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뜯고 부수고 다시 채우기 위한 시작

새바람주택으로 내딛는 첫걸음, "고마 다 뜯어뿌라"

by 새바람

군산살이 5년 차를 보내면서 여러 사람들이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볼 수 있었는데, 그 때문인지 자연스럽게 개별 공정을 관리해서 퀄리티를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겠다는 원대한 포부를 품었다. 그렇게 반셀프를 결심하고, 유튜브 블로그 등을 통해서 리모델링 과정에 관한 공부를 시작했다. 세상 많은 분들이 자신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아낌없이 영상과 글로 담아주었다는 것에 깊은 감사를 먼저 전하며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해보신 분들은 알 것이다. 짬을 내어 영상과 사진을 남기고 글을 쓰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어디까지 얼마나 뜯어낼 것인가

공사 전 새바람주택은 바뀌는 계절과 환경에 맞춰 이리저리 집이 확장되고 개조되어, 건물 1, 2층 외부에는 눈비를 막기 위한 차양과 추위를 막는 유리 온실이 둘리어 있었다. 1층 뒤편으로 확장 공사가 되어 있었고, 본관 외에 거주목적의 불법 건축물이 있었다. 본 건물의 형태를 살리기 위해 모두 철거하기로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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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가 한창인 새바람주택


기존의 장판, 커튼, 창문은 철거하되 일부 미닫이문은 그대로 유지하고, 나머지 것들도 버리기보다는 재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층의 뷰를 담당하게 될 안방 창문은 확장해서 풍경이 더 잘 보이게 하고, 안방과 거실의 벽은 허물어서 거실을 넓게 사용하고자 했다.


부엌의 경우 벽을 좀 더 허물어서 개방감 있게 만들고 싶었는데, 허물면 안 되는 내력벽이라고 해서 포기하고, 부엌 맞은편의 창고 방에는 기존 문을 없애고 부엌에서 바로 갈 수 있도록 문을 새로 만들기로 했다.


모든 공간에 달려있던 문을 떼어내고 어디든 열린 공간을 넓게 사용하는 것이 새바람주택 리모델링의 방향성이었다.



뜯어내는 건 쉬울 줄 알았는데

철거는 부수는 일이라 오래 안 걸릴 줄 알았는데 나흘에 걸쳐 진행되었다. 정말 쉬운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것이…


1) 왜 이렇게 빨리 오시는 거죠 : 공사하시는 분들은 왜 이렇게 빨리 오시는지. 7시 반에는 오시는데, 인사도 드리고 문도 열어드리고 해야 하니 난데없이 아침형 인간이 되어 일찍 일어나는 새가 매우 피곤한 나날이 시작되었다. (이르면 6시 반에도 오심. 살려주세요….)


2) 돌발 - 석면 등장 : 위반 건축물 철거를 위해 둘러보시던 철거업체 사장님께서 지붕에 석면이 보인다고 하셨다. 석면 철거는 특수 업체가 와야 하는 거라 비용이 추가된다며, 혹시 모르니 행정복지센터에서 지원받을 수 있는지 확인해 보라 하셨다. 하지만, 센터에서는 올해 석면 철거 업체 선정 전이고, 신청해도 순번이 언제 돌아올지 모른다고. 급한 사람이 사비를 써야죠. 예….


3) 돌발 2 - 석면이 또요? : 무려 석면이 3겹이란다. 사장님도 어이없다면서, 거짓말하는 거 아니니까 직접 와서 보라고 하신다. 뭐가 3겹인지는 모르겠는데 뭔가 겹겹이 많기는 했다. 석면이 되게 좋은 단열재였나 봐…. 많으면 무거워지고 무거우면 비용도 올라가고…. 휴


돌발3.jpg 불법건축물에서 발견된 석면과 유리섬유


4) 돌발 3 - 아니 진짜 거짓말이 아니라 : 켜켜이 쌓여있던 석면 아래 유리섬유가 나타났다고 한다. 엄청 따뜻한 겨울을 보내셨겠어요. 이것도 처리가 쉽지 않다던데…. 사장님 처리 비용 많이 나오나요…. 살려주세요….


5) 돌발 4 - 아니 바닥은 왜 : 본 건물 내부를 철거하는데, 장판을 걷어내니 바닥이 젖어 있다. 누수일까? 전체적으로 괜찮은데 일부만 젖어 있어 철거 업체 분들도 누수까진 아닌 거 같다고 하셨다. 전문가의 식견에 기대어 지켜보기로 했다.



철거가 완료된 새바람주택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철거를 끝내고 집은 깡통 상태가 되었다. 텅 빈 집을 보니 내가 이걸 어떻게 언제 다시 채우나 걱정도 들었지만, 하나씩 하다 보면 언젠가 충분히 채워질 날이 오겠지.



집이 상하기 전에 창호로 잘 막자

철거하고 조적으로 빈 곳들을 몇 군데 채우고 창호 설치를 시작했다. 철거 이후 빠르게 창문을 달지 않으면 원치 않는 친구들(해충이라든지)이 먼저 입주하는 수가 있다. 그리고 그 친구들은 절교도 어렵기에 주의해야 한다.


예산을 고려해 업체를 선정했고, 대략적인 크기를 실측하고 수량을 파악한 후 담당자 미팅을 진행했다. 이때 어려웠던 것이 담당자가 재실측하면서 구두로 창호 스타일을 이야기하는데, 다 알 거 같은데 이해가 잘 안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직접 업체를 찾아가서 창호 실물도 보고 카탈로그도 보면서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열심히 잘 소통하고 골랐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실제 창호가 설치된 것을 보니 아쉬운 부분이 제법 있었다.


생각보다 유리를 감싸는 창호 틀이 두껍다. 이게 얇아지는 게 비싼 걸 보면 기술인 듯하다.

닫히면 자동으로 잠기는 손잡이 좋긴 한데 두꺼운 손잡이에 막혀 창문이 완전히 열리지 않는다.

창문이 작은데 창호 틀이 두꺼우면 유리 크기가 매우 매우 매우 매우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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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서재가 될 공간에는 모루유리를, 2층 거실은 폴딩도어를 설치했다


창호의 경우 여러 군데 들어가다 보니 비용도 크게 나가 지레 겁먹고 좀 더 시간을 들여 고민해 보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래도 잘 설치하면 제 역할을 충분히 할 테니 설치 과정을 유심히 잘 봐야 한다.


설치에서 가장 중요한 건 창틀과 벽 사이의 틈을 꼼꼼하게 가득 채워주는 거다. 집 벽 두께가 20cm 정도 되는데 내부를 가득 채워주지 않으면 결국 외풍의 원인이 된다고 한다. 이게 작업하시는 분마다 차이가 있긴 한데 좀 덜 채우시는 분도 있다고 해서 창호 설치 날에는 눈에 불을 켜고 계속 오가며 쳐다봤더랬다.


그렇게 창틀을 넣고 창문, 유리를 넣고 나면 마무리는 마법의 재료 실리콘이다. 좋은 재료이나 깔끔하게 시공하는 게 쉽지만은 않다. 특히 건물 외벽의 경우 벽돌이 울퉁불퉁하게 굴곡이 있어서 실리콘이 깔끔하게 되지 못한 게 아쉬웠다. 이런 것도 옆에서 신경 쓰고 보양을 직접 하든 해야 했는데…. 그땐 그걸 몰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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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 1층 거실 통창과 (오) 2층 침실의 돌출형 창문


그래도 창호를 설치하고 나니 갑자기 집 같아지고 아늑하고 좋다. 나름 포인트라면 1층 거실의 통창과 2층 내 침실의 돌출형 창문 그리고 2층 거실의 폴딩도어가 되겠다.


따뜻.png 외부 아치에 모양 그대로 그림자가 드는 2층 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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