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주택 입주 600일, 슬기와 서희가 말하는 주택살이의 기쁨과 슬픔
길었던 공사를 마치고 설레는 마음으로 입주한 지도 벌써 1년 9개월. 두 번의 여름과 가을, 겨울을 보내고 두 번째 봄을 기다리는 지금, 새바람주택은 제법 생활이 묻어나고 추억이 쌓여있는 ‘사람 사는 집’의 모습을 하게 되었다. 이제는 새바람주택 이전의 삶이 오히려 낯설게 느껴지는 두 사람, 슬기와 서희에게 들어 본 주택살이의 기쁨과 슬픔, 놀라움과 즐거움.
서희 벌써 600일이나 되었나요? 체감으로는 이제 겨우 사계절 정도를 보낸 것 같은데, 시간이 참 빠르다는 느낌입니다. 공간이 넓어진 만큼, 일상이 풍부해진 것을 느끼며 살고 있습니다.
슬기 솔직한 소감은 ‘아직도 돌볼 곳이 많네··· 어쩌지···’네요. (웃음) 반은 전문가에게 맡기고 반은 셀프로 진행하다 보니 마무리가 애매해서 미뤄두었던 부분들이 아직 남아있거든요.
서희 가족들은 입주 초반에 왔었는데, 아직 어수선한 모습에 잔소리를 많이 하다 가셨습니다. 그래도 막상 실제로 보고 나시니 처음 주택 얘기를 꺼냈을 때보다는 걱정을 덜 하시더라고요.
친구들은 흥미롭게 여기고 영감을 받아가는 것 같아요. 오래된 주택을 수리해 사는 사람은 유튜브에서나 봤지 실제로 주변에서 보는 건 처음이라는 친구도 있었고, 본인도 나중에 마음 맞는 친구와 같이 살고 싶은데 이렇게 살면 좋겠다는 힌트를 얻었다는 친구도 있었습니다.
슬기 좋아하는 대로 만들고, 좋아하는 것으로 채운 집이라는 점을 친구들이 신기하고 대단하게 느끼는 것 같아요. 다들 주택살이에 대한 꿈이 생겨서 돌아가기도 하고. 은근히 많은 사람들에게 ‘게스트하우스 해라’라는 말을 듣곤 하는데 전 집에 모르는 사람이 오는 건 싫어서···
서희 1층 거실에 앉아 비가 오거나 눈이 내린 마당을 바라보는 일. 여름에는 텃밭의 채소를, 가을에는 무화과를 따먹는 일. 주택 구석구석을 가꾸고 채우며 차근차근 우리의 집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좋아요.
슬기 저도 거실에 앉아서 바깥 풍경을 바라볼 때 그 평온함과 고요함이 참 좋아요. '좋은 곳에 내가 있구나' 싶은 순간입니다. 그리고 마당이 있어서 누릴 수 있는 소소한 것들이 좋네요. 놀러 오는 고양이들 챙겨주고 텃밭을 가꾸고 하는. 아침에 텃밭에 나가서 수확한 재료를 바로 먹는 거, 생각보다 기분이 좋아요. 겨울엔 못해서 아쉬운 부분입니다.
서희 아, 그리고 층간소음이 없다는 점! 최근 취미로 피아노를 시작했는데, 이른 아침이고 늦은 저녁이고 상관없이 마음껏 치고 있어요. 친구들이 놀러 와서 늦게까지 놀 때도 소음 걱정 없이 편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고요.
서희 고장 난 대문이나 구멍 난 처마를 마주할 때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대야 할지 모르는 막막함… 누수가 생겼는데 원인을 찾지 못할 때의 무력감… 집이 가진 개성이 문제 해결의 어려움으로 돌아올 때 난감해지곤 합니다. 사소한 것들로는 배달기사님이 집을 못 찾으시거나 음식을 다른 곳에 두고 가실 때? 가장 슬펐던 건 첫겨울 첫 달 난방비 고지서를 확인했을 때였네요. (웃음)
슬기 예상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추워요. 그간 아파트에서 얼마나 안락하게 지낸 것인지 새삼 깨닫고 있네요. 추위를 많이 타서 따뜻한 집이 좋은데 새바람주택은 전체적으로 따뜻하게 만들긴 구조적으로 좀 무리가 있어서 그게 아쉽죠. 그 외에는 딱히 슬픈 건 없는 듯해요.
서희 네, 달라졌어요. 우선은 매일 해야 하는 일들이 있고 계절 마다도 챙겨야 하는 것들이 있다 보니 삶이 부지런해졌고요. 취미나 휴식, 친목 등 삶의 모든 부분에서 집을 중심으로 생각하게 되었어요.
슬기 주택에 살기 때문에 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서 하루 루틴도 바뀌고, 넓은 공간이 생기다 보니 그에 따른 변화도 많네요. 고양이 밥 주기, 마당에 물 주기 등 매일, 또는 주기적으로 해야 하는 일들이 생겨서 계절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것들이 생겼지요. 그리고 성격답지 않게 사람들도 많이 초대해서 함께 어울리는 시간이 많아졌네요. 집을 매개로 새로운 일들이 많이 생긴 거 같아요.
슬기 앞서 말한 것처럼 집에 사람들이 자주 오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어요. 조용하고 쉬기 좋은 곳이라 일주일 또는 그 이상 머물고 가기도 해요. 특이한 경험으로는 집에서 요가 프로그램을 해본 적이 있어요. 대부분 아는 사람들이었지만 모르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 공간을 완전 다른 방식으로 사용하는 모습이 신기한 경험이었습니다.
서희 놀라운 것까진 아니지만, 인천에 있을 때보다 자주 보는 인천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지인들을 자주 초대하고 있어요. 얼마 전에는 군산 친구들과 각자 안 쓰는 물건을 가지고 모여서 바자회를 열었는데요. 뭐든 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계절마다 즐길거리가 다르니 계속해서 새로운 재밌는 일들을 구상하고 실행하는 동력이 되는 것 같아요.
슬기 외동으로 자랐고 혼자만 지내와서, 가족 외에 누군가랑 같이 살면서 잘 지낼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는데요. 의외로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서 스스로도 신기해하고 있어요. 재밌네요.
서희 이 지점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이기도 한데(웃음) 가족과 살았을 때, 혼자 살았을 때보다 슬기와 살고 있는 지금이 가장 만족스러워요. 서로 안 맞는 부분은 없는지, 싸운 적은 없는지에 대한 질문도 자주 듣는데 지금까지 크게 그런 일은 없었어요. 어쩌면 사실 둘 다 그냥 잘 까먹는 사람인 건지도…
슬기 공사 시작부터 지금까지 큰 다툼 없이 잘 지낼 수 있어서 고맙지요. 생활 패턴도 다르고 생활 습관도 다른데 서로 과하게 터치하거나 크게 뭐라고 하지 않고 그럭저럭 잘 맞춰 지내는 거 같네요. 바라는 점은 없고, 그냥 지금처럼만 지내면 적당할 것 같아요-
서희 슬기는 성실하고 꾸준하며 참 무던한 사람이라 생각합니다. 새바람주택에서 일상을 평화롭게 영위할 수 있는 건 모두 슬기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슬기에게 바라는 건 없고, 저만 잘하면 되지 않을까요?
서희 “주택, 손도 많이 가고 정도 많이 갑니다!”
슬기 사람 사는 거 다 똑같죠…? 특별할 건 없지만 재밌어요.
슬기 내 집마련에 대한 큰 로망과 꿈이 있던 사람은 아닌데, 나한테 맞는 라이프스타일을 찾다 보니 주택에 살게 되었네요. 약간의 불편함을 감수하면 제법 재밌는 삶이에요.
서희 어렵거나 특별한 일이 아니에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습니다!
- 다음화 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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