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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까지 만들 수 있는 거예요?

시공의 꽃 목공, 마감의 혁명 필름

by 새바람

비우기 위해 철거를 했고 비바람을 막을 창문도 달았으니 이제 도화지가 만들어진 셈이다. 이제 새바람주택에서의 하루를 그려보자. 아침이면 거실 창가에 앉아 커피 한 잔을 하고, 나무장식이 된 계단을 올라 창과 창 사이의 간살을 통해 치는 맞바람을 느낄 수 있으며, 아늑한 서재와 드레스룸이 보인다. 살고 싶은 우리 집의 모든 장면을 만들어 줄 마법 같은 과정. 성공적인 목공의 절반은 목수의 솜씨에서, 나머지 절반은 의뢰인의 준비성에서 나온다.


아늑.jpeg 창밖만 바라봐도 휴식이 되는 편안한 1층 거실 윈도우 시트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대화하기

스튜디오를 꾸리면서 꽤 많은 목공팀을 만났다. 당시에는 주변의 추천을 받거나 ‘군산 목수’로 검색해 찾아보곤 했다. 잘 맞는 목수님을 만나 합을 맞춰 가며 수차례 같이 공사를 하는 경우도 보긴 했지만, 나의 경우는 그렇지 못해, 새로운 목공팀을 알아봤어야 했고 리모델링 과정 중 가장 신중하게 고민하고 결정한 단계이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대만족으로 행운의 신이 업체 선정을 도와줬다고 믿을 정도이다. (이후에는 '믿음의 벨트'식 섭외로 일사천리로 진행할 수 있었다. 예컨대 직전 공사팀에게 ‘사장님 ㅇㅇ 잘하시는 분 아세요?’ 하는 것이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고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인테리어 업체를 선정하는 일이라고 한다. 믿을만한 플랫폼을 이용해 봐도 후기를 열심히 찾아봐도 여전히 알 수 없는 것들이 있기 때문인 듯하다. 업체 선정을 잘하는 꿀팁이라도 전수해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아직까지도 잘은 모른다. 그저 할 수 있는 것, 예컨대 최악의 경우를 피하고 소통의 오류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업체를 선정하는 방법은 보통 다음과 같다:

1. 블로그, 인스타, 지인 추천, 관련 플랫폼 등등으로 업체를 물색한 후 포트폴리오를 확인한다**

2. 업체와 연락해 현장에서 만난다. (공사 규모, 일정 등 확인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만나는 것이 필수이다.)

3. 원하는 작업 내용을 설명한다. (자료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4. 견적을 받는다 (인건비와 자재비는 별도이다.)

5. 이 과정을 반복해 비교해서 최종적으로 업체를 선택한다.


스케치업메인사진.PNG 스케치업으로 만들어 본 1층 거실 이미지. 소파의 위치를 제외하곤 거의 그대로 구현되었다.


새바람주택의 목공팀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찾아 작업물을 확인했다. 기존 작업 사진에서 뭔가의 인연과 확신을 느껴 연락드렸고, 현장에서 만나 원하는 레퍼런스 이미지와 예상 작업물 이미지를 보여주며 소통하고 우리의 의사를 정확히 전달하고자 했다. 나의 경우에는 스케치업을 활용해 목공 작업 시안을 만들었다. 목공팀은 헤드 목수와 조수들이 팀을 이뤄 함께 다니는데 인건비가 똑같더라도 2명이 6일에 걸쳐 완성하는지 4명이 3일에 걸쳐 완성하는지는 다를 수 있다. 우리는 빠르게 작업이 완료되는 것을 원해 후자를 선택했다.


공사가 시작됐다면 여기서 중요한 것은 현장에 붙어있는 것이다. 모든 순간에 계속 있는 것은 너무 어렵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가능한..! 되도록..! 현장에 있어야 한다. 공사에서 아쉬운 부분은 늘 자리를 비웠을 때 생긴다. 바로 결정하거나 수정해야 해야 하는 사항들이 많은데 현장에 없으면 빠르게 진행되는 공사의 특성상 현장에서 알아서 해버리신다. (전화로 잘 소통이 되면 좋으나, 현장은 늘 정신없고 시끄럽고 바쁘기에 쉽지 않다.) 나중에 가서 ‘이건 왜 이렇게 됐나요.’ 해도 어쩔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 기간에 슬기는 휴가를 썼고 나와 교대로 마당과 집안을 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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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 중인 현장 근처에서 배회 중인 서희와 슬기



정말 단열은 안 하시나요? - 선택한 것과 포기한 것

옛날 주택을 리모델링하는 경우 열에 아홉은 단열부터 시작한다. 내부단열은 단열재, 폼 등으로 채운 벽을 한 겹 더 만드는 과정이다. 오래된 주택 특성상 단열이 좋지 못해 냉난방 효율이 떨어지고 외풍도 심해 결로 현상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꼭 춥고 더운 문제가 아니더라도 벽지나 페인트 마감을 위해 반듯한 벽이 필요할 때, 매립등이나 간접등을 넣고 싶을 때, 또 마이너스 몰딩이라던지 우물천장을 없애기 위해서든지 벽 작업을 필수로 하는 듯했다.


그러나 새바람주택은 내부단열 작업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가장 큰 이유는 기존의 문틀과 문이 모두 없어진다는 것과 많은 것이 너무나 반듯해진다는 것이었다. 모든 작업자 분들이 춥지 않겠냐 걱정해 주셨는데, 새바람주택에서 4계절을 보낸 감상은 확실히 옥상과 맞닿아있는 2층, 외부 온실을 걷어낸 1층 모두 여름에 덥고 겨울에 춥다. 그렇지만 단열을 포기하고 얻는 것들이 만족스럽기 때문에 그냥 그렇게 덥다가 춥다가 하면서 살고 있다.


목공 단계에서 무엇을 만들지 결정하는 일은 사실상 공사의 전체 계획과도 같았다. 우선 만들고자 했던 것은 윈도 시트, 단상과 붙박이장, 창문 마감, 드레스룸 가벽, 계단옆 벽장식, 방문 등이 있었고 스케치업 이미지를 준비하긴 했지만, 현장에서 작업하면서 수정된 것도 많았다. 예컨대 가벽 뒤에 공간 사용 목적에 따라 안전을 맞춰 벽 두께를 조정했고, 붙박이장의 내부가 더 세분화되었으며, 간살의 목재 두께가 수정된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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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케치업으로 구현한 이미지(위) / 목공 작업 완료 후 사진 (아래)


이 과정에서 새로웠던 것은 방문과 부엌 가구를 목작업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방문의 경우 창호 업체를 통해 완성품을 골라 창호와 함께 설치하고, 부엌 가구는 전문점을 통해 구입해 설치하는 것이 보통이었지만, 새바람주택에 어울리는 방문과 부엌 가구를 찾지 못해, 방문은 내부 인테리어를 해준 목공팀에게, 부엌 가구는 목공방에 의뢰에서 만들었다. 시공 중 만드는 것과 목공방에 맡기는 것의 가장 큰 차이는 마감에 있다. 시공 중에 만들었던 방문은 필름, 도장 등의 다음 공정이 있을 것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서 문에 필요한 부속품(손잡이, 잠금장치) 및 유리 설치, 방수 마감을 우리가 직접해야 했다. 반면 목공방에 맡겼던 부엌 가구는 가구 제작에 마감, 설치까지 업체에서 해주셨다.


이렇듯 목작업은 마감을 별도로 해야 하기 때문에 마감에 대한 계획도 미리 세워야 한다. 최종 마감 형태에 따라 사용되는 마감재가 달라지고 디테일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나뭇결을 살려 칠이 필요한 곳은 합판을 사용했고 필름으로 마감할 곳들은 무늬가 없는 MDF로 작업했다.



나무문이 완성되는 과정:

1. 목재로 기본 틀을 만든 후 설치 (시공팀은 여기까지만 해주신다)

2. 경첩, 잠금장치 등 철물을 별도 구매

3. 스테인 칠을 한 후 방수 마감하기

4. 맞춤 제작한 유리를 끼우고 실리콘 마감을 하기



뒷수습이 불가능한 마지노선 – 필름 & 도장

인테리어의 여러 단계를 봤을 때, 앞 공정에서 생긴 자잘한 문제들은 보통 뒷 공정에서 보완이 가능하다. 하지만 목작업 이후 마감 단계에 오면 더 이상의 수습이 불가능하다. (내가 느끼기엔 그랬다) 그래서 더 디테일하게 고민하고 결정해야 했던 단계가 필름과 도장 부분이었다.


인테리어를 할 때 전체적인 톤을 결정하는 요소를 보려면, 우선 면적이 큰 곳들을 생각하면 된다. 자취방의 경우 다른 건 바꿀 수 없었지만 커튼, 이불, 러그 등을 활용했었다. 새바람주택에서는 벽지, 필름(창틀, 나무 가구 등), 도장(천장)이 전체적인 톤을 결정할 것이었다. 그래서인지 생각과 다른 색으로 입혀진 것들을 보면 평생 신경 쓰일 것 같았다. 그 오차를 줄이기 위해 나는 각종 샘플북 (중고나라에서 구입)과 페인트 컬러칩 (브랜드별로 구입 가능)을 구매해서 들고 다녔다. 가능하면 샘플을 신청해 실제 제품을 받아 보기도 했다. 또 작은 조각으로 확인하는 샘플의 경우 큰 면적으로 들어갔을 때 더 밝아 보일 것과 옹이 무늬의 전체 크기, 집 조명온도 등도 고려했다. 가장 공포스러운 일은 업체에서 취급하는 제품이 별도로 있다며 그 자리에서 샘플북 몇 개를 보고 바로 고르게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쓰고 싶었던 LX하우시스 샘플북을 구입해 필름을 고른 뒤 따로 작업자를 섭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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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장팀이 진행한 공정은 벽의 울퉁불퉁한 부분을 메꿔주는 퍼티 작업, 천장 페인트, 나무 스테인, 2층 침실 벽의 유럽미장이다. 새바람주택의 1, 2층 거실의 천장은 화려한 벽지와 장식이 있는 우물천장이었다. 그대로를 살렸어도 좋았겠지만 오염과 훼손이 심해 페인트칠을 결심했다.


2층은 곰팡이와 누수가 확인된 곳이 있어 추후 관리를 용이하게 하기 위해 온습도 유지에 효과가 있는 유럽미장 시공을 했다. 마찬가지로 원하는 재료를 미리 사두고 작업자 분께는 시공만 부탁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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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장 도장 전후 모습과 유럽미장 시공 사진


이 과정들은 눈에 보이는 변화가 커서 매일 그 변화를 확인하러 가는 길이 설레었다. 한 과정이 끝날 때면 벽과 바닥이 엉망임에도 벌써 살만한 집이 다 됐다고 웃으며 농담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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