 새롭게 구비한 장비로 벽에 보조목을 고정시키고 거기에 주방후드를 설치했다. 보조목을 기존에 있던 자재를 활용해서 만들어서 아주 깔끔하게 하진 못했지만, 잘 설치하고 지금까지 잘 사용하고 있다.
주방후드는 환풍구에 배기 연통을 연결해서 청소기 원리로 공기를 빨아들여 내보내는 방식인데, 그 환풍구가 그냥 뻥 뚫린 구멍이란 점이 처음엔 낯설었다. 그냥 벽에 구멍이 나 있는데, 이게 맞는 건지 싶고, 주방후드 설치 전까진 뭐가 들어올지 몰라서 신경 쓰여서 꽁꽁 막아놨었던 기억이 있다. 아파트나 원룸에서는 배기 연통의 끝이 어딘지 생각할 필요가 없었는데, 주택에서는 너무 바로 확인이 되는 구조라는 게 공간 더 잘 이해하고 흥미롭게 만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탁 공간 선반 제작>
세탁기와 건조기가 놓인 공간에 작업할 선반과 수납공간이 필요해서 기성 제품을 알아봤는데, 알맞은 사이즈가 없어서 직접 제작해 보기로 했다. 대략적으로 스케치를 하고 사이즈를 정한 다음에, 원하는 목재를 원하는 사이즈로 재단해서 보내주는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목재를 구입했다. 도착한 목재를 원래 이제 계획대로 잘 조립하면 되는데… 살짝 사이즈 보려고 임시로 고정해서 확인해 보니, 전체적으로 너무 튀어나와는 구조가 돼서 세탁기와 건조기 기판 사용이 너무 어려워지는 것이다. (세탁기에 세제를 넣을 수 없다니) 이런 작업 안 하려고 재단한 목재를 구입한 건데, 원형 톱으로 목재 길이 등을 조절해서 최종 완성했다. 마감도 어설프고 허술한 점이 너무 보이지만 그래도 곧잘 사용하고 있다.
여기는 로망의 파트이자 점점 더 어려워지는데 여기를 잘하게 되면 적어도 농막의 기초틀까진 세울 수 있을 거 같다. (과연) 여긴 본 건 많고 결과물에 대한 기대가 커서 좀 더 신나게 작업하기도 했는데, 다만 엄두가 안 나서 일을 시작하기까지, 마음을 먹기까지 좀 시간이 걸렸다.
<데크 만들기>
기존에 있던 불법건축물을 철거한 광활한 공간을 채울 무언가를 떠올렸을 때 주저 없이 데크를 생각했다. 특별히 데크에서 뭘 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다기보다, 데크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던 것 같다. 맘을 먹고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어떤 목재들을 사용할지 알아보고, 구조를 그렸다. 대략적으로 수량까지 파악한 뒤엔 온라인으로 목재랑 다른 자재들을 주문해 봤다. 아는 동네 목재상이 없기도 했고 온라인이 저렴한 거 같아서 제법 많은 양의 목재를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잘 받았는데, 그 뒤론 해당 쇼핑몰에서 목재들은 모두 사라져서 설마 주문할 줄 몰랐던 걸까 번거로워서 주문을 닫으셨나 했다.
이런 자재들 배달시킬 때 가장 어려운 점이 물건 내리는 거다. 보통 배송까지 해주는 것이 기본이고, 물건을 내리는 건 받는 사람이 할 일인데, 아무래도 나와 서희만으로는 손과 힘이 부족해서 비용을 더 드리고 요청드리거나, 양이 적은 경우엔 요청을 좀 드려서 하차에 도움을 받았다. 근데 감사하게도 일단 나와 서희가 장갑 끼고 나오면, 한세월이 걸릴 거란 생각이 드시는 건지 자연스레 도와주셨다. 하지만 이건 진짜 선의로 해주는 거고 사실은 정당한 비용을 드리는 게 맞는 작업이다.
일단 목재가 도착하면 절반은 완성이다. 이제 내가 움직이면 되니까. 처음에는 호기롭게 원형톱으로 하려고 했는데 기본 틀이 되는 투바이포 목재는 도무지 한 번에 재단이 안 돼서 결국 각도절단기를 빌렸고, 하 왜 진작에 안 빌렸을까 모든 작업이 수월하게 흘러갔다.
기본 틀을 만들어서 기둥에 올려주고 수평을 맞춘 뒤 튼튼하게 중간중간 상을 걸어주면 나머지는 반복작이다. 근데 이 기본 틀을 만드는 목재가 무거워서 수평을 만드는 게 진짜 어려웠다. 그래서 최대한 해보다가 너무 기울진 않아서 그냥 넘어갔다. 만들어진 기본 틀에 방부 데크재를 올려서 피스로 고정시키면 완성! 물론 나무가 모두 곧은 건 아니어서 일정한 간격으로 잘 고정시키는 게 쉽지 않았지만, 기본 틀이 만들어지고 나면 어렵지 않은 반복 작업이다.
커다란 걸 먼저 만들고, 이후에 작은 사이즈를 하나 더 만들었다. 세상에 너무 뿌듯해서 만들고 난 뒤에는 매일 창문으로 쳐다보고 스스로 신기해했다. 저걸 내가 만들었단 말이지. 제법 무거운 목재를 다루고 난 뒤엔 뭐든 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담벼락 세우기>
새바람주택은 옆집과 담벼락을 공유하는 부분도 있고, 옆집의 외벽이 담벼락인 다소 불분명한 담벼락을 가지고 있다. 외벽이 담벼락인 경우엔 그 집이 빈집이기도 하고 오래 방치된 창문이 튀어나와 있어서 미관이 썩 좋지 만은 않다.
이 점에 대해 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서희는 불편하기도 하고 가리고 싶다고 하여 담벼락을 세우기로 했다. 옆집과 담벼락을 공유하는 데크 쪽은 나무 사이딩을 사용하고, 외벽이 담벼락인 경우엔 외벽 느낌으로 시멘트 사이딩을 사용하기로.
처음의 계획은 간단했다. 중심을 잡아줄 기초석을 두고, 기둥을 세운 뒤 그 기둥에 각각의 사이딩을 작업해 벽을 만든다. 어렵지 않은 계획 있었고, 실제로도 나무 사이딩도 시멘트 사이딩도 계획대로 작업을 완료했다. 뿌듯함을 안고 서울 출장을 갔고, 인스타에도 완성했다고 사진 올렸는데, 서희로부터의 연락. ‘담벼락 무너졌어’ 집에 놀러 왔던 친구들이 기울어지는 담벼락을 막아보겠다고 서로 벽을 붙들며 아무도 움직일 수 없는 다소 아찔하고 웃픈 상황도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아무도 다치진 않았다) 그렇게 처참하게 무너진 시멘트 사이딩은 모두 철거했야만 했다. 기초 공사가 부실했던 탓에 기다란 사이딩이 휘청이면서 넘어졌던 거였다. 군산의 바람은 매섭기에 기초가 매우 튼튼해야 한다. 테크와 함께 작업한 나무 사이딩의 경우엔 그래도 오래 잘 버티고 있는데, 언젠가 비바람이 거세게 불던 날 바람에 기우는 걸 발견하고 급히 기초를 보강해서 그 이후로는 안전하게 잘 서 있다.
무너진 쪽은 아직 새로운 작업이 들어가지 못했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담벼락을 만들 수 있을지 아직 고민 중이다.
언젠간 좀 더 능숙하게 작업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직접 이런저런 작업을 해보면서 발견한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를 이야기해 보자면,
아마추어는 어떤 작업 중인지 옷에서 너무 티가 난다. 깔끔하기 어렵다.
아마추어는 초기 계획대로 잘 되지 않는다. 하면서 변경되는 게 많다.
아마추어는 수평수직에 집착한다고 해도 쉬이 맞추기 어렵다.
내가 이 세 가지에 모두 해당되는데, 그래도 직접 손으로 무언갈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건 너무 즐겁다. 어설프지만 (안전하다면야!) 내가 만든 데크에서 사람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여유를 즐기고 하는 추억들이 생기면서 뭘 더 만들어볼까 어떤 걸 더 해볼 수 있을까 궁리하게 된다. 이렇게 어디까지 해볼 수 있을까 어디까지 만들게 될지 새바람주택에 재미가 더해진다.
- 다음화 예고 -
주택 산다면 꼭 물어보는, 안 더워? 안 추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