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12월, 가족과 연인과 친구, 혹은 나홀로 케빈과의 시간을 보내는 달이다. 연말의 춥고 따뜻한 거리풍경과 왁자지껄한 식사자리가 있고 그간 바빠 보지 못했던 친구들과의 못다 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 열심히 모이는 그런 달인 것이다.
새바람주택의 12월의 풍경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래 보지 못한 친구들을 연말을 핑계로 초대하고 함께 식사를 하지만 늘 보던 사람들과도 연말을 핑계로 또 모여 한 해를 돌아보고 다가올 새해를 기대하는 시간을 만든다. 조금 다른 점이라면 새바람주택이라는 공간이 있다는 점이다.
파티에 진심인 사람으로서 파티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를 생각하는 걸 즐긴다. 특히 새바람주택의 연말파티는 한 번에 끝나지 않기 때문에, 여러 파티를 잘 고려해야 한다. 그랬을 때 파티는 음식 준비로부터 시작된다. 먼저 이 집에 오는 모든 이들에게 제공될 웰컴 푸드가 필요하다. 올해는 마치 김장을 하듯 보늬밤을 만들었다. 또 두고두고 먹을 간식거리를 위주로 만들어 두었다.
보늬밤은 그동안 선물로만 받아보고 처음으로 만들어봤는데,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밤의 겉껍질만 벗기고, 몇 번을 삶아내서 쓴 맛을 빼내고, 부드러운 식감을 위해 잔털을 일일이 떼어내는 과정은, 처음에는 멋모르고 만들 수 있지만, 두 번 이상 해준다? 그건 정말 사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다소 추울 수 있는 새바람주택을 고려해 몸을 데울 수 있는 뱅쇼를 준비하고, 쉽게 집어먹을 수 있는 간단한 주전부리로 견과류 요구르트 바크와 강정을 만들었다.
이번 겨울에 가장 잘했다 싶으면서 새바람주택과도 정말 잘 어울렸다고 생각한 것은 무화과나무 크리스마스트리이다. 지난가을 전지해두었던 무화과나무 가지를 크기에 맞춰 배열하고 마당 곳곳에서 주운 재료들을 이용해 꾸미고, 전구를 다니 꽤 그럴싸한 멋진 트리가 만들어졌다.
음식은 보통 초대한 손님들의 특성에 맞춰서 준비한다. 비건이거나 논비건이거나, 관계없다면 제철음식 위주로, 아니면 주종을 먼저 고르고 거기에 맞춰 음식을 준비하기도 한다.
채식지향 식탁에는 두부 카나페와 고사리 유부초밥을 만들어보기도 했고, 김장시즌에는 친구네에서 배추부터 키워 담근 김장김치로 보쌈을 먹기도 했다. 또 겨울이면 빼놓을 수 없는 친구네 굴과 어떤 때에는 다른 친구가 보내준 과메기 메인메뉴에 오르기도 한다.
점심 한상차림
파티는 낮과 밤을 가리지 않는다. 낮이든 밤이든 모일 수 있는 시간이면, 각자 술이든 음식이든 먹고 싶은 것을 가져와서 상을 차리고 함께 나눈다.
저녁 한상차림
저녁은 아무래도 술을 빼놓을 수 없으니 주종에 맞추는 경우가 많다. 와인, 막걸리, 위스키, 하이볼 등 각자가 원하는 술을 준비하고, 그에 맞춘 다양한 메뉴들이 준비된다. 지난겨울엔 숯불에 스테이크 굽는 법을 터득해 자주 해 먹었다.
저녁은 특히 한상을 차려 먹고 나면 술이 이어지기에 다양한 안주도 빼놓을 수 없다. 새바람주택의 주 주종은 와인이기에 이제 맞춘 여러 가지 치즈는 기본으로 준비되고 그 외 비스킷, 햄 종류가 더해진다.
다양한 취향으로 모인 친구들
같은 짠이라도 모두 다르다. 핫초코, 뱅쇼, (추운 곳에서 먹는) 하이볼
다양한 이유로 모인 친구들
누군가의 퇴사를 축하하기도 하고, 군산의 지인이 모두 모이기도 했다.
새바람주택의 파티는 몇 명까지 가능할까 현재까지는 12명이 최대
새바람주택에 자주 놀러 오다 보면 직접 콘텐츠를 만들어오기도 한다.
인천 동네친구들이 모였을 때, 과자집을 함께 만들고 마니또를 했다.
2024년 새바람주택에는 비공식 굿즈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서희가 직접 한 땀 한 땀 만든 바라클라바. 마당에서 눈을 치우거나 산책할 때 쓸 요량으로 뜬 바라클라바였는데, 슬기 꺼 하나 내 거 하나 만들고 나니 익숙해져서 하루면 뜨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집에 놀러 온 사람들의 요청으로 종종 떠서 선물한 것이 7-8개는 된다. 말일에는 귀도리와 바라클라바를 만들어 뜨고 눈 덮인 월명호수 산책을 다녀왔다.
연말이라고 해서 굳이 식사자리를 만들고 사람들을 초대할 이유는 사실 없다. 그럼에도 연말을 핑계로 모여 오랜만에 보는 얼굴을 반가워하기도 하고 밤새 나누는 대화가 따뜻하다. 올 겨울 베풀 것은 많지 않지만 잠시라도 새바람주택의 겨울, 한적하고 여유로움을 나누고자 또 한 번 초대장을 써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