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냥이, 동네고양이 돌보기
마당이 있는 집이라면 고양이와 마주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구역은 가볍게 무시한 채 동네고양이들이 쉴 곳과 먹을 것을 찾아오기 때문이다. 고양이의 입장에선 인간인 우리가 그들의 영역을 침범한 것일 테니 마땅한 대접을 해드려야 할 것이다.
새바람주택에는 많은 고양이들이 머물고 지나다니고 있다. 이 주택을 집 삼아 살고 있는 고양이들과 밥을 먹기 위해 비바람을 피하기 위해 오고 가는 고양이들로 나뉘는데 짐작건대 10마리 이상은 되는 것 같다.
뭉뭉이
나와 서희가 이사오기 전부터 이 집에 살고 있었던 고양이. 처음 만났을 때 임신 중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번 새끼를 낳는 것을 보았고 포획해서 중성화를 해주었다. 중성화 이후에는 당시 낳은 새끼들을 데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 갔는데, 이제는 새끼들이 모두 독립해 육아에서 벗어났고, 밥을 먹기 위해(정확히는 닭가슴살) 매일 새바람주택에 온다.
첫째
우리가 본 뭉뭉이의 첫 번째 임신으로 낳은 고양이. 형제가 총 네 마리였는데 세 마리만 살아남았고, 세 마리 모두 마당에서 지내다가 어느 날 두 마리가 독립하고 첫째만 남았다. 진짜 첫째인지는 알 수 없지만 새바람주택의 첫째라는 의미로 그렇게 부른다. 이 친구도 중성화 완료. 마당냥이로서 나와 서희의 오고 감을 감시하고 있으며, 종종 동네 다른 곳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첫째 여기서 뭐 해?!”라고 인사하면 조금 당황하는 것 같다.
짝꿍
어느 날 나타나 첫째와 단짝이 되어 짝꿍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너무 붙어 다니고 둘이 장난치고 놀고, 둘이 꼭 붙어서 자고 그래서 짝꿍이다. 요즘은 따로 다니기도 하는 것 같은데, 그래도 만나면 서로 엄청 반가워하고 끊임없이 냥냥거리면서 안부를 묻는다.
막내
뭉뭉이의 두 번째 임신으로 낳은 고양이. 형제가 네 마리 있었는데 뭉뭉이가 한 마리만 데리고 집에 오더니 마당에 살게 되었다. 소심해서 늘 어디 숨어있고 조금 멀찍이 있는다. 아침마다 주는 닭가슴살을 좋아하고 아무리 봐도 집 밖에는 안 나가는 것 같다.
시루
뭉뭉이가 중성화로 집을 비운 사이 새바람주택에 찾아온 어미, 콩떡이와 다른 새끼 한 마리를 데리고 왔다. 처음 왔을 땐 아파 보여서 오래 못 살려나 걱정했는데, 비교적 안정적인 공간이 있어선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콩떡이
시루의 새끼. 형제는 독립한 건지 혼자 남았고 요즘엔 막내랑 친해져서 둘이 종종 붙어있곤 한다. 처음에는 엄마 꽁무니만 쫓아다니는 것 같았는데 최근엔 혼자서도 여기저기 잘 돌아다니고 있다. 겁이 많아서 작은 움직임과 소리에도 후다닥 숨어버린다.
동네고양이를 잘 돌본다는 건 뭘까.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야 좀 더 애지중지 신경 쓰고 아프면 병원에도 데려가고 할 수 있지만, 주택 마당에 찾아오는 모든 고양이를 신경 쓰는 것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나름의 원칙을 세우고 주택 안팎으로 잘 지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할 수 있는 만큼 하기
집에서 동물을 키울 때도 그렇지만 모든 고양이를 먹일 수도 보살필 수도 없다는 걸 인정하려고 한다. 그렇기에 할 수 있는 만큼 하려고 마음을 다잡는다. 며칠 집을 비우게 되더라도 밥을 잔뜩 주고 가지만 너무 매일 못 챙겨주는 것에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새바람주택을 찾아오는 고양이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날이 궂을 때 쉬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최선이다.
적당한 거리감 유지하기
사실 고양이랑 친해지고 싶다. 나를 알아봐 주고 반겨주고 나에게는 애정표현을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새바람주택의 고양이들은 영 다가오지 않는다. 가끔은 서운하지만 그래도 아침에 밥줄 때 모두 모이고, 외출했다가 들어오는 길에 내가 오는 소리를 듣고 어디선가 나타나는 걸 보면 (진실은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믿는다), 이 정도면 괜찮지 싶다. 너무 사람과 친밀해져도 어디서 어떻게 해를 입게 될지 알 수 없으니 경계심이 높은 건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동네 사람들과 소통하기
가장 중요한 부분일 것이다. 동네 분들과 큰 교류가 없음에도 고양이 관련해서는 꼭 한두 마디 하고 가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마도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뜯는 것이 거슬려서 일 것 같은데, 그럴 땐 밥 먹을 곳이 있으면 안 뜯을 거라고 말씀드리고 중성화해주고 있다고 말씀드린다. 이렇게까지 설명드리면 보통은 별말 없이 넘어가신다.
이름을 붙이고 정을 주는 게 좋은 일만은 아니다. 고양이들은 인간이 주는 정과 관계없이 언제든 떠날 수 있고 사라진다. 영역 다툼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하고 추운 겨울을 넘기지 못해 보이지 않게 되는 경우도 많다. 특히 최근의 여름과 겨울이 너무 덥고 추워서 고양이들에게도 더 가혹해졌다. 차가 다니는 곳이니 사고를 당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도 적어도 새바람주택에 오는 고양이들은 어제보다는 배부르고 조금 더 따뜻한 하루가 되었으면 한다.
이제 봄이 오면 또 새로운 생명들이 나타날 것이다. 새바람주택에 또 어떤 새로운 고양이들이 자리를 잡게 될까.
- 다음화 예고 -
새바람주택의 여름 - 텃밭 활용 레시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