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 is coming
여름의 폭염과 장마를 지나 짧은 가을이 오면 풍경의 변화와 알맞은 온도를 즐기는 것도 잠시, 곧 다가올 겨울을 생각해야 한다. 점점 더 날씨는 매서워져 가고 있어서 그나마 움직이기 좋은 날이 왔을 때 부지런히 이런저런 작업들을 해둬야 한다. 겨울이 오면 집안팎으로 추워서 바깥 활동을 하는 게 쉽지 않다. 특히 땅이 얼어있어서 마당 작업은 꿈도 못 꾸며, 추위에 약한 나로선 엄두도 못 낼 일이기에 찬바람이 불기 전에 미뤄두었던 일들을 하고자 마음을 먹었다.
겨울 대비가 아니더라도 집안 곳곳 자잘한 보수가 필요한 곳들이 있어서 추워지기 전에 해보고자 리스트를 만들었다. 얼마나 실행했는지는…… 큰 힘이 드는 건 아닌데 신경 써서 해야 하는 것들이라 마음먹는 게 영 쉽지 않다.
적어놓지 않은 것들 중에도 계속해서 떠오르는 것들이 있어서 그때그때 처리한 것들도 많다. 그리고 날씨가 좋다 보니 마당일도 열심히 하긴 했다. 그럼에도 다 하지 못해서 꼭 해야 하는 급한 것들만 완료하고, 나머지는 봄을 기다리게 되었다.
보일러 설비가 있다면 동파 대비는 필수다. 아파트에서도 수도계량기함에 헌 옷 등을 넣어서 얼지 않도록 안내가 나오는데, 주택의 보일러실은 난방이 안 되는 곳이라서 필히 대비를 해야 한다. 사실 입주 전에 겨울을 보내면서 이미 한번 얼었다 녹았는지라, 한번 더 얼면 보일러를 교체해야 할 거라고 했던 기사님 말씀을 떠올리며 보온용 부직포로 꽁꽁 싸매주었다.
그러면 모든 대비가 된 줄 알았으나, 새바람주택에는 외부 수도가 있다는 것. 지난겨울 그 수도가 얼었는데, 집 내부에는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녹는데 꽤나 시간이 걸려서 불편했었다. 그래서 바로 파이프 단열재를 사서 잘 감싸주었고 이후에는 별일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단열재 재질이 발톱에 잘 긁히는 것이 고양이들의 마음에 들었는지, 너덜너덜해져서 다시 작업해야 할 것 같다.
벼르고 별렀던 것 중에는 블라인드 설치와 커튼 설치가 있었다. 1층의 경우 윈도 시트 쪽 통창은 빔프로젝트 스크린이 설치되어 있어서 가려지는데, 다른 쪽들은 차폐를 해놓지 않아서 햇빛이 너무 잘 드는 구조고 밤에 집 내부가 훤히 보이는 점이 있어서 내부 공간 분위기에 맞춰 색을 골라서 블라인드를 설치했다.
요즘엔 필요한 길이 재서 주문하면 원하는 사이즈로 배송해 주고, 무타공 설치 등 다양한 방법이 있어서 편리했다. 당초 블라인드는 햇빛 가리는 용도였는데, 겨울이 되니 생각보다 찬바람도 막아줘서 있고 없고의 차이를 느끼고 있다. 창틀의 틈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시공 때 잡아야 하지만, 유리창을 통해 들어오는 한기는 확실히 한 겹은 막아놔야 괜찮은 것 같다.
2층은 폴딩도어로 되어 있어 홑겹이라, 다른 이중창보다도 한기가 쏟아져 들어온다. 이를 가리기 위해서 커튼을 설치했는데, 기존에 있던 걸로 일단 설치했더니 세로 길이가 애매했다. 이 정도로도 괜찮을 것 같았는데, 바닥까지 확실하게 닿는 길이여야 한기를 더 잘 막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겨울엔 길이를 늘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새바람주택은 태양광패널이 설치되어 있어서 비교적 전기를 넉넉하게 사용할 수 있기에 가능한 도시가스보다는 전기를 이용하려고 한다. 겨울의 필수품이 된 코타츠를 꺼내놓고, 공기를 전체적으로 데워줄 열풍기를 하나 들였다. 넓은 거실을 보면 도움이 될까 싶지만, 그래도 있고 없고의 차이가 매우 크다.
대단한 겨울집을 마련해 주긴 어렵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덜 춥게 지낼 수 있도록 약간의 보수를 해주었다. 고양이들이 앉아있는 팔레트에 보온용 부직포를 씌우고, 밥자리인 철장에도 보온용 부직포를 씌워 바람이 덜 통하도록 해주었다. 다른 공간엔 숨숨집을 몇 개 두었고, 올해는 원통형 주름관으로 된 숨숨집을 둬서 매서운 겨울바람은 피할 수 있도록 했다.
그 사이 한 번의 겨울을 더 보냈는데, 이번 겨울은 좀 더 추웠던 것 같다. 그리고 2-3시간마다 20-30분씩 보일러를 돌리는 방법으로 겨울을 보냈는데, 해가 바뀌면서 가스비가 많이 올라서 생각지 못한 가스비 폭탄을 맞았다. 다음 겨울은 어떻게 맞이해야 할지 고민이 좀 된다.
- 다음화 예고 -
겨울 : 그래도 즐겁게 파티파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