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요가

내 첫 요가, 나의 사랑스러운 동네 요가

by 사샤
캬햐하아아아. 정말, 너무, 매우 개운하다.


아침 요가를 마치고 회사로 출근할 때마다 하는 생각이다. 특히 그저께 유난히 그랬다. 요가를 갈까 말까, 수천 번을 생각하다 겨우 집을 나선 날이었다. 야근의 여파가 있었다. 전날 편의점 샌드위치를 오물오물거리며 늦은 저녁까지 일을 했었다. 양쪽 어깨에 곰이 한 마리씩 턱 얹혔다. 몸에 힘을 좀 빼야 했다. 이대로 침대에 누웠다가는 삭신만 쑤시고 잠은 안 올 것 같았기에. 집이 아닌 헬스장으로 퇴근했다. 캄캄한 창밖을 바라보며 5 킬로미터를 뛰었다. 다행히 노곤노곤하게 잠들었지만 피로는 채 다 풀리지 않았다. 하…. 깊은 한숨으로 시작된 다음 날 아침.


하지만 한 번의 한숨만 잘 흘려보낸다면 어느새 행복감이 차오른다. 동네 스포츠 센터의 아침 요가 수업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 (‘동네 요가’ 수업을 다니게 된 사연은 1화 참고.) 회사 앞 요가원에서 점심 또는 저녁 시간에 요가를 하는데도 그렇다.


심지어 지난달부터는 수업 시간이 오전 7시 40분에서 7시 20분으로 당겨졌다. (아침의 20분은 그 어느 때보다 길고도 긴 시간이다.) 수업 10분 전에 도착하려면 6시 45분쯤에는 슬슬 나가봐야 하는데, 적어도 6시에는 눈을 떠야 가능한 일이다. 그래야 요가 끝나고 씻고 갈아입을 출근 복장이며 간단한 요깃거리 등을 챙길 여유가 생긴다. 평소보다 1시간 30분 일찍 일어나는 일주일 중 이틀. 쉽지 않지만 해내기만 한다면, 이 이틀은 아침 요가 이후 나머지 일상이 엉망진창이 되더라도 괜찮다. 별빛이 남아 있는 새벽부터 몸을 움직여 크나큰 성취를 하나 이미 이뤄낸 것이므로.


내게 요가를 처음 안내해 주신 동네 요가 선생님은 항상 그 자리에, 꼿꼿하게 앉아 계신다. “안녕하세요~” 수련실 문을 열면 언제나 들려오는 차분한 목소리. 똑같이 “안녕하세요~”로 답하며 매트를 주섬주섬 챙긴다. 지정석이 됐다시피 한, 사실상 ‘내 자리’에 짙은 파란색 매트를 펼친다. 물티슈로 매트 위를 살짝 닦아 내며 부산스러웠던 마음도 정돈한다. 바른 자세로 앉아 홀로 명상에 들어간다. 내 앞에 계시는 도반(도를 닦는 벗) 님들이 선생님과 조곤조곤 수다 떠는 소리가 들린다. 명상 음악 삼아 내 안의 있는 나를 더 보려고 노력한다. 의식이 머리에서 아랫배, 매트 위까지 내려왔을 즈음 수업이 시작된다.


동네 요가는 회사 앞 요가원에 비하면 수업 난도가 높지는 않다. 소위 스파르타 식으로 몰아붙이는 요가가 아니다. 하타 요가, 빈야사 요가와 같이 수업 내용이 매일 정해져 있지도 않다. 그때그때 선생님의 계획에 따라 빈야사와 하타 요가를 같이 할 때도 있고, 아쉬탕가 요가와 스트레칭이 접목된 수업이 진행되기도 한다. 어느 날 선생님이 “오늘은 폼롤러 챙기세요”라고 하시면, 그날은 뭉친 근막들을 풀어주는 테라피 요가를 하는 날이다. 일종의 교정 운동인 SNPE(Self Natural Posture Exercise) 동작들에 집중하는 날도 있다. 요가의 여러 호흡법을 시도하고, 사바아사나 자세에서 바디 스캔(Body Scan) 명상을 진하게 하기도 한다.


50분가량 아침부터 요가의 세계를 체험한 뒤 찾아오는 것은, 예외 없이 온전한 이완과 안식이다. 꼭 이마에서 땀이 뚝뚝 떨어지지 않아도 제대로 운동한 것처럼 개운하다. 뭔가 응어리가 풀리는 기분이다. 그동안 1년 넘게 선생님과 함께 요가를 하며 스트레스가 정말 많이 풀렸다. 머리가 맑아지고 힘이 생겼다. 출근길에 웬만해서는 지치지 않는다. 선생님의 요가로 건강해진 나는 더 많은, 더 다양한 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성장했다. 아침은 물론 점심과 저녁 시간에도 요가를 할 체력을 갖게 됐고, 요가를 통해 하루하루 심신이 더 단단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도 회사에서 이래저래 스트레스를 안고 온 나는, 지금은 이렇게 글을 쓰면서, 내일 아침에는 동네 요가를 하며 마음속 짐들을 땅바닥에 툭, 툭, 내려놓을 거다. 요가로 몸을 쓰며 마음을 달래주고, 그렇게 말랑말랑해진 마음이 몸 구석구석을 꽉 쥐고 있던 긴장들을 풀어줄 것을 안다. 오늘 잠들고 내일 눈을 뜨면 어떤 요가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 설레는 마음으로 가득한 밤이다. 이래놓고 막상 일어나면 “아, 가기 싫어….”를 외칠지도 모르는 나 자신이지만, 한숨 쉬더라도 그 순간만 잘 넘겨보려고 한다. 그 몇 초만 무사히 지나면 내가 알고 있는 그 행복을 다시 만날 수 있다.


충남 공주 '마곡사'에서 만난 예쁜 풍경. 파아란 동네 요가 매트가 생각나는 하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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