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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도 인테리어가 필요하다

새바람주택에 알맞은 마당 계획 세우기

by 새바람

그동안의 공사는 하루에서 일주일 정도의 기간이 지나고 나면 완성된 상태가 됐다. 미장으로 만든 벽도 목으로 만든 가구도 한번 만들어지고 나면 변하지 않았다. 그래서 하나의 공정이 끝날 때마다 완성된 모습을 보는 것은 재미와 뿌듯함이 있는 일이었다. 웬만큼 긴 공정도 4-5일 정도면 마무리되어 일단 공사가 시작되면 굉장히 빠르게 변화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마당은 다르다. 오랜 기다림과 끝없는 관리, 그것이 조경이 아닐까 싶다. 실내 인테리어를 통해 결과 위주로 즐거움을 느꼈다면 마당을 통해 과정의 즐거움을 배우고 있다. 그 과정이란 자라나는 식물들의 자리를 고려해 여백을 만드는 것이며 인내심과 성실함을 기르는 것이다.



새바람주택의 마당을 소개합니다

세 번째 편에서 어떤 집을 만들 것인가를 주제로 콘셉트와 아이디어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편은 어떤 마당을 만들 것인가라고 볼 수 있다. 약 20평의 공간을 필요에 따라 구획하고 철거하고 짓고, 심고, 가꾸는 이야기인 것이다. 기본적으로 몇 년씩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 계획은 어느 하나 쉽게 완성되는 것이 없고 수많은 삽질과 고강도의 중노동으로 완성된다. (이 노동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소개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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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면 1>과 <도면 2>

새바람주택을 처음 방문했을 때 봤던 마당은 엄청나게 커다란 텃밭과 허가받지 않은 건물로 빈 공간이 없이 가득 차있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공사의 시작은 그 건축물을 제거하는 것부터였고 이 단 게에서 커다란 텃밭이나 건물을 없애는 것 외에 또 한 것이 있다. 부분 부분 콘크리트 바닥을 깨고 흙바닥으로 만든 것이다. 처음의 욕심 같아서는 동선에 맞춰 바닥재도 새로 깔고 넓은 잔디밭을 가지고 싶었지만 관리의 어려움에 대해 익히 들었기에 감당가능한 선에서 흙바닥을 만들었다. 그리하여 만들어진 화단들은 <도면 2>에서 보듯 전면, 측면, 후면으로 구분하고 있고 각각이 가진 특징과 역할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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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면, 측면, 후면의 모습


차폐가 중요한 <전면 1~3>

<전면 1,2,3>은 큰길과 붙어있는 화단으로 새바람주택의 1층 거실의 통창에서 봤을 때 늘 보이는 곳이다. 이에 우리가 매일매일 가장 많이 보는 화단이기도 하면서 지나다니는 사람들로부터 시선을 차단할 필요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 또 기존에 있던 과실수 감나무, 석류나무, 사과대추가 안정적으로 자라고 있었으며 아주 커다란 영산홍(철쭉과 비슷하게 생김)이 있는 곳이다.


동선을 만들어주는 <측면 1-2>

이곳은 옆집의 작은 창문이 나있는 벽과 맞닿아 있어 약간의 차폐가 필요해 사철나무를 기르고 있고 콘크리트 바닥 위로 잔디가 자랄 만큼의 흙을 부어 잔디밭과 데크로 가는 길을 만들었다. 마당이 커다란 만큼 버려지는 공간 없이 골고루 쓰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가장 유용하게 쓸 데크를 후면에 배치하고 이곳을 오며 가는 동선을 <측면 2>가 만들어주고 있다.


거실과 같은 역할의 <데크와 후면>

밥을 먹고 사람들과 캠프파이어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곳, 거실과 같은 공간이 후면의 데크이다. 기존에 건축물이 있던 공간으로 수평이 잘 맞아 데크를 만들기에 용이했다. <후면 1>은 <측면 2>의 잔디밭을 만들고 남은 흙을 옮겨놓은 곳으로 약간의 차폐가 역시 필요한데 뒤쪽으로 언덕이 있기 때문이다. 대나무나 키가 큰 식물을 심어볼까 하고 있다.



계획 어디까지 왔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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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079.jpeg 손으로 그린 정원지도, 식물도감, 정원 스케치


내가 이사 전부터 지금까지 수십 번도 넘게 그리고 또 그려서 이제는 눈감고도 그릴 수 있는 정원지도이다. 크고 작은 수정을 거친 최종_최종_최종의 정원지도이다. 이러한 청사진을 처음 완성했을 때는 실내 공사가 얼추 마무리되어 이사를 결정했고 이에 마당은 살면서 천천히 가꿔나가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지난한 과정을 거치고도 아직도 까마득하다는 게 현실이다.


마당변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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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거 전의 마당 모습

겨울부터 초봄까지 공사를 진행하면서 마당은 그야말로 엉망진창이었다. 우선 철거까지는 해둔 상태에서 온갖 쓰레기와 공사 폐기물이 쌓여있었고 추후 폐기물은 모두 정리했지만 그동안 방치된 탓에 흙과 나무들이 많이 상해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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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마무시한 잡초와 1차 공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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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완성된 전면부 마당


그렇게 이사 후 정신없이 시간이 흘렀고 그 사이에 마당은 계속 망가지고 있었다. 이때 죽은 나무도 꽤 많았다. 또 여름이 다가오면서 어마무시하게 잡초들이 자랐고 마당은 점점 더 손을 댈 수 없게 무서워지고 있었다. 이에 전문가에게 의뢰하기로 결정, 동네 꽃집 사장님께 조경업체를 추천받아 공사를 진행했다. 포클레인이 와서 하는 모습을 보니 절대 셀프로는 못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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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공사 후 남겨진 흙동산과 최근의 모습 <측면 1, 2>



동네에 관심이 생기다

마당가꾸기에 재미가 생긴 나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마당의 식물들을 가꾸고 있다. 그렇게 마당을 가꾸면서 생긴 흥미와 버릇은 주변을 걸어 다니며 공원의 나무와 식물, 옆집의 화단을 유심히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당에 어떤 식물을 심을까 고민이 될 때 인터넷의 정보는 알쏭달쏭할 때가 많았다. 지역이나 환경에 따라 얼마나 많은 변수가 있겠는가 그럴 때 가장 좋은 것은 옆집에서 무엇이 가장 잘 자라고 있는지 보는 것이었다. 이 방법은 매우 유용해서 예컨대 텃밭에 작물을 심을 때 옆집에 어르신이 언제 심는지 유의하며 재빨리 따라 심어야 한다.

시에서 가꾸어놓은 공원, 가로수를 보는 것도 좋아한다. 각 지역의 환경과 개성에 맞춰 예쁘게 가꾸어 놓은 모습을 보면서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어떤 식물인지 물어보고 따라 심기도 했다.


IMG_6729.jpeg 동백나무

군산의 시화가 동백이라 그런지 거리와 공원 곳곳에서 동백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또 가로수로는 배롱나무도 많이 볼 수 있는데 동백과 배롱나무 모두 오랫동안 꽃을 볼 수 있어 집 마당에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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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길에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식물, 고사리


집 가까운 곳에 월명호수와 월명산이 있어 종종 산책을 간다. 요즘은 해가 덜 드는 곳에서 자라고 있는 고사리들에게 시선을 사로잡혔다. 봄이 오면 집 마당 한편에 고사리들을 심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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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받은 로즈메리와 심겨진 모습


로즈메리는 원래 월동이 안된다고 알고 있다. 그런데 친구가 키우는 로즈메리가 몇 해째 밖에서 겨울을 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이에 신기하게 살펴보던 중, 친구가 작은 가지들은 줄 수 있다고 해서 냉큼 분양받아서 마당에 심어주었다.


IMG_7401.jpeg 마당살이의 흔한 풍경, 레몬밤과 단풍나무


또 고양이 똥냄새가 조금 신경 쓰이는 여름에 냄새를 잡아줄 허브 종류에 관심을 가질 때였다. 친구네 마당에 어마어마하게 잘 자라는 레몬밤이 있다는 것이다. 텃밭을 갖고 있는 친구여서 우리 집의 치커리와 버터헤드를 몇 뿌리 주고 거대한 레몬밤 한 뿌리를 받아왔다. 겸사 작게 뿌리내릴 단풍나무도 받아 왔고, 레몬밤은 무화과나무 옆에, 작은 단풍나무는 적당한 곳에 심어주었다.



산과 들에 놀러 다니며 손그림이나 그리는 낭만적인 단계는 끝이 났고 이제는 실전이다. 마당을 만드는 8할 삽질을 할 시간이다.


- 다음화 예고 -
마당 만들기 현실 : 삽질과 미장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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