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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재능 발견?! 전기와 설비

집안에 빛과 물이 잘 흘러야 안녕하죠

by 새바람

글의 순서로는 뒤에 이야기하고 있지만, 실제로 전기와 설비는 미장 작업 전에 진행되었다. 단열을 위해 목공 때 벽작업을 했다면 이후에 전기 공사를 해도 되었을 텐데, 단열을 포기하면서 미리 진행하게 되었다. 공사를 진행하면서 많은 것들이 처음 접하는 것이었지만, 특히 전기와 설비는 바깥으로 잘 보이지 않는 부분이어서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고,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이해가 많이 없어서 더 많이 찾아보고 알아보고 하면서 공사를 진행했다. 역시나 열심히 했다고 모든 것이 만족스러운 건 아니지만.



전기가 없으면 큰일 나지

전기 공사 들어가기 전에 기본적인 전기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관련 영상을 많이 찾아봤다. 이게 겉으로 보이는 부분이 아니다 보니, 대체 어떻게 이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는지 궁금했고, 원리랄까 돌아가는 구조는 이해하고 싶었다.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한 덕분에 업체 사장님과 대화하는데 이해하기 어렵지 않았고, 그게 작업을 수월하게 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한다.


전기 공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과정은 이 집에서의 라이프 스타일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내가 주로 어디에 머물지, 그 머무는 곳에 전기가 필요한지, 또는 큰 전력을 소모하는 가전(세탁기, 건조기 등)은 어디서 쓰게 될 건지, 방에서 책상이 어디에 배치되고 그럼 콘센트가 어디 있어야 할지, 조명은 기존 위치를 그대로 둘 건지 위치를 바꾸거나 추가할지 등을 생각해 위치를 정하고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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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R-20250121-kyav.png 각 층별로 사용하게 될 전자기기 등을 고려해 콘센트, 스위치, 조명 위치를 표시했다.


물론 이 과정 또한 업체와 이야기하다 보면 수정되는 부분이 많다. 생각했던 곳에 전기선을 뺄 수 없는 경우도 있고, 당장은 어떻게 될지 몰라서 우물쭈물하게 되는 경우도… 항상 가장 어려운 건 '결정 내리기'다.


전기 업체 사장님과 1차 미팅을 하고 위치 등을 조정한 뒤에, 최종 확정된 내용을 도면에 올려 인쇄했다. 직접 만든 도면을 현장에서 사용한 건 이때가 처음이었는데, 왠지 신기하고 뿌듯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정리된 내용이 문서로 있으니 "이거 이거 해주시기로 하셨잖아요-" "그런 말 들은 적 없는데?" 같은 불편한 상황을 막을 수 있다. 자칫 나도 까먹고 사장님도 까먹으면 나중에 속앓이 하며 우는 건 그저 나니까.


사장님이 계속 목공 작업할 생각 없냐, 아니면 이거 시멘트랑 벽돌 다 까야하는데?? 하셨지만, 단호하게 안 할 거라고 해서 아쉬워하셨다는 건 안 비밀. (시멘트랑 벽돌 까는 일이 보통은 아니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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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고 채우고 밀어넣고 누더기가 되는 것 같지만 아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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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 있던 벽등을 살리고 싶었지만, 철거 중에 깨지고 말았다. 가능한 유사한 느낌으로 구현해 보았다.


전기 공사는 대략 세 차례에 걸쳐 작업을 해주셨다. 1차는 스위치, 콘센트, 배전함 등 새롭게 추가하거나 변경할 부분의 위치를 잡고 전선을 빼두는 작업, 2, 3차에서는 스위치, 콘센트 작업 마무리, 조명 설치 등의 작업이었다. 원하는 스위치, 콘센트, 조명을 미리 사두면 잘 달아주신다. 처음에는 예쁘고 근사해 보이는 스위치를 열심히 찾았는데, 장바구니에 담고 필요한 만큼 수량을 늘리니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무난한 것들로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4구, 6구 등 다양한 형태의 스위치를 다 보유한 제품이 많지 않기도 했고.


예상하지 못했던 한 가지는, 전선을 새롭게 넣는 과정에서 천장을 잘라내야 한다는 거였다. 저걸 저리 막(은 아니겠지만) 잘라내도 되는 것인가 마음이 조르였지만, 이후 목공에서 잘 마무리해 줄 거라고 하셔서 일단 믿고 마음을 다잡았다. 새바람주택에 오래 있어 온 천장, 문짝, 몰딩을 그대로 살리려는 우리 마음을 그래도 알아주시고 최대한 손상되지 않도록 작업해 주셔서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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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사장님이 잘 살려주신 현관 루바 너무 예쁘잖아요 / 천장을 저리 뚫어도 괜찮더라구요


지금에 와서 제일 아쉬움이 남는 작업을 꼽는다면 정체불명의 스위치를 모두 확인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입구 현관에는 4구 스위치가 있는데, 1개만 작동하고 나머지 3개는 뭔지 모른다. 이런 미스터리한 스위치가 3-4개는 돼서 요걸 정리하는 게 앞으로 해야 할 일 리스트에 들어가 있다.


그리고 새롭게 들어갈 가구나 가전 위치를 생각하지 못해서 (특히 에어컨) 전선이 눈에 띄게 늘어져야 하는 속상한 상황이 있기도 했다. 이후에 설치한 빔프로젝터 스크린, 블라인드의 경우 전선이 외부로 드러나는 것이 싫어서 그냥 수동 제품을 사서 설치했다. 조금만 불편하면 깔끔한 마감을 유지할 수 있으니까….



설비, 언젠가 좀 더 이해하게 되겠지

설비란 무엇인가. 간단히 말해 상하수도 관련 모든 배관과 연관된 일이겠다. 그중에서도 중요한 건 집 내외부에서 발생하는 모든 하수가 안전하게 집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일. 자칫하면 물이 새어 벽에 스며들고 그러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미 이 집엔 약간의 조짐이 보였)


특히 2층 이상인 건물의 경우 바닥으로 배수가 가능한 1층 화장실보다는 2층 화장실 방수를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그런데 우리 집 1층은 바닥에 맞붙어있지 않으니 방수는 이래저래 잘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설비 업체를 부르기 전에 해야 할 것은 크게 이런 것들이다.

세탁기의 위치 확정 : 그래야 수도와 배수 연결이 가능하게 빼놓을 수 있음

화장실 변기, 세면대 등 위치 확정

부엌도 싱크대 스타일에 따라 위치 변경 여부 확정이 필요하다


1) 세탁기 : 집 구조상 마땅히 세탁기를 둘 곳이 없다. 구형 세탁기라면 2층 화장실에 두는 게 보통이었을 거 같은데 요즘 모델을 넣기엔 묘하게 사이즈가 애매했다. 이전에 살던 분들은 1층 부엌 뒤편으로 공간을 확장해서 세탁실로 사용하셨는데, 어둡기도 하고 석면으로 마감한 곳이라 철거를 했기에, 고민 끝에 2층으로 올려 거실 한편에 가벽을 넣어 세탁기와 건조기를 두기로 했다.


2) 화장실 : 요즘 세면대는 바닥 배수가 아닌 벽으로 배수관이 빠져서 세면대 아래가 없는 그런 스타일도 있던데, 배수관이 애초에 바닥에 있는 경우에는 벽으로 옮기는 것이 매우 어렵다고 한다. 그런 깔끔한 디자인은 포기하고 바닥 배수 위치나 변기 위치를 살짝 변경해 보았다.


3) 부엌 : 요즘 수전은 싱크대 상판이나 싱크볼에 연결되어 있는데 이 집은 옛날 스타일로 벽에 수전이 붙어 있다. 요즘 스타일로 바꾸려면 수도를 아래로 옮겨야 하는데 이런 걸 ‘목내림’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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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2층 세면대, 세탁기, 화장실 작업 사진


4) 그리고 기타 등등 : 옥상, 2층의 빗물 등이 흘러내려오는 파이프관 중에서 수리가 필요한 것들을 손봤다. 불법 건축물이 있었어서 철거를 했는데 그 결과 수도를 열면 집 외부 곳곳에서, (심지어 담벼락에서도) 물이 나온다. 부엌 싱크 화장실의 흔적이다. 계량기를 살리면 수돗가가 하나 더 생겨서 편하긴 한데, 곳곳에서 물이 나오게 되어 동파 관리가 어려울 거라고 하셔서 계량기 하나는 없애기로 했다.


바닥물.jpeg 마당 벽과 바닥에서 물이 나오는 광경이란


이후에 화장실 타일, 기타 도기 작업 할 때 알았는데, 설비에 사용되는 파이프에 맞춰서 유가 등을 설치해야 하고, 욕조를 둔다고 하면 배수 위치 등을 염두에 두고 작업자와 논의가 필요하단다. (생각해 보니 너무 당연하다) 파이프 관이 굵어도 크게 관계는 없지만, 딱 맞게 시공을 해야 냄새가 벌레 걱정을 좀 더 줄일 수 있는 것이라는데, 그땐 몰랐지.


잘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얼래 벌래 결정한 것들이 좀 있어서 많이 아쉬운 작업이었다. 벽 배수도 안 되는 건 아니고,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데…… 나중에 세면대 설치하고 너무 아쉬웠다. 그 외 배관 못쓰는 것도 있었는데 왜 그런지, 수리가 안 되는 건지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지 못했던 건 참… 지금 알았던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 좀 달랐을까?



어리바리 기술 습득, 하다 보니 되더라

주택살이에서는 공사가 마무리된 이후에도 자잘하게 수리나 보수할 일들이 많이 생긴다. 이걸 한 번에 모아 작업자를 부르는 것도 애매해서, 간단한 작업들은 직접 해보게 되는 게 되었다.


대표적으로 주방 후드 달기, 2층 세면대 설치. 주방 후드는 샀는데 설치 업체에서 타일 작업으로 공간이 생겼다며 자기들은 작업 못해준다고 가버려서 직접 했고, 2층 세면대는 화장실이 아닌 외부에 수납장을 사서 올린 형태로, 오래 걸릴 일이 아닌 거 같아서 그냥 직접 해버렸다.


IMG_0418.jpeg 후드가 없었는데 생겼습니다. 아래쪽에 타일 겹치는 부분 때문에 셀프 시공하게 됨.
2층 거실 세면대 설치 과정


의외로 하면 되는 일이고, 지금까지도 잘 쓰고 있어서 왜 사람들이 셀프로 하게 되는지 조금 느꼈달까. 전기는 아주 전문지식이 필요한 부분은 어렵겠지만, 집에서 사용하는 정도는 어렵지 않게 작업하고 있어서 좀 더 공부를 해볼까 싶기도 하다. 대문 개폐기, 인터폰을 직접 설치하고 싶었는데, 대강 공부한 지식으로는 해결되지 못해서 이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더랬다. 근데 저게 왜 되는지가 여전히 너무 궁금하다고!



- 다음화 예고 -
아는 것 같지만 잘 모르겠는, 하지만 모르면 너무 신경 쓰이는 부엌과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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