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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 주방, 타일 - 어렵다 어려워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과 지금까지도 만족스러운 선택들

by 새바람

사람들은 당장 눈을 감고 주방 창문을 상상하면 어떤 창문을 떠올릴까? 철거 업체에서 벽을 얼마큼 뚫어드릴까요? 했을 때 우리는 지금 것 봐왔던 대로 가로로 길로 높이가 낮은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음에도.


어떤 집이라도 주어진 대로 쓰는 부분들이 있다. 싱크와 변기의 위치 같은 것이다. 그래서일까 새바람주택은 그전 구조와 크게 벗어나지 않게 부엌과 화장실의 모습이 결정되었다. 억울하지만 당시에는 구조를 바꿀 상상조차 못 한 영역이었다.


우여곡절 주방 만들기

"십 년쯤 지나면 다시 공사해야 될 부분이 생길지도 몰라, 그럼 그곳은 주방이 아닐까?" 새바람주택에 입주해 살다 보니 주방에 대해 아쉬운 점도 불편한 구석도 꽤 생기게 되었다. 이 아쉬움이 생겨난 근본적인 원인을 들여다보자면 그동안 너무나 천편일률적인 주방을 보고 살았음에도 의문을 가진 적이 없고, 주방에 대해 이렇다 할 로망을 가진 적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다.


주방을 만든 과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하부장은 목공방에 의뢰해 만들고 상부장 대신 아일랜드 식탁을 세트로 맞췄다. 둘째, 가스레인지, 싱크, 수전은 모두 별도로 구입해 설치했다. 셋째, 주방 벽과 바닥은 타일로 마감했으며 끝으로 후드를 설치하고 냉장고를 배치했다. 이렇게 적어보자면 간단하게 정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하부장 제작을 위해 준비한 자료와 고양이


우여곡절 하나, 레퍼런스와 다르게 완성된 하부장

하부장을 고르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요소는 비용과 디자인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의아한 부분이지만 당시에는 수납력, 편리함 등은 고려하지 않았다.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세 가지 정도.


1) 주방가구 전문점(가장 비쌈, 원하는 디자인 없음),

2) 이케아(설치서비스가 되지 않는 지역이라 직접 해야 함, 원하는 디자인 없음),

3) 목공방(설치해 주심, 가장 저렴, 원하는 디자인 가능)


직접 와서 설치해주신 하부장과 아일랜드 식탁


원하는 디자인으로 만들기 위해 목공방으로 결정. 레퍼런스와 스케치를 보여드리고 작업을 의뢰했다. 나름 정확하게 잘 그려드린 것 같은데, 실제 완성된 가구를 보니 하부장 전면에 요청하지 않은 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아무래도 나름의 멋을 부려주신 것 같았는데⋯ 속상하긴 했지만, 수정을 요청 드리엔 너무 늦어버려서, 이후에 약간의 셀프 리폼을 염두에 둔 채 그대로 쓰고 있다.


우여곡절 둘, 덧방의 덧방의 덧방을 더한 주방타일

부엌 타일이 있던 곳은 철거하고 나니 본드 자국이 남아 벽이 울퉁불퉁했다. 어차피 타일이 다시 들어갈 부분이라 생각해 별다른 조치는 하지 않았는데, 문제는 새로 시공할 타일이 모자이크 타일인데 있었다. 크기가 큰 타일은 벽이 울퉁불퉁해도 깔끔하게 마감되는 반면 작은 타일은 그물망의 형태로 이어져 있기 때문에 울퉁불퉁한 벽이 그대로 드러난다는 점이다. 어느 정도는 감수하고 쓰려했으나 생각보다 더 지저분하게 작업이 되었고,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그대로 다시 덧방을 진행했다.


문제는 빠르게 타일을 구해야 해서 동네 타일가게에서 급하게 고르다 보니 마음에 쏙 드는 제품이 없었다는 점. 겨우겨우 골라서 시공을 했으나⋯ 너무 차가운 색이 묘하게 안 어울리고 볼 때마다 신경 쓰여 세 번째 타일을 다시 구입했다. 기존 작업자 분은 이미 시공을 마치고 철수하신 상태라 새로운 시공자를 구하기까지 했다. 멀쩡한 타일을 3겹이나 겹쳐서 쓰다니⋯ 마음이 정말 아팠다. 이 과정에서 덧방 할 때마다 타일 사이즈가 다르다 보니 위로 튀어나오기도 해서, 슬기가 직접 그라인더로 튀어나온 타일을 자르기도 했다.


왼쪽부터 1차, 2차, 3차 타일 변천사


우여곡절 셋, 후드 설치와 냉장고

타일이 3겹이 되면서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벽이 두꺼워지면서 하부장을 만들 때 미리 계산해서 빼놓은 냉장고 자리가 좁아져 넣으려던 냉장고를 넣지 못하게 된 것이다. 안 그래도 작은 사이즈의 냉장고를 생각하고 만들어놨는데 그보다 더 냉장고를 넣게 된 것. 냉장고 사이즈 자체에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을 뿐 큰 불만은 없으나, 계산에서 벗어난 제품을 찾아 넣느라 사이즈가 딱 맞지 않아 벽과 하부장과 냉장고 사이에 애매하게, 아주 애매하고 너무 신경 쓰이는 빈 공간이 생기고 말았다.


대망의 마지막 작업 후드 설치도 결코 만만치만은 않았다. 설치까지 포함된 제품을 샀음에도 우여곡절 끝에 셀프 설치를 해야 했기 때문. 두꺼워진 타일만큼 보강 작업이 필요했고 설치 기사는 기본 서비스 범위를 벗어나니 추가 비용을 내야 한다고 해서 직접 하고 말지!라는 마음으로 하게 된 것이다. (이전 편 참고) 그라인더로 타일 자르기, 후드 설치하기⋯ 주방 만들기 과정에서의 크고 작은 시행착오들로 인해 갈수록 우리들의 잔재주는 늘어만 가고 있다.



오래된 주택의 가장 개성 넘치는 공간, 화장실

옛 주택들을 볼 때 화장실이 참 신기하게도 생겼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새바람주택 또한 그러했다. 1층 화장실은 계단 아래에 위치해 입구에 짧은 복도가 있고, 화장실 벽면이 경사져 있다. 2층 화장실은 폭이 좁고 안쪽으로 긴 직사각형 모양으로 되어 있다.


아파트에서 화장실 공사를 한다고 하면 방수, 조적, 타일, 천장, 조명, 액세서리, 도기, 유각 등을 한 번에 할 수 있는 반면 우리는 타일이 들어가는 부분을 모아서 한 번에 공사하기 위해 각각의 부분을 각자 다른 작업자분이 와서 해주셔야 했기 때문에 사전에 계획을 잘 세우는 게 중요했다.


2층 화장실 포인트 타일과 벽면. 창문 블라인드 색을 포인트 컬러로 맞췄다.


1. 설비 (수도, 배관 정리)

첫 번째 단계는 수도관과 배관을 필요에 맞게 변경하는 것이다. 수도꼭지의 높이부터 욕조나 도기 스타일에 따라서 미리 작업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 설비 작업을 진행하던 공사 초반 우리는 배수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우리가 늘 예쁘다고 생각했던 바닥에 붙어있지 않은 세면대는 벽배수를 했어야 했는데, 설비 작업자 분이 안된다고 해서 그냥 기존 형태를 유지했고, 다리가 달린 세면대를 설치하게 되었다.


2. 조적 & 미장 & 방수

보통 화장실에서 조적은 젠다이나 욕조를 만들기 위한 과정이다. 새바람주택은 따로 조적을 할 부분은 없었지만 계단 아래의 경사진 공간은 활용도가 애매해 조적으로 공간을 막기로 했다. 보통 1층 화장실은 방수를 따로 하지 않는다고 해서 따로 하지 않았지만, 2층은 혹시 물이 샌다면 큰일이기 때문에 미장 작업 후 방수까지 꼼꼼하게 진행했다.


3. 타일 & 매립욕조 설치

화장실 바닥과 벽은 공식처럼 쓰이는 타일 크기가 있다. 특히 바닥은 물 빠짐이 좋아야 하기 때문인데 적당히 작은 타일이어야 경사를 만들기 좋다고 한다. 하지만 나는 200x1100 크기의 세로로 길쭉한 모양의 타일을 선택하는 바람에 작업자분께 한 소리 듣기도⋯ 그래도 작업은 잘해주셨고, 물이 아주 잘 빠지는 것 같진 않지만 크게 불편하진 않다.


욕조는 대략 3종류가 있다. 흔히 쓰는 플라스틱 매립 욕조, 조적식 욕조, 프리 스탠딩 욕조이다. 프리 스탠딩 욕조는 설비 단계에서부터 준비가 필요한데 이를 몰랐기 때문에 애초에 불가능했고 요즘 인기 있는 조적식 욕조는 물이 빨리 식는다는 단점이 있어서 포기했다. 또 공간이 직사각형으로 길쭉했기 때문에 일반적인 욕조는 애매하게 공간이 버려져서 정사각형의 욕조를 선택했다.


4. 도기, 천장, 액세서리 설치

도기와 천장은 동네 가게에서 구입했다. 이름 있는 브랜드도 있으나 생각보다 고가이고, 직접 보면 크게 다르지 않아서 적당한 가격대로 골랐다. 디자인이 화려한 외국 제품들도 있지만 배송이 오래 걸리고 설치 업체를 따로 불러야 하는 등 일정에 맞지 않아 고려하지 못했고, 방문했던 매장에서 휴지걸이, 수건걸이 등의 액세서리도 같이 골라서 한꺼번에 작업했다.



새바람주택의 매력포인트, 타일

새바람주택에서 타일이 사용된 공간은 1층 거실, 주방, 2층 테라스, 화장실, 현관이다. 타일 공사로 새바람주택만의 분위기를 만들고자 했기에 타일을 고르는 작업은 그 어떤 과정보다 더 열심히 발로 뛰어다녔다. 시공 후 수정이 불가능하고 넓은 면적에 들어가기 때문에, 윤현상재처럼 직접 가서 볼 수 있는 곳은 최대한 방문해서 살펴봤고 가능하면 샘플을 받아서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결정에 가장 크게 영향을 준 것은 비용이었다. 가격은 왜 이렇게 천차만별에 화물 배송비는 왜 또 그렇게 비싼지. 타일은 한 박스당 배송비가 붙는 경우도 있어서 배송비 부과 기준을 잘 확인하고 결정해야 해야 했다. 사이즈마다 수량이 달라지다 보니 필요 수량을 계산하고 또 계산하면서 타일을 골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새바람주택의 가장 포인트가 되는 1층 거실 타일은 답정너로 결정되었다.


타일을 골랐으면 타일 사이를 채워주는 줄눈도 구입해야 한다. 줄눈에 따라 타일의 매력이 상승하기도 하고 반감되기도 한다. 또 자칫 줄눈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가 마음에 들지 않은 컬러가 계속 신경 쓰인다는 후기를 종종 발견할 수 있는데, 작업자의 취향에 따라 별안간 생각지도 못한 반짝이 줄눈이 시공되어 있다던가 하는 일도 있는 것 같았다.


시공 업체에서 1층 거실 타일 줄눈으로 비둘기 컬러를 추천해 주셨는데, 검색해 봤더니 예전에 많이 쓰던 회색으로 지금은 다들 기피하는 색이었다. 우리도 처음엔 의문을 품었지만, 이렇다 할 어울리는 다른 색이 없어서 믿고 맡겼고, 결과적으로는 매우 잘 어울려서 만족스러웠다. 작업자의 경험을 어느 정도 신뢰하는 건 중요한 것 같다. 많이 팔리고 자주 사용하는 데엔 이유가 있는 것이다.


주방 : 유리블록과 모자이크 타일

주방의 큰 창은 빛이 잘 들고 단열도 잘 되는 유리블록을 시공했다. 유리블록은 필요 면적에 맞춰 개수를 계산해 필요한 만큼 구입했고, 유리블록과 줄눈 사이즈를 계산한 후 목공 단계에서 틀을 짜서 시공을 부탁드렸다. 거실에서 부엌 입구를 바라보면 유리블록 창과 그에 맞춘 초록색 조명이 주방의 좋은 포인트가 되어서, 결과적으로 매우 만족스러운 선택이 되었다.


빛이 일렁이는 매력적인 유리블록


주방의 경우 모자이크 타일을 시공했는데 (줄눈 부분은 오염 시 청소가 힘들기 때문에 청소에 있어서는 큰 타일을 쓰면 더 편하다고 한다) 상부장이 있는지, 후드 높이 등 고려해서 면적을 정하면 되며, 모자이크 타일의 경우 줄눈이 차지하는 면적이 더 많기 때문에 색깔을 더 과감하게 쓰기도 한다. 우리는 베이지색 모자이크 타일에 맞춰 밤색 줄눈을 넣었는데, 작업자가 처음 써보는 색이라며 신기해하기도 했다.


물이 닿는 바닥 : 나무무늬 타일

언젠가 전주의 한옥을 개조한 숙소를 이용했던 적이 있다. 히노키 욕조와 나무로 된 바닥이 좋았는데 그때 화장실에 나무 소재를 사용하는 것도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물론 물이 닿는 공간이기 때문에 실제 나무를 사용하는 극악무도한 짓은 하지 않고, 나무무늬의 타일을 사용해 차가운 소재이지만 따듯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2층 테라스에도 동일한 선택으로 마루가 연장된 느낌을 줄 수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길쭉한 타일은 화장실에 적합하지 않다지만 너무 찰떡이고, 2층 테라스 분위기에도 딱!



화장실의 포인트벽 : 쪽타일

기본적으로 화장실 벽면은 600각의 베이지톤의 타일을 사용했는데, 포인트를 주기 위해, 1층 화장실의 샤워공간은 초록색 직사각형 타일을, 2층 샤워공간은 하늘색 직사각형 타일을 사용했다.


거실 바닥 : 패턴 타일

옛날 주택에서 볼 수 있는 반짝거리고 화려한 패턴의 마룻바닥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데, 새롭게 시공해서 만들 수는 없었고, 마루(강마루, 강화마루, 원목마루) 시공으로는 화려한 느낌을 주기 어려웠다. 고민 중에 마음에 드는 패턴의 타일을 만나게 되어 거실 전체를 이 타일로 시공했고, 새바람주택에 처음 방문한 사람들이 이 바닥 타일은 원래 있던 거냐고 물을 정도로 집에 잘 어울리는 부분이 되었다.


타일 무늬를 하나하나 봐가며 맞춰야 했던 큰 작업. 너무 만족스럽다.


철거부터 시작해 일련의 과정을 거쳐 약 3개월 정도의 시간이 흘렀다. 마당도 엉망에 집안 곳곳 아직 보수할 곳이 많지만 화장실까지 만들어진 시점에서 일단 이사를 결정했다. 나머지는 살면서 완성해 나가기로!



- 다음화 예고 -
주택 리모델링 – 끝난 듯 끝나지 않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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