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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새바람주택, 꿈과 환상의 원더랜드처럼

by 새바람

이번 화는 못다 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볼까 한다. 어디선가 "아니 그럼 지금까지 한 것들은 다 뭔데?" 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상상은 실현가능성에 좀 더 비중을 둔 계획의 일부였다면 이제 남은 것들은 말 그대로 상상만으로 즐거운 영역이다. 타고난 몽상가인 나는 이런저런 그림을 그리며 슬기와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데 슬기는 조금 더 현실적인 성격으로 종종 이런 나를 피곤해하기도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그저 상상이야 상상, 나~중에 말이야" 하고 위기(?)를 모면한다. 그렇지만 사실 내가 이렇게 공유했던 상상 중 이루지 못한 것은 없다. 나는 꿈을 이루는 방법을 안다. 모호했던 그림을 자꾸 이야기하고 덧붙이고 다듬다 보면 어느덧 현실로 다가온다.



모일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

새바람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넓은 거실과 마당이 생기니 사람들을 자주 초대하게 되었다. 그냥 초대하면 재미없으니 우리만의 소소한 콘셉트 잡고 초대장을 만들어 돌렸다. 그 초대장이 뭐라고 다들 좀 더 신경 쓰고 콘셉트에 충실하면서 더 재미난 시간을 보내게 되는 것이다.



처음 열었던 이벤트는 멋진(사실은 어글리) 셔츠 모임이었다. 이는 동네 친구를 만났던 자리에서 군산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화려한 셔츠를 입고 온 친구를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누구나 집에 하나쯤은 있을, 멋있다고 샀지만 밖에서 입어본 적 없는 셔츠를 입고 오는 파티였다. 그다음은 친구의 결혼식 피로연(아닌 송년회)이었고, 올초에는 슬기의 생일을 맞아 각자의 집에서 물건을 가지고 와서 우리끼리 당근 마켓을 열었다. 요 미니 당근 마켓은 재밌어서 또 해볼 예정이기도 하다.



명절을 보내는 방법 : 만두페스타

나와 슬기는 일 때문에 연고 없는 군산에 정착해 살고 있다. 자주 보는 군산 친구들도 대부분 타지 사람이 많은데 다양한 이유로 군산을 선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누군가는 군산은 제2의 고향이자 자의로 선택한 고향이라고 했다. 나 또한 그 말에 크게 공감했는데 군산살이에 참 의지되는 부분이 바로 주변 사람들인 것 같다. 그래서 계절마다, 휴일마다 사람들이 모일 공간이 생긴 것이 새바람주택의 좋은 점 중에 하나이다.

나와 슬기도 그렇지만 군산친구들도 쉬는 날이 제각각인 일을 하고 있다. 예컨대 명절이면 나는 번잡한 날은 피해서 움직이는 편이고 슬기는 가족의 스케줄에 맞춰 움직인다. 어쩌다 보니 명절 당일, 텅 빈 관광지에 남은 아이들끼리 종종 밥을 먹기도 했다. 그래서 이번 추석에는 동네에 남은 친구들끼리 모여 만두를 빚어보고 싶다. 이름하여 만두페스타

큰 대야에 갖가지 만두소를 만들어 놓고 둘러앉아 만두를 빚는 파티인 것이다. 거실에 둘러앉아 막걸리 한잔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빚은 만두를 모두의 냉동실에 채운다고 생각하니 상상만으로 든든해진다.



번쩍번쩍 차고와 고양이랜드

지난 두 편 마당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했지만 몇 가지 말하지 않은 상상이 있다. 첫 번째는 차고(아직 차는 없다) 두 번째는 고양이들의 공간(고양이들과 낯가린다)이다.

새바람주택은 특이하게도 대문이 2개 있는데 주로 쓰는 문은 현관과 가까운 대문뿐이다. 나머지 대문이 크기나 모양이 메인대문과 차이가 없어 가끔 택배나 배달에 혼선이 생기기도 했다. 이는 아주 가끔 있는 일로 사실 문제가 되는 일은 아니다. 그러나 상상을 해보자면 두 번째 대문은 셔터로 변경해 차고로 이용하면 어떨까 싶다. 그러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우선 진입하는 보도블록이 너무 높아 군산시를 통해 경사를 만들어야 한다. 구체적인 절차나 조건은 추후 알아봐야 한다. 또 언덕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직접적으로 맞는 곳이라 강한 바람을 견딜 수 있어야 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셔터에 타공이 되어 있어서 바람이 통한다던가 하는 조치가 필요할 것 같다.


고양이를 돌보는 이야기는 곧 자세히 이야기할 부분이지만 그것과는 조금 동떨어진 고양이랜드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새바람주택은 1층 아래 지하 창고 같은 공간이 있는데 기존에는 잡다한 물건들이 들어있었다면, 우리는 동네고양이들 밥을 주거나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높이는 낮은데 은근히 깊은 구조라 별도로 다른 형태로 활용하기는 어렵다고 생각이 드는데, 비바람을 피할 수 있어 새바람주택에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주로 있게 되었다.


아얘 이 공간이 고양이들이 편히 쉬고 지낼 수 있는 고양이랜드가 되었으면 하는데, 나는 이 공간이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하며 청소에 용이하면서 안전했으면 좋겠다. 인간을 신경 쓰지 않고, 다른 고양이들과 신경전을 벌이지 않고도 편히 밥을 먹을 수 있는 구조면 싶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곳이라 태양열로 냉난방이 됐으면 좋겠고 분수대도 하나쯤 있었으면 한다. 고양이들 맞춤 식기와 해먹, 빈백 등은 얼마나 귀여울까?



동네잔치 오픈하우스 생일파티

사람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는 건 지금까지 늘 했던 것이기도 하다. 무엇이 다르냐 하면 서희의 일생일대 멋진 생일파티가 되겠다. 사실 평소에 생일을 엄청나게 챙긴다던가 의미를 엄청 두는 편은 아니다. 그런데 새바람주택에 살면서 집과 마당을 이용해 재밌는 파티 한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생일이 있는 5월이면 날씨도 좋고 적당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고향 친구, 고등학교 친구, 대학교 친구, 사회 친구, 군산 친구 모두 모아 마당에 앉아 텃밭에서 기른 채소로 만든 음식을 먹는다. 지난가을부터 봄까지 준비해 심어둔 꽃 들은 테이블 장식이 되고 포토존이 된다. 집 안 곳곳에는 새바람주택을 소개하는 글과 사진이 있어 오며 가며 본다. 스크린에는 새바람주택의 공사 전 모습과 에피소드들을 담은 영상이 나온다.

일생의 한 번쯤 이런 파티도 재밌지 않겠는가? 슬기도 한 번쯤은 이런 생일 파티 어때? 한사코 거절하는 슬기가 보인다.



사는 곳, 형태, 라이프스타일이 달라진 새바람주택에서의 삶은 더 다채롭고 새로운 상상을 하게 만든다. 퇴근 후에 쉬고 가만히 있는 곳이기보다 역동적으로 더 많은 일들을 궁리하게 되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싶어지게 한다. 지금까지도 많은 친구들이 부러워하는 주택라이프를 살고 있지만, 앞으로 더더 재밌고 신나게 상상하며 그걸 현실로 바꿔볼 것이다!



- 다음화 예고 -
새바람주택의 사계절 :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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