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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다 한 이야기 모음.zip

주택에 산다는 건 끊임없는 에피소드와 함께 하는 것

by 새바람

나름 만반의 준비를 하고 시작했다고 생각했지만, 생각지 못했던 일들이 많이 발생했고, 경험이 없어서 아쉬운 선택을 하기도 한 경우도 많았다. 아마도 다시 하게 된다면 (정말 그럴 일이 있을까?) 조금은 나은 선택을 해서 수고를 덜 수는 있겠지만, 현장이 그러하듯 분명 또 다른 변수가 우릴 기다릴 것이다. 그래도 우리의 첫 주택 리모델링은 잘 마무리되었고, 살아가면서 손볼 것들이 또 한가득이지만, 꿈꿔왔던 공간이 근사하게 잘 만들어졌다. 앞으로 이 공간에서 또 어떤 재밌는 일이 가득할지.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기 전, 여기서는 앞서 못다 한 이야기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가장 힘든 작업이었던 벽지 곰팡이 제거

대부분의 작업은 전문 작업자를 섭외해서 진행했지만 그러지 못했던 일부가 곰팡이 제거와 벽지 제거였다. 기존 벽지에 곰팡이가 적잖이 있어서 벽지 제거를 하고 곰팡이 방지 작업을 해야 했는데, 엄두가 나지 않아 작업자를 한 번 요청하기는 했었다. 근데 생각했던 것만큼 꼼꼼하게 벽지를 제거해 주는 것도 아니고, 곰팡이가 심한 부분만 제거/방지 작업을 해줘서 결국 전체 공간 벽지 제거는 우리의 몫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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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지를 뜯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곰팡이가 있는지 없는지 그래서 꼭 뜯어봐야한다.


물 뿌리고 긁어내고 벗기고 하는 지난한 작업을 며칠 간 했고 어디 하나 안 아픈 곳이 없을 정도로 쉽지 않았다. 늦어지면 다음 작업들도 일정이 밀리니 빠르게 해야 했고, 요령도 없이 무작정 작업하려니 더 어려웠던 듯하다. 오죽하면 그냥 벽지에 알코올 뿌리고 불 붙이면 안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렇지만 또 이런 공사를 한다면, 역시나 이 작업은 직접 하게 될 것 같다. 누구 불러서 쉽게 될 작업이 아니야…



이런 것도 해야 하는구나? 매지 채우기

철거 작업 이후에 창문 사이즈를 줄이고, 출입문을 없애고 하는 과정에서 조적 작업을 했는데, 외부에서 보이는 쪽은 적벽돌로 작업이 되었다. 다 완료되었다고 생각하면서 잘 살펴보니 어딘가 달랐다. 기존 벽돌은 틈새가 까맣게 채워져 있는데, 새롭게 작업된 곳은 시멘트 가공만 드러날 뿐 벽돌과 벽돌의 사이사이가 채워져있지 않았다. 알고 보니 여기도 별도로 '매지 작업'이라는 걸 해야 하는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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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돌 사이사이에 매지를 꾹꾹 잘 눌러서 넣어줘야 한다.


작업량이 많지는 않아서 셀프로 해보기로 하고, 검은색 매지 재료와 작업 도구를 준비했다. 작은 공간을 채우는 작업이어서 그나마 제일 쉬웠고, 결과가 바로 보이는 작업이라 좀 수월하게 했다. 물론 작업한 공간이 영 깔끔하지 못하고 왜 벽이 아니라 내가 제일 지저분해지는지 모르겠지만 진짜 전문가는 결과물의 깔끔함도 있지만, 스스로와 주변도 깔끔해야 하는 것 같다. 나에게도 그런 날이 올까?



집 안에서 물이 떨어져요

이건 새바람주택으로 이사하고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비가 많이 왔던 언젠가, 아침에 눈을 떠 1층 거실로 내려갔는데, 바닥이 젖어있었다. 천장에서 물이 똑똑 떨어지고 있는 상황. 분명 그 위는 2층 테라스인데 비가 샌다고?! 2층 테라스는 마루 같은 느낌을 내고 싶어서 단열재를 채우고 시멘트와 타일로 마감했는데, 기존에 방수작업 안되어 있었나 보다. 급히 방수제품을 사서 방수처리를 해서 일단 넘어갔더랬다.


그런데 또 비가 많이 왔던 언젠가(기후위기 때문인가 비가 정말 많이 쏟아진다)는 드레스룸과 2층 거실이 젖어있는 걸 발견해서, 급히 작업자를 섭외해서 옥상과 2층 외부 및 외벽 방수 작업을 진행했다. 그래도 여전히 조금씩 어딘가 물이 스미는 걸 발견하게 되는데,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정확한 원인을 찾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도 외벽 노후화 때문인 듯) 뭐 크게 불편하지 않아서 잘 말리고… 관리하며 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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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아침 바닥에 물이 고여있고,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있었다. 2층 벽도 어째선인지 젖어있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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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외부와 옥상 그리고 외벽까지 방수작업을 진행했다.



거센 바람에 대문이 속절없이 열리던 어느 날 밤

새바람주택은 도로명 주소를 2개 갖고 있다. 두 개의 주소에 각각 하나씩 대문이 있는데, 각 주소별로 대문이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사는 주택 쪽에, 다른 하나는 리모델링 과정에서 철거한 불법 건축물 쪽에 있었다. 철거를 마치고 나니 대문 하나는 막아주는 구조물이 전혀 없이 뻥 뚫린 공간 앞에 덩그러니 서 있는 형태가 되고 말았다.


군산은 바람이 강하게 부는 편인 데다 새바람주택은 뒤에 산을 두고 있어 더 심하다. 거세게 바람이 불던 어느 날, 그 바람에 대문이 흔들리다 열리는 걸 목격하게 된다. 급히 나가 벽돌로 막아봤지만 바람의 힘은 더 강했다. 외부에 있던 나무 벤치를 옮겨서 막고 그 위에 벽돌을 잔뜩 올리고 나서야 문이 열리는 걸 잡을 수 있었다. 대문이 그냥 열리는 상황에서 집 밖에 나가야 한다니 며칠은 꽤나 신경 쓰이고 불안했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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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보면 문이 틀어져있다. 급하게 나무 벤치로 막아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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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짝을 떼서 작업을 하신다. 당연한 건데 대문이 없어지니 너무 당황스러움.


주택살이가 고쳐 살기의 연속이긴 하지만, 대문을 고쳐야 하게 될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는데결국 수리 업체를 불러서 대문 수리를 진행하기로 했다. 오래 사용하다 보니 경첩이 약해져서 그렇다고 했다. 깨끗하게 수리를 마친 후 더 이상 바람에 열리지 않도록 바닥에 고정시킬 수 있는 장치까지 설치했다. (역시나 수리업체는 블로그에서 검색했다)



하수도로 연결되어 있지 않은 정화조의 존재

주택을 매입할 때 정기적으로 정화조를 비워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 동네 주택들은 다 하수도 연결 공사를 했는데 불법 건축물 때문에 연결 공사를 못했다는 것. 하하하… 시청에 알아보니 이미 지나간 동네는 다시 해주지 않는 것 같았다. 직접 공사를 하기에는 비용이 제법 나가서, 그냥 정기적으로 처리 업체를 부르고 있다. 신기하게 6개월 단위로 시에서도 업체에서도 때가 되었습니다-하고 우편물을 보내준다.



대문개폐기-역시나 벽돌집 공사는 쉽지 않다

새바람주택은 주택 현관이 있고 외부 대문이 있는 구조다 보니 내부에서 외부 문을 열어줄 수 있는 인터폰이 있는 것이 좋다. 매번 뛰어나가는 것도 일이니까. 전기 공사 때에도 인터폰 설치할 수 있게 대문에서 현관까지 전선도 새로 깔아주셔서 나름 이런저런 검색을 통해 원하는 최적의 조합의 초인종(영상, 숫자입력 가능)과 비디오폰을 주문했다.


직접 설치해보고 싶어서 설명서와 유튜브 영상을 열심히 들여다보며 공부했는데, 결국 전압이 달라 뭔가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걸 깨닫게 되었다. 결국 작업자를 불러서 작업을 했고, 어찌어찌 잘 사용하며 사는 듯했으나, 어느 날 화면이 안 나오고 벨이 안 눌리고 심지어 문도 그냥 열리는 상황까지 발생해서, 급히 동네 열쇠업체에 연락해서 수리를 요청드렸다.


생각보다 큰일이었는지 처음에는 한 분만 오셨는데 어느새 두 분으로 늘어나고… 집안에서 외부 현관까지 가는 전선이 더 필요하다며 추가 전선을 넣겠다고 하셨는데, 기존 걸 홀라당 빼고 넣으시는 바람에 도무지 전선 통로가 감이 잡히지 않아 뭔가 꼬챙이를 넣으셨고, 결국 그 꼬챙이가 안 빠지고… 최종적으론 그냥 다 포기하고 떠나셨다…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가 어느 과정에서 잘못해서 이 사달이 났는지 자꾸 곱씹게 되었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인건비는 늘어나는데 해결은 안 되고, 아니 왜 해결은 안 해주고 다 뜯어놓고 헤집어놓고 그냥 가시는 건지?! 심란한 마음에 화도 많이 났었다. (해결을 못하셨기 때문에 미안하다고 작업비는 많이 안 받으시긴 했다.)


전기공사2.jpeg 층고가 낮은 공간에 들어가서 작업해야 해서 쉽지 않았던 공사


결국 원래 작업자 분께 요청드렸고 그분도 아니 왜 이 꼴이 되었냐고 난감해하셨다. (그러게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어딘가 끼어있는 전선을 빼내기 위해 바닥을 뚫어야 한다고 하셨는데, 네? 지금 타일까지 다 작업되어 있는 이 바닥을요…? 절대 안 되고요 제발 어떻게 벽으로만 해결 안 될까요 사정사정해서 벽지 뜯어내고 새롭게 전선 길을 뚫어서 해결했다. 이후 다시 미장과 벽지로 마감하는 건 역시나 우리 일.


참 안다 안다 해도 모르는 게 태반이다. 아마 앞으로 집을 관리하고 마당도 꾸미고 생활하면서도 계속 모르는 게 나오겠지. 하지만 우리가 그린 그림이 현실이 되고, 하나하나의 작은 선택들이 모여서 새바람주택이 만들어지는 과정은 뿌듯하고 재미있는 과정이었다. 아직도 여전히 손볼 곳이 1,038,172개쯤 되지만 주택이란 그렇게 계속 돌보며 가는 묘미가 있는 곳이지. 이제 여기서 잘 살아보자!



- 다음화 예고 -
《 1부: 입주 전 공사》를 마치고 한 회 쉬어갑니다.
2/5 (수) 2부 첫 편 "주택, 살아보니 어때요?"로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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